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이면 돌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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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면 돌들이/서로를 품고 잤다
저만큼/굴러 나가면/그림자가 그림자를 이어주었다
떨어져 있어도 떨어진 게 아니었다
간혹,/조그맣게 슬픔을 밀고 나온/어린 돌의 이마가 펄펄 끓었다
잘 마르지 않는 눈빛과/탱자나무 소식은 묻지 않기로 했다


―박미란(1964∼)


“저녁이면 돌들이 서로를 품고 잤다.”

첫 구절만으로도 이 시에 대해서는 더 고민할 필요가 없다. 진정한 맛집에는 긴 설명이 필요치 않은 법이다. 저녁에 서로를 품고 자는 돌들이라니. 이 말을 들은 순간 우리는 그것들을 본 적도 없으면서 이미 본 듯도 하다.

 

 

나민애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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