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
안도현의 시와 연애하는 법 (#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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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앤 |
Jan 19, 2022 |
554 |
Notice |
시인을 만드는 9개의 비망록 / 정일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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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앤 |
Apr 05, 20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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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창 ―김기림(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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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앤 |
Feb 23, 20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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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여보 내 마음은 유린가 봐, 겨울 한울처럼 이처럼 작은 한숨에도 흐려 버리니…… 만지면 무쇠같이 굳은 체하더니 하로밤 찬 서리에도 금이 갔구료 눈포래 부는 날은 소리치고 우오 밤이 물러간 뒷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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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명의 날― 김남조(1927∼ )미명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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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앤 |
Feb 17, 20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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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감당해 주셔야 할 것이나이다 하느님 당신께선 저희의 이런 날을 사람 옆에 사람을 두신 날들을… 목에도 가슴에도 감겨오는 이 미명의 견디며 견디며 살아야지요 사람을 위해 슬퍼하는 것이랍디까 하늘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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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야초―조지훈(1920∼1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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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앤 |
Feb 17, 20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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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할머니는 무덤으로 가시고 화로엔 숯불도 없고 아 다 자란 아기에게 젖 줄 이도 없어 외로이 돌아앉아 밀감을 깐다. 옛이야기처럼 구수한 문풍지 우는 밤에 마귀할미와 범 이야기 듣고 이불 속으로 파고들던 따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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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을 견디는 법 / 김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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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앤 |
Feb 13, 20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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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을 견디는 법 / 김명기 보증 서준 친구가 야반도주를 하고 그 빚을 고스란히 떠안았다 구경해 본 적도 없는 큰 빚이 너무 억울해 배를 내밀어 보았지만 보증서에 핏자국처럼 선명한 날인이 말라갈수록 점점 더 단단하고 큰 빚쟁이가 될 뿐이었다 통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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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나무 갱년기 / 장석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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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앤 |
Feb 13, 20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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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나무 갱년기 / 장석주 금요일 저녁엔 영화관람을 하고 일요일 아침엔 흰 셔츠를 입고 버드나무 성당엘 갑니다 강의 서쪽에 살 땐 자꾸 눈물이 차올라 일없이 강가에 나갔다가 돌아오곤 했지요 내 정수리께 새치가 생기고 당신의 쇄골은 아름답고 숭고했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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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고 있는 햇볕이 아깝다 / 정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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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앤 |
Feb 13, 2023 |
63 |
놀고 있는 햇볕이 아깝다 / 정진규 놀고 있는 햇볕이 아깝다는 말씀을 아시는가 이것은 나락도 거두어 갈무리하고 고추도 말려서 장에 내고 참깨도 털고 겨우 한가해지기 시작하던 늦가을 어느 날 농사꾼 아우가 한 말이다 어디 버릴 것이 있겠는가 열매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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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일찍 집에 가자―이상국(19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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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앤 |
Jan 31, 20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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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오늘은 일찍 집에 가자 부엌에서 밥이 잦고 찌개가 끓는 동안 헐렁한 옷을 입고 아이들과 뒹굴며 장난을 치자 나는 벌 서듯 너무 밖으로만 돌았다 어떤 날은 일찍 돌아가는 게 세상에 지는 것 같아서 길에서 어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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컵 하고 발음해봐요―김복희(198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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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앤 |
Jan 31, 20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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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자마자/ 컵에 물을 채운다/ 내가 한 번/ 네가 또 한 번/ 너를 위해 얕게/ 나를 위해 네가 또 얕게/ 컵/ 하나에 물을 따르고/ 물을 나누어 마신다/ 네가 한 번/ 내가 또 한 번/ 컵의 완결은 어떻게 나는 걸까/ (하략) 죽기로 작정한/ 개가 온 힘을 다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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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만 사랑 노래―황동규(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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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앤 |
Jan 16, 2023 |
74 |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어제를 동여맨 편지를 받았다 늘 그대 뒤를 따르던 길 문득 사라지고 길 아닌 것들도 사라지고 여기저기서 어린 날 우리와 놀아 주던 돌들이 얼굴을 가리고 박혀 있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추위 가득한 저녁 하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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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박시교(19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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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앤 |
