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잊지 마세요/꽃말을 만든 첫 마음을 생각한다/꽃 속에 말을 넣어 건네는 마음/꽃말은 못 보고 꽃만 보는 마음도 생각한다/나를 잊지 마세요/아예 꽃을 못 보는 마음/마음 안에 꽃이 살지 않아/꽃을 못 보는 그 마음도 생각한다/나를 잊지 마세요/꽃말을 처음 만든 마음을 생각한다/꽃을 전했으되 꽃말은 전해지지 않은/꽃조차 전하지 못한 수많은 마음/마음들 사이에서 시든 꽃도 생각한다
이문재(1959∼)


꽃집과 시집의 공통점은? 그건 ‘꽃’이다. 모든 꽃집에는 꽃이 산다. 꽃집만큼 당연하지 않지만 시집에도 꽃이 산다. 어느 장르보다 꽃이 만발한 곳이 바로 시의 영역이다. 멀리는 신라의 ‘헌화가’도 꽃의 노래였고, 우리가 잘 아는 시 ‘진달래꽃’이나 ‘오랑캐꽃’도 꽃의 노래다. 시인만큼 꽃을 좋아하고, 들여다보고, 읊조리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또 없다. 밥도 간식도 못 되는 것. 오래지 않아 시드는 것. 그렇지만 아름다운 것. 꽃이 가진 이 특성들 모두 시인들이 참 좋아하는 것들이다.

사람도 꽃이 되고 사랑도 꽃이 된다는데 오늘은 마음이 된 꽃을 가져왔다. 이문재 시인의 ‘꽃말’이라는 시다. 이 시는 ‘나를 잊지 마세요’라는 물망초 꽃말로 시작한다. 그런데 이 말이 주인공은 아니다. 꽃말을 만들었던 사람의 마음이야말로 이 시의 진짜 주인공이다. 꽃만으로도 예쁜데, 꽃을 주는 행위만으로도 떨리는데, 그것만으로도 마음을 다 담을 수 없었나 보다. 넘치는 마음은, 가서 닿고 싶은 마음은 꽃에 더해지는 꽃말이 되었다.

꽃도, 꽃말도 좋지만 제일 중요한 건 마음이라는 말. 정작 시인이 하고 싶었던 ‘꽃의 말’은 바로 이런 거다. 마음속에 꽃이 있는 사람에게만 꽃이 보이는 법이다. 꽃집이나 시집에만 꽃이 살까. 우리 마음속이야말로 꽃이 사는 곳, 꽃이 살 만한 곳이다.

나민애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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