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 끝에 서서 떨어졌지만
저것들은
나무의 내장들이다

어머니의 손끝을 거쳐
어머니의 가슴을 훑어 간
딸들의 저 인생 좀 봐

어머니가 푹푹 끓이던
속 터진
내장들이다

 

―신달자(1943∼ )


수능 시험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우리 애 재수한다’고 말하는 친구를 만났다. 말투는 담담했지만 표정은 피곤해 보였다. 그녀의 남은 힘은 그녀의 몫이 아니다. 그건 모두 ‘우리 애’에게 가 있을 것이다. 왜 모르겠는가. 아이도 힘들겠지만 엄마는 아이의 짐을 대신 들어주고 싶을 정도로 힘들다.

부모는 참 이상한 존재다. 하루 종일 내 생각만 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하루 종일 자식 생각은 할 수 있다. 내 목구멍으로는 아무거나 넘겨도 상관없는데 자식 목구멍으로는 좋은 것만 넘겨주고 싶다. 세상에 짝사랑도 이런 짝사랑이 없다. 보답받지 못할 것을 알아도 주고만 싶다.

 

모든 사랑이 그렇듯이, 더 사랑하는 사람이 더 약자다. 더 사랑하는 사람이 항상 더 아프다. 그 사실은 부모와 자식의 관계에서 완벽하게 증명된다. 부모 속 터지는 마음은 부모가 되어 봐야지 알 수 있다. 얼마나 애가 닳았던지, 끓고 끓은 마음은 빨갛게 터져 단풍이 되었다. 속에서 치밀어 올라와 가지 끝에 달린 잎새가 되었다. 나무를 어머니로, 낙엽을 터진 속으로 바라보는 시인의 포착이 위트 넘치면서도 좀 슬프다.

가을이다. 길거리에는 낙엽이 넘쳐나 굴러다닌다. 오늘은 어머니의 피눈물이 생각나 밟지 못하겠다.

 

나민애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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