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레사 수녀의 기도

鄭 木 日

 

 

‘빈민(貧民)의 성녀(聖女)’ 테레사 수녀의 주름진 얼굴을 떠올리며, 그녀의 기도를 듣는 시간이 있다.

인도의 빈민가에서 누더기 옷을 걸친 어린이들을 안고 있는 늙은 테레사 수녀. 손가락이 오거라 붙은 나병환자들의 손을 잡고 얼굴을 비비고 있는 테레사 수녀의 기도는 맑은 눈물 속에서 시작된다.

 

손에 묵주를 든 테레사 수녀의 손은 굶주림에 지치고 병고에서 신음하는 이들의 이마를 짚어주고 있지만, 언제나 기도 속에 젖어 있다.

노벨 평화상은 그녀의 기도에서 없었던 말이다.

 

내가 한 번 하느님의 응답을 받을 수 있는 기도를 청할 수 있게 될 때까지 얼마나 눈물을 많이 흘려야 되는지요. 마음속에 쌓인 욕망의 먼지를 다 씻어내고 내 영혼이 비칠 맑은 마음을 가질 수 있게 될 때까지, 얼마나 세속에 물든 생각들을 퍼내어야 되는지요.

 

기꺼이 생명까지를 내어 놓는 참다운 용기를 가지기 위해서는 얼마나 순수한 영혼을 지녀야 되는지요. ‘나’라는 영육을 한 줌의 재도 남기지 않고 어떻게 태워야 될까요. 살이 타는 고통,뼈가 타는 아픔을 기쁨의 극광으로 맞아들이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한 개의 빵, 육신을 눕힐 수 있는 자리, 한 조각 몸에 걸칠 옷을 나보다 더 궁핍한 이들을 위해 기꺼이 내놓을 수 있도록 그런 마음의 자유를 어떻게 하면 누릴 수가 있을까요.

 

우주여행이 실현되는 인류의 찬란한 꿈이 21세기 앞에 펼쳐져 있지만, 아직 거리엔 한 개의 빵을 구걸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병고의 신음을 토해내는 죽음 앞에, 절망의 벼랑 끝에 서 있는 이들이 많습니다. 그들의 아픈 신음을, 고통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하얀 손수건이 될 수는 없을까요.

 

기아에 허덕이는 굶주린 자들을 위해 어떤 기도를 드려야만 될까요. 내 영육이 그들의 양식이 될 수만 있다면, 그들을 위해 기꺼이 바칠 수 있게 하십시오. 굶주려 죽어가는 아프리카 어린이들에게 한 모금의 물이 될 수만 있다면, 지금 당장 이 몸을 내드리겠습니다.

 

과학문명의 음지에서 생명, 그 자체를 위협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따스한 손을 잡아주길 원하오니, 그가 가난하다면 그 가난을 내게 주시고, 병자라면 그 병을 나에게 주십시오.

 

나는 한 때 꿈 많은 교사였습니다. 어느 날, 기차를 타고 어느 마을을 지날 때였습니다. 길가에 사람들의 시체가 군데군데 버려져 있었습니다. 창문으로 눈을 커다랗게 뜨고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하나님, 아아 어떻게 해야 합니까?」

그 때 나의 인생행로는 교사의 길로 뻗어 있었으나, 이 순간부터 삶의 길을 바꾸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나의 반짝거리던 꿈과 거리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의 고통, 그 절망과 바꿀 수가 있다면 …. 그 절망에게로 다가가 희미한 사랑의 불빛이 될 수만 있다면 …, 생명을 일으켜 세울 수 있는 용기가 될 수만 있다면!

 

그 때 하나님은 저에게 맑은 눈물을 주셨습니다. 참으로 뜨겁고 큰 용기가 솟구치는 눈물이었습니다. 여태까지 왜 나는 나의 행복만을 생각하며 살아왔던가.

 

나의 관심은 인류의 찬란한 미래가 아닙니다. 우주시대와 과학문명이 아닙니다. 참혹한 현실의 구석구석에서 들여오는 신음소리와 절망의 어둠 속에 가 있습니다.

가난한 사람들과 환자들의 손을 마주 잡고 얘기할 수 있는 것은 사랑의 손 밖에 없습니다.이 어둠의 구석구석을 어루만지는 하얀 손을 제게 주십시오. 제 영혼의 뼈를 불태워 만들게 해주십시오.

 

어떻게 하면 응답받을 수 있는 참다운 기도가 될까요. 어떻게 하면 절망의 어둠을 밝히는 노래가 될까요. 어떻게 하면 굶주린 자들을 위한 한 방울의 시원한 물이 될까요.

 

나의 기도는 목이 마르고 응답에 가슴이 탑니다. 타오르는 촛불의 그 맑은 눈물을 제게 주십시오. 노벨 평화상보다 목마르지 않는 눈물을 주십시오. 그 눈물로 하여금 고통 받는 자들의 마음을 씻어주는 샘이 되게 하십시오. 말씀의 샘, 은총의 샘이 넘쳐서 언제나 제 기도가 목마르지 않게 해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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