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22-01-29 03:00업데이트 2022-01-2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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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방 시드는 꽃 그림자만이라도 색깔 있었으면 좋겠다
어머니 허리 휜 그림자 우두둑 펼쳐졌으면 좋겠다
찬 육교에 엎드린 걸인의 그림자 따듯했으면 좋겠다
마음엔 평평한 세상이 와 그림자 없었으면 좋겠다


―함민복(1962∼)
 
그림자는 없는 듯 있다. 무채색인 주제에 늘 무겁게 처져 있는 것. 많은 사람들이 무심하게 밟고 지나가도 아야 소리 못하는 것. 그저 질질 끌려다니다 사람이 죽으면 함께 사라지는 것이 그림자의 운명이다.

쓸모없는 그림자라도 시인들만은 제법 좋아하고 중시했다. 가까이로는 김소월이 영혼을 일러 그림자 같은 것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중국의 이백은 ‘월하독작’에서 말하길 달과 나와 그림자 셋이 모여 술을 마신다고 하였다. 고래로 많은 이들이 그림자를 또 다른 나, 혹은 영혼이라고 생각했던 듯하다. 과학적으로는 말도 안 되지만 그림자에 스며든 이야기는 많고도 많다.

 

 

나민애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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