내가 몇 시간이고 불리고 익혀서 해준 밥이/날갯죽지 근육이 되고/새끼들 적실 너구리 젖이 된다는 생각이/밥물처럼 번지는 이 밤

애써 싸준 것을 아깝게 왜 버리냐/핀잔을 주다가/내가 차려준 밥상을 손톱만 한 위장 속에 그득 담고/하늘을 나는 새들을 생각한다

기껏 싸준 도시락을 남편은 가끔씩 산에다 놓아준다/산새들이 와서 먹고 너구리가 와서 먹는다는 도시락

 

 

밥 이상의 밥, 의미가 되어 버린 밥은 이 시에도 등장한다. 시인이 정성스럽게 싼 도시락은 산의 들짐승과 날짐승들에게 헌정되었다. 그것은 이리저리 나뉘어 저 몸의 피가 되고 이 몸의 젖이 되었다. 물리적으로는 영양분을 나눠준 것이 맞지만 우리는 이 시를 그렇게 읽지 않는다. 이것은 마음이 퍼져 나간 것이다. 도시락 싼 이의 마음과 도시락을 털고 온 이의 마음이 여러 생명을 살린다. 정성이 담겨 더 뜨끈한 한솥밥이 생각나는 계절이다.

나민애 문학평론가

prof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