Jan 16, 20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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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꽃 같은 시절이야 누구나 가진 추억 그러나 내게는 상처도 보석이다 살면서 부대끼고 베인 아픈 흉터 몇 개 밑줄 쳐 새겨 둔 듯한 어제의 그 흔적들이 어쩌면 오늘을 사는 힘인지도 모른다 몇 군데 옹이를 박은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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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날 - 김기택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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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희 |
Jan 12, 2023 |
139 |
봄 날/김기택 할머니들이 아파트 앞에 모여 햇볕을 쪼이고 있다 굵은 주름 가는 주름 하나도 놓치지 않고 꼼꼼하게 햇볕을 채워 넣고 있다 겨우내 얼었던 뼈와 관절들 다 녹도록 온몸을 노곤노곤하게 지지고 있다 마른버짐 사이로 아지랑이 피어오를 것 같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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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한때 ―임길택 시인(1952∼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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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앤 |
Jan 02, 2023 |
86 |
뒤뜰 어둠 속에 나뭇짐을 부려놓고 아버지가 돌아오셨을 때 어머니는 무 한 쪽을 예쁘게 깎아 내셨다. 말할 힘조차 없는지 무쪽을 받아든 채 아궁이 앞에 털썩 주저앉으시는데 환히 드러난 아버지 이마에 흘러 난 진땀 마르지 않고 있었다. 어두워진 산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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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아침의 기도 / 김남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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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숙 |
Jan 01, 20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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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아침의 기도 / 김남조 첫 눈뜸에 눈 내리는 청산을 보게 하소서 초록 소나무들의 청솔바람 소리를 듣게 하소서 아득한 날에 예비하여 가꾸신 은총의 누리 다시금눈부신 상속으로 주시옵고 젊디젊은 심장으로 시대의 주인으로 사명의 주춧돌을 짐지게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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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우리의 가슴을 흐른다면―이근화(197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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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앤 |
Dec 26, 2022 |
56 |
날이 흐리다/곧 눈이 흩날릴 것이고/뜨거운 철판 위의 코끼리들처럼 춤을 추겠지/커다랗고 슬픈 눈도 새하얀 눈발도 읽어내기 어렵다/저 너머에만 있다는 코끼리의 무덤처럼 등이 굽은 사람들/시곗바늘 위에 야광별을 붙여놓은 아이는 아직 시간을 모른다/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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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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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이윤학(1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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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앤 |
Dec 26, 2022 |
45 |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일일이 감아서 묶이는 파김치. 스테인리스 대야에 꽃소금 간이 맞게 내려앉는다. 여자는 털실 뒤꿈치를 살짝 들어올리고 스테인리스 대야에 파김치를 버무린다. 척척 얹어 햅쌀밥 한 공기 배 터지게 먹이고픈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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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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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행 눈사람―황유원(198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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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앤 |
Dec 16, 2022 |
193 |
(상략) 그러나 그 눈사람은/예전에 알던 눈사람과는 조금 다르게 생긴/거의 기를 쓰고 눈사람이 되어보려는 눈덩이에 가까웠고/떨어져 나간 사람을 다시 불러 모아보려는 새하얀 외침에 가까웠고/그건 퇴화한 눈사람이었고/눈사람으로서는 신인류 비슷한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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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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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밥―서종택(19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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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앤 |
Dec 06, 20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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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상략) 외롭고 슬픗할 때면 감나무 아래 기대 앉아서 저문 햇빛 수천 그루 노을이 되어 아득하게 떠가는 것 보았습니다. 흐르는 노을 그냥 보내기 정말 싫어서 두 손을 꼭 잡고 보았습니다. 그러다가 깜박 밤이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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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둔다―이성선(1941∼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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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앤 |
Nov 26, 2022 |
99 |
산 능선도 그냥 둔다. 벌레 위에 겹으로 누운 그냥 둔다. 잡초 위에 누운 벌레도 그냥 둔다. 마당의 잡초도 거기 잠시 머물러 무슨 말을 건네고 있는 내 눈길도 그냥 둔다. ―이성선(1941∼2001) 선생이라는 직업이 점차 사라져 간다고 한다. 아이들은 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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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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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 위의 바위―손택수(197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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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앤 |
Nov 26, 2022 |
58 |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노을이 질 무렵이면 혼자서 지붕 위로 올라갔다/그때 나는 새였다 새를 쫓는 고양이였다/지붕을 징검돌 짚듯 뛰어 항구를/돌아다니던 날도 있었다 나도 여울을 건너는 아비의 등에 업혀 있던 바위였다/세상을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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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엄마가 아이에게 ―진은영(197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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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앤 |
Nov 17, 2022 |
187 |
진흙 반죽처럼 부드러워지고 싶다 무엇이든 되고 싶다 흰 항아리가 되어 작은 꽃들과 함께 네 책상 위에 놓이고 싶다 네 어린 시절의 큰 글씨를 영원히 기억하고 싶다 학년이 올라갈 때마다 알맞게 줄어드는 글씨를 보고 싶다 토끼의 두 귀처럼 때때로 부드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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