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gn In

today:
159
yesterday:
780
Total:
1,343,425


추천 수필

Articles 1,686
No.
Subject
Author
Notice 디카에세이 우산-최장순 수필가
정조앤
Jan 06, 2021 1767
Notice 수필가 반숙자 초기작품- 수필집 <몸으로 우는 사과나무> 80편 file
admin
Mar 16, 2016 16728
1546 마루의 품 / 허정진
정조앤
Dec 18, 2023 162
마루의 품 / 허정진 대청마루에 누워본다. 어느 시골 한옥마을의 여름 한낮이다. 한달살이하는 친구가 텃밭에 푸성귀를 따러 간 사이 사지를 뻗고 마루에 몸을 맡겼다. 삽상한 바람이 출렁이고 갓 맑은 푸름이 치렁하다. ‘빨리’란 낱말이 낯설어...  
1545 별 / 윤경화
정조앤
Dec 18, 2023 70
별 / 윤경화 밤하늘의 별이 몇 개인지를 가장 명쾌하게 알려준 사람은 고향에서 머슴살이하던 ‘용이’라는 청년이다. 어린 시절 여름밤이면 마을 조무래기들이 개울의 돌담에 나란히 앉아 이런저런 놀이를 하며 더위를 식혔다. 그 옆에 열아홉 살...  
1544 분갈이 / 박헬레나
정조앤
Dec 18, 2023 37
분갈이 / 박헬레나 이사 갈 날을 앞두고 화분을 선별했다. 버릴 것과 새 거처로 가져갈 것을 골라 흙 만지기 좋은 마당에서 분갈이를 할 참이었다. 화초 죽이기를 밥 먹듯 하는 내 손끝에서 명이 길어 살아남은 것들이 이젠 생과 사의 심판대에 놓였다. 모든 ...  
1543 우울한 귀향 / 구활
정조앤
Dec 18, 2023 72
우울한 귀향 / 구활 이제 이 도시를 떠나야 한다. 젊음을 바친 직장도 미련 없이 버리고 떠나야 한다. 어쩔 수 없이 도시에 살고 있는 미워진 자신까지도 버려야 한다. 날이면 날마다 거듭해 오던 이별 연습도 마감하지 않으면 안 된다. 멋진 귀향, 화려한 이...  
1542 환절기 / 문육자
정조앤
Dec 18, 2023 45
환절기 / 문육자 스산한 바람이 품속으로 왔다. 돌담엔 창백한 햇살이 구르고 있다. 시립미술관에서 나오면 매양 들르는 구두 수선방. 수선과 닦기를 겸하는 곳. 거기엔 몇십 년을 자리 지킴이 아저씨가 구두를 닦다가 하늘을 보곤 한다. 가을이 머뭇거리며 ...  
1541 입동 무렵 / 이두래
정조앤
Dec 14, 2023 84
입동 무렵 / 이두래 들녘은 이미 휴면에 들었나 보다. 드문드문 짚동이 아름으로 서 있고 염소들은 늙어 빈약해진 어미의 젖가슴을 파고들 듯 풀을 찾아 들녘을 헤맨다. 짧아진 해에 성급해진 농부가 잊고 갔는지 논 가에 흙 묻은 장화가 놓였다. 금방 논으로...  
1540 명화를 만나다 / 정영자
정조앤
Dec 14, 2023 64
명화를 만나다 / 정영자 덕수궁미술관으로 가는 길에는 눈발이 날리고 있었다. 상앗빛 계단을 올라 안으로 들어섰다. 주중이라 그런지 전시실은 비교적 한산했고 어두웠다. 전시는 연대와 작가별로 구성하여 전시되고 있었다. 전시장 안을 천천히 걸으며 한 ...  
1539 봄이 / 윤혜주
정조앤
Dec 14, 2023 41
봄이 / 윤혜주 봄이를 봤다. 시장 모퉁이 화장품점 앞이다. 게슴츠레한 눈을 하고 볕 바른 자리에 배시시 드러누워 작은 코를 실룩이고 있다. 새어 나오는 향을 음미하는지, 아니면 이곳에 잠시 머물다 사라진 제 새끼 냄새를 쫓는지 까무룩하다. 쓰담쓰담 토...  
1538 통곡의 철학 / 임헌영
정조앤
Dec 14, 2023 55
통곡의 철학 / 임헌영 한바탕 목놓아 통곡하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닌데도 그걸 참느라 끙끙댈 때가 적지 않다. 누군들 호모돌로리스(Homo Doloris)의 존재가 아닌가. 그럴 때면 나는 직업인 문학평론가답게 명문 속에 나타난 통곡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찾...  
1537 담쟁이, 담장이 되다 / 김원순
정조앤
Dec 10, 2023 39
