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랫집 아주머니가 병원으로 실려 갈 때마다 형 지훈이는 어머니, 어머니 하며 울고 동생 지호는 엄마, 엄마 하고 운다 그런데 그날은 형 지훈이가 엄마, 엄마 울었고 지호는 옆에서 형아, 형아 하고 울었다


―박준(1983∼ )
8월 늦장마가 지겹다면 박준의 시집을 추천한다. 5년 전에 나온 시집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를 읽다 보면 장마의 쓰임새를 이해할지도 모른다. 장마라고 해도 당신과 함께 볼 수 있다면 싫지 않다. 장마여도 당신과 함께 겪는다면 감사하게 된다. 우리에게는 이렇게 소중한 ‘당신’이 있다. 아무리 나 자신만 중요한 현대사회라고 해도 우리는 때로 나 때문이 아니라 소중한 당신 때문에 살아간다. 그러니까 죽지 말자. 제발 죽이지 말자.

같은 시집에 이 시가 실려 있다. 추가 설명 없어도 왜 우리는 알아버리고 마는지. 어머니를 부르며 울던 형이 ‘엄마, 엄마’ 하며 울던 날은 엄마가 죽던 날일 것이다. 아픈 엄마를 부르며 울던 동생이 ‘형아, 형아’ 하며 울던 날은, 세상에 의지할 사람이 형밖에 남지 않은 날일 것이다. 저 아이들은 어찌 살아갈까. 저 어머니는 어찌 눈을 감았을까. 아이들은 단 한 사람이 세계 전체를 대신하기도 한다는 사실을 너무 일찍 알아버렸다.

우리에게도 그런 사람이 있다. 그가 사라지면 나도 사라지고 마는 사람. 그가 웃어야 나도 웃을 수 있는 사람. 모든 것을 다 준대도 바꿀 수 없는 사람. 너무나 소중하다. 그러니까 죽지 말자. 제발 죽이지 말자.

 

[나민애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