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짜가 싫다 / 정임표 

 

 

  시장에서 과일을 사올 때가 있다. 잘 생기고 빛깔이 좋은 놈을 샀는데 집에 와서 보면 속에는 겉과 다른 맛이 없는 잔챙이가 담겨져 있는 경우가 있다. 특히 딸기나 복숭아의 경우는 그 정도가 심하다. 워낙 생물인지라 손님이 그 속을 헤집어 볼 수가 없으니 그리하는 것이다. 

 

 우리가 영웅이라고 부르는 사람에게도 두 가지 유형이 있다. 자기만의 행복을 꿈꾸는 자와 모두의 행복을 꿈꾸는 자가 그것이다. 전자가 지도자의 자리에 오르면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이 그의 꿈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한다. 모두를 위한다며 온갖 그럴 듯한 명분을 만들어 대중을 유인한다. 이들에게 홀려 가면 나라가 망하고 조직이 망하고 가문이 망하고 일신이 망한다. 성경은 이런 자들을 적그리스도라고 부른다. 그리스도인척 하는 가짜 메시아란 것이다. 인류 역사는 이런 가짜들이 영웅이라는 이름을 달고 세상을 억압하자 그런 가짜를 몰아내기 위해서 치열한 싸움을 벌여 온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후세사람들은 역사를 통해서 참을 알려는 노력을 하기 보다는 "승자의 기록"이라며 흠모하고 그들로 부터 온갖 거짓과 권모술수를 배우고 그들처럼 승자가 되고 영웅이 되려는 욕망을 불태운다. 그렇게 자신을 속이면서 한 평생 거짓되게 살다가 연기처럼 사라진다. 

 

 자기 이름을 뽐내기 위해서 문학하는 사람들이 많다. 인간의 거짓된 생각과 행동을 들추어내어 그런 인간들로 하여금 스스로를 부끄러워하도록 만들기 위해서 문학을 해야 할 사람들이 츨발부터 거짓을 추종한다. 나는 가짜 문학인을 만나면 사이비 종교인을 만난 것처럼 구역질이 나도록 싫다. 정말 삼년 전에 먹은 것 까지 다 토해져 나오려고 한다. 사람의 속을 드러 드러내기 위해서 문학을 해야 하는데 작가라 칭하는 자의 속이 거짓으로 가득하니 구토가 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문학을 하려면 자기 마음을 냉정하게 들여다보고 마음 세척부터 해야 한다. 그리고 그 세척된 마음을 죽을 때까지 견지하려는 결심을 하고 글을 써야 한다. “동물 농장” 그 별것 아닌 우화적 소설 한편이 전 인류에게 읽혀졌다. 거짓된 인간이 지도자란 탈을 쓰고 타락해가는 모습을 드러낸 때문이다. 작가는 당신은 그 책 속의 어떤 동물과 닮았느냐고 묻고 있는데 우리는 늘 '나는 돼지 아니다'고 여긴다.

 

 "동물 농장"을 쓴 작가 말고는 우리 모두다는 욕심 많은 돼지가 맞다. 조지 오웰은 자신이 돼지 인 것을 깨우치고 나서  "나는 돼지다"라고 말하고 있지만 그 글을 읽는 나는 내가 돼지인 줄 모르고 있으니 진짜 돼지인 것이다. 

 

 자신이 가짜인지 진짜인지는 자기 자신이 가장 잘 안다. 가짜라면 나는 가짜라고 외치고 나서 진짜 행세를 해야 한다. 그런 가짜는 가짜가 아니다. "세월호 사고", "땅이 꺼지는 싱크 홀 사고" "통풍구가 무너지고" "다리가 무너지고"  "대형건물이 무너지는"  모든 사고는  "우리는 가짜다!"고 온 세상을 향해서 비명을 지르는 참의 울부짖음이다.  부모가 어린 자식을 객지에 내 보낼 때는 사람을 함부로 믿지 말라고 신신 당부를 한다. 사람은 동물과 달리 겉과 속이 다른 경우가 많음으로 보이는 것만 보고 믿었다가는 큰 해를 입는다는 것을 살아 본 지혜로서 아는 것이다. 

 

 나는 가짜가 정말 싫다. 그래서 과일을 살 때마다 주인에게 다짐을 받는다. 겉과 속이 다르면 반드시 반납하러 온다고 확인까지 받는다. 그래도 집에 와서 보면 맛이 형편없는 경우가 있다. 바꾸러 가자니 좀 귀찮은 일이 아니다. 과일 값보다 더 비싼 수고와 속상함을 감당해야 하지만 그대로 두면 그 버릇이 고쳐지질 않으니 성가시더라도 바꾸러 가는 게 옳다. 

 

 60년의 삶을 되돌아보니 내게도 수많은 가짜들이 상처를 입히고 지나갔다. 그래도 용케 오늘날 까지 살아왔다. 나는 가짜의 참 모습을 글 속에서 들추어내는 일을 계속 할 것이다. 그래야 인간이 더 이상 자기 마음을 숨기려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돼지는 깨끗한 곳을 좋아하는 깨끗한 짐승이다. 먹는 일을 중히 여기고 먹을 수만 있다면 귀한음식 천한 음식을 가리지 않는 동물이다. 동물 중에서 오직 인간만이 자신을 미화시키며 겉다르고 속다른 짓을 한다. 돼지가 "동물 농장"에 올려져 나쁘게 묘사된 것은 인간을 위한 또다른 희생이다. 돼지에게 미안하다.  

 

 선악과를 따먹은 하와가 무화과 나무 뒤로 자신을 숨긴 것은 육신이 아니라 속마음이었다. 속 마음은 감춘다고  남들이 모르는게 아니다. 소소한 행동을 통해서 저절로 나타나게되니 말과 행위를 꾸미려 하지 말고 속부터 바꿀 일이다. 그런데 속 마음을 너무 깊숙이 감추다보니 이제는 자신도 자기 참 마음을 알지 못하고 거짓 속에 갇힌다. 그것이 우리 인간의  '원죄'인 것이다. 나는 가짜하고 놀기 싫다.  누구든지 나하고 친구가 되고 싶으면 자신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부터 먼저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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