담쟁이, 담장이 되다 / 김원순 수백의 덩굴 바늘이 일제히 초록실을 꿰었다. 검버섯 핀 담벼락을 수틀 삼아 밤낮으로 수를 놓는다. 웅크렸던 담벼락이 그제야 가슴을 편다. 가붓하다. 땀땀마다 곡진히 수놓은 ‘공생, 우정’이란 꽃말의 잎들. 미풍...  
1536 텃밭 / 김선녀
정조앤
Dec 10, 2023 104
텃밭 / 김선녀 비가 내린다. 테라스 바닥에 빗방울이 피우는 찰나의 꽃들을 본다. 피는 순간 져버리는 꽃이 촘촘하다. 고요한 새벽에 소리로 내리는 꽃을 보며 울컥한다. 비 오는 새벽은 맑은 공기 같으면서도 어둠에 갇힌 숨 같다. 창가에 놓인 전동침대 위 ...  
1535 작은 소수들의 삶 / 이한얼
정조앤
Dec 10, 2023 42
작은 소수들의 삶 / 이한얼 10년 전. 20대 어느 날 광주 터미널에서 내 또래쯤의 한 남자를 봤다. 보통이라면 스쳐 지나갈 행인이었지만 작은 물건 덕분에 나는 그를 무례할 정도로 유심히 관찰했다. 그는 피우던 담배를 손바닥 반 만한 작은 통에 집어넣고 시...  
1534 그 문장은 붉은 방점으로 시작했다 / 라환희
정조앤
Dec 10, 2023 29
그 문장은 붉은 방점으로 시작했다 / 라환희 비는 도솔천을 따라 구부러지며 이어졌다. 장우산 안으로 몸을 사려도 스미는 눅눅함을 피할 수 없다. 무심결에 힘이 들어갔는지 어깨가 결려온다. 힘을 빼며 일주문을 지난다. 한주가 시작되는 월요일이고 비까지...  
1533 비탈에 눈바람 분다 / 강숙련
정조앤
Dec 05, 2023 62
비탈에 눈바람 분다 / 강숙련 부산의 눈은 시부지기 내린다. 참을 만큼 참다 어느 한계에 이르면 비적비적 주춤거리며 내린다. 한 번이라도 먹먹한 가슴에 퍽퍽 주먹질하듯 펑펑 쏟아져보길 기대하지만 경상도 보리문둥이의 안타까운 눈물인 양 질척이다 말기...  
1532 성냥팔이증후군 /김응숙
정조앤
Dec 05, 2023 62
성냥팔이증후군 /김응숙 창안은 환하다. 샹들리에 불빛 아래 크리스마스트리가 반짝인다. 벽난로에서도 불빛이 쏟아진다. 식탁을 둘러싸고 앉아있는 가족들 사이로 가벼운 웃음소리와 식기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섞여든다. 창밖은 까맣다. 달도 보이지 않는 밤...  
1531 달밤 / 최현숙
정조앤
Dec 05, 2023 51
달밤 / 최현숙 물속처럼 고요하다. 차 소리마저 끊긴 마을이다. 아침나절 가루로 내리다가 폭설이 되어 덮인 하얀 세상이 옛이야기에나 나올 듯 적막하다. 눈길을 걷고 싶어 달빛 잔잔한 뜰을 내려선다. 이런 풍경을 태고라 일컫는 것일까. 대문을 나서려다 ...  
1530 지팡이 / 박갑순
정조앤
Dec 05, 2023 41
지팡이 / 박갑순 노부부가 걸어간다. 남편의 팔을 꼭 붙들고 오른쪽 다리를 절룩이며 걷는 부인의 뒤를 간들바람이 따라간다. 조곤조곤 대화를 나누며 걷는 모습이 애잔하면서 다정하다. 물기 마른 노거수가 줄지어 선 아파트 단지 모퉁이에 내려앉은 봄도 걷...  
1529 골목 / 최민자
정조앤
Dec 01, 2023 94
골목 / 최민자 골목은 눈부시지 않아서 좋다. 휘황한 네온사인도, 대형마트도, 요란한 차량의 행렬도 없다. '열려라 참깨!'를 외치지 않아도 스르륵 열리는 자동문이나, 제복 입은 경비원이 탐색하는 눈빛으로 위아래를 훑어 내리는 고층빌딩도 눈에 ...  
1528 물레가 구른다 / 김희숙
정조앤
Dec 01, 2023 39
물레가 구른다 / 김희숙 꽃이 핀다. 손가락을 슬쩍 비트니 오므린 몽우리가 보시시 벌어진다. 흙 한 줌에서 생명력이 살아난다. 허공을 메울 잔가지나 바람에 하늘거릴 이파리 하나 돋지 못한 줄기지만 꼿꼿하게 버티고 섰다. 앞으로도 꽃송이 서너 개쯤은 거...  
1527 윗집 창문 / 조문자
정조앤
Dec 01, 2023 67
윗집 창문 / 조문자 - 2023년 선수필 문학상 귀뚜라미조차 숨을 멎은 듯 사위가 고요하다. 인적 드문 산속에선 창문도 친구여서 불 켜진 윗집 창문을 곧잘 올려다보곤 한다. 능선의 가르맛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통나무를 엇긴 흙담집이 나온다. 집에서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