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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산책

Articles 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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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ice 안도현의 시와 연애하는 법 (#1~ #26)
정조앤
Jan 19, 2022 555
Notice 시인을 만드는 9개의 비망록 / 정일근 file
정조앤
Apr 05, 2016 853
188 여름 달―강신애(1961∼ )
정조앤
Jul 26, 2021 67
카페에서 나오니/끓는 도시였다 긴 햇살 타오르던 능소화는/반쯤 목이 잘렸다/어디서 이글거리는 삼복염천을 넘을까 보름달/요제프 보이스의 레몬빛이다 내안의 늘어진 필라멘트 일으켜/저 달에 소켓을 꽂으면/파르르 환한 피가 흐르겠지/배터리 교체할 일 없...  
187 모르는 것―임지은(1980∼)
정조앤
Jul 14, 2021 119
이 작고 주름진 것을 뭐라 부를까? 가스 불에 올려놓은 국이 흘러넘쳐 엄마를 만들었다 나는 점점 희미해지는 것들의 목소리를 만져보려고 손끝이 예민해진다 잠든 밤의 얼굴을 눌러본다 볼은 상처 밑에 부드럽게 존재하고 문은 바깥을 향해 길어진다 엄마가 ...  
186 뜨락―김상옥(1920∼2004)
정조앤
Jul 06, 2021 92
자고나면/이마에 주름살,/자고나면/뜨락에 흰 라일락./오지랖이 환해/다들 넓은 오지랖/어쩌자고 환한가./눈이 부셔/눈을 못 뜨겠네./구석진 나무그늘 밑/꾸물거리는 작은 벌레./이날 이적지/빛을 등진 채/빌붙고 살아 부끄럽네./자고나면/몰라볼 이승,/자고...  
185 벽시계가 떠난 자리―박현수(1966∼ )
정조앤
Jul 01, 2021 69
벽시계를 벽에서 떼어놓았는데도 눈이 자꾸 벽으로 간다 벽시계가 풀어놓았던 째깍거림의 위치만 여기 어디쯤이란 듯 시간은 그을음만 남기고 못 자리는 주사바늘 자국처럼 남아 있다 벽은 한동안 환상통을 앓는다 벽시계에서 시계를 떼어내어도 눈은 아픈 데...  
184 혹등고래-정채원(1951∼)
정조앤
Jun 22, 2021 64
이따금 몸을 반 이상 물 밖으로 솟구친다/새끼를 낳으러/육천오백 킬로를 헤엄쳐온 어미 고래 물 밖에도 세상이 있다는 거/살아서 갈 수 없는 곳이라고/그곳이 없다는 건 아니라는 거/새끼도 언젠가 알게 되겠지 제 눈으로 제 등을 볼 순 없지만/그 혹등이 없...  
183 횡단보도―고두현(1963∼ )
정조앤
Jun 22, 2021 87
너 두고/돌아가는 저녁/마음이 백짓장 같다./신호등 기다리다/길 위에/그냥 흰 종이 띠로/드러눕는다. ―고두현(1963∼ ) 몸이 괴로우면 푹 쉬어주어야 한다. 그렇지만 마음이 괴로울 때, 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황망할 때, 슬플 때, 화가 치밀 때는 ...  
182 유월설―김지유(1973∼ )
정조앤
Jun 07, 2021 78
(생략) 유월에 내리는 함박눈 같은 거 잊지 말자니, 모두 잊히고 꾹 참고 맞던 아이의 불주사처럼 지워진 그림자 닻 내리고 처량하게 무심하게 식어가는 심장을 살아내는 일 내 웃음과 당신 눈물에 무관심하던 계절 접을 때 호접몽, 꿈은 닫혔다 열리는 지상...  
181 5월―차창룡 시인(1966∼ )
정조앤
Jun 07, 2021 74
이제는 독해져야겠다 나뭇잎이 시퍼런 입술로 말했다 이제는 독해져야겠다 나뭇잎이 시퍼런 입술로 말했다 내 친구들이 독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성공한 내 친구들이 독해지고 성공하려는 내 친구들도 독해지고 실패한 친구들도 독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달라진...  
180 콩알 하나 ―김준태(1948∼)
정조앤
May 23, 2021 209
누가 흘렸을까 막내딸을 찾아가는 다 쭈그러진 시골 할머니의 구멍 난 보따리에서 빠져 떨어졌을까 역전 광장 아스팔트 위에 밟히며 뒹구는 파아란 콩알 하나 나는 그 엄청난 생명을 집어 들어 도회지 밖으로 나가 강 건너 밭 이랑에 깊숙이 깊숙이 심어 주었...  
179 모일―박목월(1915∼1978)
정조앤
May 14, 2021 144
시인이라는 말은 내 성명 위에 늘 붙는 관사. 이 낡은 모자를 쓰고 나는 비오는 거리로 헤매였다. 이것은 전신을 가리기에는 너무나 어줍잖은 것 또한 나만 쳐다보는 어린 것들을 덮기에도 너무나 어처구니 없는 것. 허나, 인간이 평생 마른옷만 입을가부냐. ...  
