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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산책

Articles 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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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ice 안도현의 시와 연애하는 법 (#1~ #26)
정조앤
Jan 19, 2022 555
Notice 시인을 만드는 9개의 비망록 / 정일근 file
정조앤
Apr 05, 2016 853
208 바람 부는 날- 윤강로(1938∼)
정조앤
Nov 29, 2021 102
몇 개의 마른 열매와 몇 잎의 낡은 잎새만을 보면서 오래 오래 기다려 보았나 몇 개의 마른 열매와 몇 잎의 낡은 잎새로 세상에 매달려 보았나 흔적을 남기지 않는 바람에 시달려 보았나 흔적을 남기지 않는 바람이 되어 스친 것들을 잊어 보았나 삶이 소중한...  
207 당신의 방―이승훈(1942∼2018)
정조앤
Nov 20, 2021 259
당신의 방엔 천개의 의자와 천개의 들판과 천개의 벼락과 기쁨과 천개의 태양이 있습니다 당신의 방엘 가려면 바람을 타고 가야 합니다 나는 죽을 때까지 아마 당신의 방엔 갈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나는 바람을 타고 날아가는 새는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  
206 새의 길-위선환(1941∼)
정조앤
Nov 20, 2021 46
새가 어떻게 날아오르는지 어떻게/눈 덮인 들녘을 건너가는지 놀빛 속으로/뚫고 들어가는지/짐작했겠지만/공중에서 거침이 없는 새는 오직 날 뿐 따로/길을 내지 않는다/엉뚱하게도/인적 끊긴 들길을 오래 걸은/눈자위가 마른 사람이 손가락을 세워서/저만치/...  
205 가을 손 -이상범(1935∼ )
정조앤
Nov 20, 2021 122
두 손을 펴든 채 가을 볕을 받습니다 하늘빛이 내려와 우물처럼 고입니다 빈 손에 어리는 어룽이 눈물보다 밝습니다. 비워 둔 항아리에 소리들이 모입니다 눈발 같은 이야기가 정갈하게 씻깁니다 거둘 것 없는 마음이 억새꽃을 흩습니다. 풀향기 같은 성좌가 ...  
204 사람 지나간 발자국―이경림(1947∼)
정조앤
Nov 01, 2021 73
아름다워라 나 문득 눈길 머물러 그것의 고요한 소리 보네 누군가가 슬쩍 밟고 갔을 저 허리 잘록한 소리 한참 살다 떠난 부뚜막 같은 다 저문 저녁 같은 ―이경림(1947∼) 사랑시에서 고독은 좋지 않은 것이다. 사랑이 이루어지려면 마주 보는 둘이 있어야...  
203 풀벌레들의 작은 귀를 생각함―김기택(1957∼ )
정조앤
Nov 01, 2021 125
텔레비전을 끄자 풀벌레 소리 어둠과 함께 방 안 가득 들어온다 어둠 속에서 들으니 벌레 소리들 환하다 별빛이 묻어 더 낭랑하다 귀뚜라미나 여치 같은 큰 울음 사이에는 너무 작아 들리지 않는 소리도 있다 그 풀벌레들의 작은 귀를 생각한다 내 귀에는 들...  
202 차력사 ―유홍준(1962∼)
정조앤
Oct 19, 2021 107
돌을 주면 돌을 깼다 쇠를 주면 쇠를 깼다 울면서 깼다 울면서 깼다 소리치면서 깼다 휘발유를 주면 휘발유를 삼켰다 숟가락을 주면 숟가락을 삼켰다 나는 이 세상에 깨러 온 사람, 조일 수 있을 만큼 허리띠를 졸라맸다 사랑도 깼다 사람도 깼다 돌 많은 강...  
201 매미는 올해도 연습만 하다 갔구나/ 윤제림(1960∼ )
정조앤
Oct 19, 2021 76
텅 빈 합창단 연습실, 의상만 어지럽게 널려져 있다 주인은 당장 방을 비우라고 했을 것이고 단장도 단원들도 불쌍한 얼굴로 방을 나섰을 것이다 말도 통하지 않으니, 울며 떠났을 것이다 나는 이 집 주인이 어떤 사람인지를 안다 윤제림(1960∼ ) 매미는 ...  
200 업어준다는 것―박서영(1968∼2018)
정조앤
Oct 01, 2021 151
저수지에 빠졌던 검은 염소를 업고 노파가 방죽을 걸어가고 있다 등이 흠뻑 젖어들고 있다 가끔 고개를 돌려 염소와 눈을 맞추며 자장가까지 흥얼거렸다 누군가를 업어준다는 것은 희고 눈부신 그의 숨결을 듣는다는 것 그의 감춰진 울음이 몸에 스며든다는 ...  
