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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길바닥에 웅크려 앉아 / 네 몸보다 작은 것들을 돌볼 때 / 가만히 솟아오르는 비밀이 있지
태어나 한 번도 미끄러진 적 없는 / 생경한 언덕 위처럼
녹은 밀랍을 뚝뚝 흘리며 / 부러진 발로 걸어가는 그곳
인간의 등 뒤에 숨겨두고 / 데려가지 않은 새들의 무덤처럼



―조온윤(1993∼)


시를 공부하는 입장에서는 ‘시가 무엇이냐’는 질문이 가장 어렵다. 시는 무엇이고 시인은 누구인가. 천 명이 대답한다면 천 개의 답변이 생길 질문이고 한 사람이 천 번을 대답한다면 백 개의 답변이 생길 질문이다. 시는 감정의 토로일까, 난해한 운문일까. 지금 묻는다면 나는 시는 ‘비밀의 무덤’이라고 답변하겠다. 바로 이 시를 근거로 말이다.

‘시의 원리’라는 글에서 에드거 앨런 포는 시를 비밀스러운 세계라고 말한다. 비밀이란 심중에 분명 존재하는 무엇이다. 말할 수 없는 게 비밀이라지만 비밀은 계속 말이 되어 튀어 나가고 싶어 한다. 그걸 몰래 담아내는 게 시다. 마음속의 비밀, 나만 아는 비밀, 남들이 다 이해할 수 없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 말하고 싶어지는 비밀. 시인은 이 비밀을 찾아내는 탐험가다. 이 작품에서 시인은 모든 사람에게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게 바로 비밀이라고 말한다.

하루하루 비루한 인생을 살아가는 나에게도 비밀이 있을까. 마음이 황폐하고 가난해서 비밀이 깃들지 못하는 건 아닐까. 이런 의문이 들 때 시인은 ‘비밀은 있다’고 말한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그 비밀은 우리의 등 뒤에 깃들어 있었다. 가장 낮은 자세가 되어, 가장 작게 웅크리고 있을 때 날개뼈가 솟아오른다. 언젠가는 훨훨 날아갈 것처럼, 언젠가는 훨훨 날았던 것처럼 느껴진다. 날개뼈를 통해 우리는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 아니라는 비밀을 알게 된다.

나민애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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