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나무 갱년기 / 장석주

 

 

금요일 저녁엔 영화관람을 하고

일요일 아침엔 흰 셔츠를 입고 버드나무 성당엘 갑니다

강의 서쪽에 살 땐 자꾸 눈물이 차올라

일없이 강가에 나갔다가 돌아오곤 했지요

내 정수리께 새치가 생기고

당신의 쇄골은 아름답고 숭고했습니다

약간의 몽상, 약간의 키스, 약간의 소금이

우리 자산이었는데 그것만으로 충분했습니다

당신은 슬픔의 슬하에 있는 아이들에게

기린과 중국 음식, 여수 밤바다가

사치라고 일러주었습니다

냄비에서 꽁치와 바다가 함께 끓며 넘치던 계절,

바람을 방목하는 보리밭은 파랗고

삶이 삶을 살 수 있도록 놓아두는 동안

우리의 기쁨은 자주 증발했습니다

그 많던 건달과 삼촌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요?

칠흑 하늘에 내건 등불들도 다 꺼지고

버드나무 몇 그루를 견디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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