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엔딩 / 박기준

 

새벽 4시가 이불을 흔들었다 놀라 잠에서 깬 자명종 새벽이 풍경을 보고 있다 고층 아파트 몇 집은 어둠을 밝히고 욕망과 뒤섞인 새벽 배송 발걸음 일용할 양식을 배달해 주는 주님도 힘겹고 지하에 사는 사람들 졸음을 태운 버스, 꽃을 보겠다고 철없이 모여든 비, 하루하루 떨어지는 봄날, 팝콘 같은 꽃눈이 쌓였다 젖은 낙화의 흙빛 표정, 길에 붙은 반짝이는 꽃눈은 통속을 거부한다 거칠게 숨을 몰아쉬는 빗자루 서늘한 새벽의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마음처럼 가벼운 연분홍 꽃잎, 저축처럼 쌓였다 생의 바람이 거세게 몰아친 순간 삶이 이끄는 대로 춤추며 공중제비를 돈다 저축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허탈한 손이 바람에 흔들렸다 화장을 마친 길 사이로 새들 환상이 소리치고 효월은 인사도 없이 떠났다 동그란 얼굴로 아침을 만든 태양, 출근이 내년 봄을 향해 걷는다 꽃비 내려 사진 찍던 아침, 그 안에 한 사람이 있다 지나가는 청소차가 부르는 노래, 벚꽃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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