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이 풀리면 ― 김동환(1901∼?)

강이 풀리면 배가 오겠지
배가 오면은 임도 탔겠지
임은 안 타도 편지야 탔겠지
오늘도 강가
서 기다리다 가노라
임이 오
시면 이 설움도 풀리지
동지섣달에 얼었던 강물도
제멋에 녹는데 왜 아니 풀릴까
오늘도 강가서 기다리다 가노라


김동환은 명실공히 북방의 시인이다. 고향이 함경북도 경성이니 태어난 곳도 북방이었고, 그의 시에 나타나는 주된 배경도 북방이었다. ‘적성을 손가락질하며’라든가 그 유명한 장시 ‘국경의 밤’도 모두 한반도의 최북단을 그리고 있다. 우리 현대문학사에서 김동환은 처음으로 북방 정서를 소개한 시인으로 기록된다.

이 점이 왜 중요하냐면 우리 시에서는 북방 정조라든가 대륙의 풍모에 주목한 시인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드문 것이 귀한 것이다. 남북한이 나뉘기 전에도 문단에서 북방의 정서에 주목한 시인은 많지 않았고, 분단 이후에는 더욱 그러했다.

그런데 김동환이 거친 터전의 강인한 사람들을 노래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의 후반기는 민요풍의 서정시를 주로 썼다고 알려져 있다. 북방의 시인이 부르는 민요풍이 궁금하시면 이 시를 보시면 된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사랑한 탓에 진작 노래로도 만들어진 시다.

이 시의 중심은 ‘강가에서의 기다림’이다. 이 주제는 비단 김동환만의 것이 아니다. 그것은 고전시가나 현대시를 막론하고 굉장히 자주 등장하는 모티브다. 다시 말해 강가에서의 기다림이란 우리 민족 전체의 것이라는 말이다. 사람들은 언제고 시간이 흘러 좋은 소식이 오고, 설움이 풀리기를 기원했다. 음력 11월인 동지, 12월인 섣달을 지나 이제 음력설을 맞이하는 시점에서 이 시는 참 시의적절하기도 하다. 섣달이 끝나간다. 이제 우리의 얼음도 머지않아 풀릴 것이다.
 
나민애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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