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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포탄삼아 쏘아댄다면/세계는 밤에도 빛날 테고/사람들은 모두 포탄이 되기 위해/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릴지도 모릅니다/세계의 각종 포탄이/모두 별이 된다면

포구가 꽃의 중심을 겨누거나/술잔의 손잡이를 향하거나/나서서 말릴 사람이 없겠지요

세계의 각종 포탄이 모두 별이 된다면/그러면 전 세계의 시민들이/각자의 생일날 밤에/멋대로 축포를 쏜다 한들/나서서 말릴 사람이 없겠지요
(상략)

― 이세룡 시인(1947∼2020)

중국 ‘산해경’에는 상상의 동물들이 가득하다. 그중에 ‘부혜’라는 동물이 있다. 생김새는 수탉이고 사람 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데 이것이 나타나면 전쟁이 일어난다. 물론 우리 세상에 부혜 따위는 없다. 그런데 부혜 같은 존재는 있다. 그것이 사람이 되면 어린아이들 학교에 찾아가 총을 쏘아댄다. 그것이 지도자가 되면 군대가 일어나고 포탄과 미사일이 발사된다.

문명의 시대에 야만의 세계가 공존한다. 생명보다 귀한 것이 없다고 배웠는데 때로 생명은 하나도 귀하지 않다. 이 모순이 당혹스러울 때 이세룡 시인의 시를 만났다. 시인은 몇 해 전 작고하셨고, 시도 최근작은 아니지만 이 놀라운 작품은 제목에서부터 우리를 매혹시킨다. 세계의 포탄이 모두 별이 된다면 어떻게 될까. 마치 지금 우리의 바람을 막 적어놓은 듯하다. 제목을 읽고 난 다음에 우리는 시인을 독촉하게 된다. 간절하니 어서 말해보라고, 그 잔인한 무기가 별이 되는 이야기를 더 해보라고. 그렇게 시인의 상상과 희망을 따라가다 보면 지나치게 행복하다. 현실이 반대라는 것을 아니까 시 속의 상상이 짜릿하다. 그러니까 이 시를 백 명이 읽고, 백만 명이 읽고, 천만 명이 읽었으면 좋겠다. 매우 기쁘고 매우 슬픈 시다.


나민애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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