178 유안진 시 모음
정조앤
May 11, 2021 3219
0 내가 나의 감옥이다 / 유안진 한눈팔고 사는 줄은 진즉 알았지만/ 두 눈 다 팔고 살아온 줄은 까맣게 몰랐다/ 언제 어디에서 한눈을 팔았는지/ 무엇에다 두 눈 다 팔아먹었는지/ 나는 못 보고 타인들만 보였지/ 내 안은 안 보이고 내 바깥만 보였지// 눈 없...  
177 옛 벗을 그리며 ―지훈에게 ―박남수(1918∼1994)
정조앤
May 09, 2021 53
나는 회현동에 있고/당신은 마석에 있습니다./우리는 헤어진 것이 아닙니다./당신은 성북동에 살고 있었고/나는 명륜동에 살고 있었을 때에도/우리가 헤어져 있었던 것이 아닌 것처럼./나는 이승에 있고/당신은 저승에 있어도 좋습니다./우리는 헤어져 있는 ...  
176 저수지―권정우(1964∼)
정조앤
May 04, 2021 84
자기 안에 발 담그는 것들을 물에 젖게 하는 법이 없다 모난 돌멩이라고 모난 파문으로 대답하지 않는다 검은 돌멩이라고 검은 파문으로 대답하지 않는다 산이고 구름이고 물가에 늘어선 나무며 나는 새까지 겹쳐서 들어가도 어느 것 하나 상처입지 않는다 바...  
175 곤드레밥―김지헌(1956∼)
정조앤
May 04, 2021 39
봄에 갈무리해놓았던/곤드레나물을 꺼내 해동시킨 후/들기름에 무쳐 밥을 안치고/달래간장에 쓱쓱 한 끼 때운다/강원도 정선 비행기재를 지나/나의 위장을 거친 곤드레는/비로소 흐물흐물해진 제 삭신을/내려놓는다/반찬이 마땅찮을 때 생각나는 곤드레나/톳...  
174 빈 뜰―이탄(1940∼2010)
정조앤
Apr 20, 2021 63
꽃도 이젠 떨어지니/뜰은 사뭇 빈뜰이겠지./빈뜰에/내려앉는/꽃잎/바람에 날려가고/한뼘 심장이 허허해지면/우린 잘못을 지나/어떤 죄라도 벌하지 말까./저 빈뜰에/한 그루 꽃이 없어도/여전한 햇빛 ―이탄(1940∼2010) 바우만이라는 철학자는 오늘날의 우...  
173 꽃―신달자(1943∼ )
정조앤
Apr 15, 2021 138
네 그림자를 밟는 거리쯤에서 오래 너를 바라보고 싶다 팔을 들어 네 속닢께 손이 닿는 그 거리쯤에 오래 오래 서 있으면 거리도 없이 너는 내 마음에 와 닿아 아직 터지지 않는 꽃망울 하나 무량하게 피어 올라 나는 네 앞에서 발이 붙었다. ―신달자(1943&si...  
172 바람 부는 날―민영(1934∼ )
정조앤
Apr 15, 2021 80
나무에 물오르는 것 보며 꽃 핀다 꽃 핀다 하는 사이에 어느덧 꽃은 피고, 가지에 바람부는 것 보며 꽃 진다 꽃 진다 하는 사이에 어느덧 꽃은 졌네. 소용돌이치는 탁류의 세월이여! 이마 위에 흩어진 서리 묻은 머리카락 걷어올리며 걷어올리며 애태우는 이 ...  
171 고향으로 간다 ― 김용호(1912∼1973)
정조앤
Apr 07, 2021 72
고향으로 간다 ― 김용호(1912∼1973) 어느 간절한 사람도 없는 곳 고향으로 간다 머나먼 날 저버린 고향으로 내가 간다 낡은 옷 훌훌이 벗어버리고 생미역 냄새 하암북 마시며 고향으로 간다 잃어버려, 끝내 잃어버려 없는 고향이라 포개둔 그리움이 한결 ...  
170 빨래―김혜숙(1937∼ ) 1
정조앤
Apr 01, 2021 116
빨래로 널려야지 부끄럼 한 점 없는 나는 빨래로 널려야지. 피얼룩 기름때 숨어 살던 눈물 또 서툰 사랑도 이젠 다 떨어버려야지. 다시 살아나야지. 밝은 햇볕 아래 종횡무진 바람 속에 젖은 몸 다 말리고 하얀 나래 퍼득여야지 한 점 부끄러움 없는 하얀 나...  
169 이생―하재연(1975∼ )
정조앤
Apr 01, 2021 105
엄마가 나 되고 내가 엄마 되면 그 자장가 불러줄게 엄마가 한 번도 안 불러준 엄마가 한 번도 못 들어본 그 자장가 불러줄게 내가 엄마 되고 엄마가 나 되면 예쁜 엄마 도시락 싸 시 지으러 가는 백일장에 구름처럼 흰 레이스 원피스 며칠 전날 밤부터 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