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둠벙 / 마경덕

 

 

잠잘 때도 둠벙의 지느러미는 자라고 있었다

물풀 사이로 뛰어든 돌멩이에 맞아

물의 힘살이 오그라들고

파닥파닥 물속에서 꽃이 피었다

논둑길 옆 둠벙의 뿌리는 구지레한 물풀과 자잘한 금붕어들

발소리에 속아

내뱉은 물방울을 물고 사라지던 그 허전한 뒷모습들

빈집처럼 수면이 닫히면

곁에 앉은 냉이꽃 모가지를 똑똑 따서 던졌다

저것들 무얼 먹고 사나

하굣길 논둑에 앉아

도시락에 남겨둔 식은밥 한술 던져주면

밥풀때기에 요동치던 둠벙의 꼬리가 칸나처럼 붉었다

물 위를 걷는 바람의 발끝이 언뜻언뜻 비치는 날

뜨거운 이마에 손을 얹어주던 서늘한 물의 손

그때 알 수 없는 설렘이 물풀을 흔들고

물비린내에 부푼 오후의 물빛이 내내 아롱거렸다

저물녘

어둑어둑을 물고 가만히 가라앉던 둠벙

쌀붕어 한 마리 몰래 넣어준,

오래전 사라진

둠벙의 붉은 꽃을 나는 물이끼처럼 붙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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