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밭에 떼 지어 핀 꽃다지들

꽃다지는 꽃다지라서 충분하듯이

나도 나라는 까닭만으로 가장 멋지고 싶네

시간이 자라 세월이 되는 동안

산수는 자라 미적분이 되고

학교의 수재는 사회의 둔재로 자라고

돼지 저금통은 마이너스 통장으로 자랐네

일상은 생활로, 생활도 삶으로 자라더니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 버리네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기 위해서

그렇게도 오랜 공부가 필요했네

배우고 돌아서서 잊어버리는

미적분을 몰라도 잘 사는 이들

잘 살아서 뭣에다 쓰게

쓸 데가 없어야 잘 산다는 듯이

꽃다지들 저들끼리 멋지게 피어 웃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