199 빈들―고진하(1953∼)
정조앤
Oct 01, 2021 125
늦가을 바람에 마른 수숫대만 서걱이는 빈들입니다 희망이 없는 빈들입니다 사람이 없는 빈들입니다 내일이 없는 빈들입니다 아니, 그런데 당신은 누구입니까 아무도 들려 하지 않는 빈들 빈들을 가득 채우고 있는 당신은―고진하(1953∼) 고진하 시인은 강...  
198 나는 나를 묻는다―이영유(1950∼2006)
정조앤
Sep 19, 2021 80
가을이 하늘로부터 내려왔다 풍성하고 화려했던 언어들은 먼 바다를 찾아가는 시냇물에게 주고, 부서져 흙으로 돌아갈 나뭇잎들에게는 못다 한 사랑을 이름으로 주고, 산기슭 훑는 바람이 사나워질 때쯤, 녹색을 꿈꾸는 나무들에게 소리의 아름다움과 소리의 ...  
197 풀꽃, 소중한 만남을 위하여 - 나태주 시인
정조앤
Sep 19, 2021 99
 
196 음악- 이성복(1952∼)
정조앤
Sep 12, 2021 92
비 오는 날 차 안에서 음악을 들으면 누군가 내 삶을 대신 살고 있다는 느낌 지금 아름다운 음악이 아프도록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있어야 할 곳에서 내가 너무 멀리 왔다는 느낌 굳이 내가 살지 않아도 될 삶 누구의 것도 아닌 입술 거기 내 마른 입술을 가...  
195 사람의 등불―고재종(1957∼ )
정조앤
Sep 12, 2021 65
저 뒷울 댓이파리에 부서지는 달빛 그 맑은 반짝임을 내 홀로 어이 보리 섬돌 밑에 자지러지는 귀뚜리랑 풀여치 그 구슬 묻은 울음소리를 내 홀로 어이 들으리 누군가 금방 달려들 것 같은 저 사립 옆 젖어드는 이슬에 몸 무거워 오동잎도 툭툭 지는데 어허, ...  
194 인중을 긁적거리며―심보선(1970∼)
정조앤
Sep 03, 2021 157
내가 아직 태어나지 않았을 때, / 천사가 엄마 배 속의 나를 방문하고는 말했다. / 네가 거쳐온 모든 전생에 들었던 / 뱃사람의 울음과 이방인의 탄식일랑 잊으렴. / 너의 인생은 아주 보잘것없는 존재부터 시작해야 해. / 말을 끝낸 천사는 쉿, 하고 내 입술...  
193 꽃말-이문재(1959∼)
정조앤
Sep 03, 2021 146
나를 잊지 마세요/꽃말을 만든 첫 마음을 생각한다/꽃 속에 말을 넣어 건네는 마음/꽃말은 못 보고 꽃만 보는 마음도 생각한다/나를 잊지 마세요/아예 꽃을 못 보는 마음/마음 안에 꽃이 살지 않아/꽃을 못 보는 그 마음도 생각한다/나를 잊지 마세요/꽃말을 ...  
192 흐린 저녁의 말들-임성용(1965∼)
정조앤
Aug 13, 2021 76
따뜻한 눈빛만 기억해야 하는데/경멸스런 눈빛만 오래도록 남았네/얼크러진 세월이 지나가고 근거 없는 절망/우울한 거짓말이 쌓이고 나는 그 말을 믿네 가난하고 고독한 건 그리 슬픈 일이 아니라네/진짜 슬픈 건 누구도 사랑할 수 없다는 것/용기도 헌신도 ...  
191 별이 빛나는 감나무 아래에서-피재현(1967∼)
정조앤
Aug 13, 2021 77
아버지는 가을이 깊어지면 감 따러 오라고 성화를 부렸다 나는 감 따는 게 싫어 짜증을 냈다 내가 얼마나 바쁜 사람인지 아느냐고 감 따위 따서 뭐 하냐고 아버지 돌아가시고 다시 가을이 왔을 때 엄마는 내게 말했다 니 애비도 없는데 저 감은 따서 뭐 하냐 ...  
190 스위스행 비행기-― 김점용(1965∼2021)
정조앤
Aug 13, 2021 43
익룡의 깃털이 비대칭이어서 하늘을 날 수 있었다지만 /이렇게 갑자기 날지는 않았겠지 / 가끔은 적에게 쫓겨 죽은 척도 하고 / 잠시 잠깐 죽는 연습도 하며 / 이 무거운 별에서 이륙하기 위해 죽어라 달리다가 / 덜커덕 죽기도 했겠지 / 한 마리의 익룡이 하...  
189 달빛이 참 좋은 여름밤에―박형준(1966∼ )
정조앤
Jul 26, 2021 91
들일을 하고 식구들 저녁밥을 해주느라/어머니의 여름밤은 늘 땀에 젖어 있었다/한밤중 나를 깨워/어린 내 손을 몰래 붙잡고/등목을 청하던 어머니,/물을 한바가지 끼얹을 때마다/개미들이 금방이라도 부화할 것 같은/까맣게 탄 등에/달빛이 흩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