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갈 곳 잃어

떠도는 나뭇잎이랑, 꼭 다문

어둠의 입속에 있다 한숨처럼

쏟아져 나오는 바람이랑, 상처에서 상처로

뿌리를 내리다 갈대밭이 되어버린

적막이랑, 지나는 구름의

손결만 닿아도 와락 눈물을

쏟을 것 같은 별이랑, 어느새

잔뿌리부터 하염없이 젖기 시작하는

풀잎이랑, 한 줌의 흙 한 그루의 나무 없인

잠시도 살 수 없는 듯 어느 결에

맨발로 내려와 둑길을

걷는 달빛이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