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나리자 / 페이터  

 

 

'모나리자'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걸작으로서 그의 사상과 예술 양식을 아주 잘 나타내고 있는 본보기가 된다. 상징성에 있어서 이 작품과 비교될 만한 것으로는 듀러의 작품 '우울'이 있을 뿐이다. 거친 상징이 조용하고 우아한 신비의 효과를 어지럽히는 일도 없다. 환상적인 바위로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원형 극장의 모양이 있고, 마치 바닷속의 엷은 광선속에서처럼 그 안에 놓인 대리석 의자 곁에 서 있는 아름다운 자태의 얼굴과 손을 모르는 이는 아무도 없다. 모든 옛 걸작품 중에서 이 작품만이 세월이 흐르면서도 그 아름다움을 해치지 않는 유일한 작품이리라.

창작이 그 절정에 달한 것같이 보이는 작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처럼, 이 작품에는 작가가 만들어 낸 것이 아니라 그에 부여된 어떤 요인이 있다. 한때 바자리의 소유물이었던 반절판의 소묘화 중에 베로키오의 스케치가 있었는데, 이것이 퍽 인상적인 초상화였기에 레오나르도는 소년 시절에 여러 번 이것을 모방하였다. 레오나르도의 모든 작품에 담겨 있는 것, 그리고 뭔가 불길한 징조가 들어 있는 뜻 모를 미소를 연장한 옛 스승의 그림과 근원적인 기준으로 연관짓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이 그림은 초상화이다.

그의 어릴 때부터의 이 영상이 그의 꿈속에 들어 있음을 우리는 알 수 있다. 우리가 역사적인 증명을 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그것이 드디어는 형상화되어 표현된 그의 이상적인 여인상이었으리라는 것을 상상할 수도 있다. 실제 생존하던 플로렌스의 어느 여인과 그의 마음속에 그리던 인물과는 어떤 관계가 있는가? 어떤 신비스러운 친화력에 의하여 이상의 여인과 실제의 여인이 이렇게 떨어져 있으면서도 가까이 함께 자랄 수 있었는가?

그 여인은 처음부터 레오나르도의 머릿속에 무형의 상태로 자라하고 있다가 베로키오의 그림에서 희미하게 형체를 드러내게 되었고 드디어는 라 지오콘다의 집에서 그 완전한 존재가 드러난 것이다. 이 그림이 대부분 초상화 기법으로 그려졌다는 사실은 광대와 플루트 연주가들을 등장시키는 인위적인 수법으로 그녀의 얼굴에 미묘한 표정이 흐르도록 만들었다는 전설도 증명된다. 그러면 이 영상은 실로 끊일 줄 모르는 재기의 노력으로 4년에 걸쳐 완성된 것인가, 아니면 마력의 일필로 4개월 만에 완성된 것인가?

기묘하게도 물가에 드러낸 이 자태는 수천 년에 걸쳐 인간이 원해 온 것을 보이고 있다. 그녀의 머리는 그 위에 '세상의 모든 종말이 다가온' 듯한 머리이며 눈꺼풀은 다소 피곤해 보인다. 이 여인은 내면으로부터, 신기한 사상과 환상적인 공상과 세밀한 정열이 세포마다 조금씩 축적되어 살로 만들어진 미인이다. 잠시 이 여인을 결백한 어느 그리스 여인이나 옛 미녀와 나란히 세워 본다면, 모든 고뇌를 안은 영혼이 그 속에 스며든 이 미녀에 의하여 그들은 얼마만큼의 고통을 받게 될까?

세상의 모든 사상과 경험이 외형을 순화시키고 표현성을 부여하는 힘을 갖고 있는 한, 이 그림에는 그리스의 동물성, 로마의 음탕성, 영적 야망과 상상적 애정을 겸비한 중세의 신비성, 중세기 말경의 이교도의 재현, 그리고 보지아 가문의 죄악들이 부각되어 형태를 이루고 있다. 그녀는 자기가 앉아 있는 주변의 바위보다도 더 노련하다. 그녀는 중세 신화에 나오는 흡혈귀처럼 수많은 죽음을 체험하였기 때문에 무덤의 비밀을 알고 있으며 깊디깊은 바다의 잠수부였으므로 심해의 암영을 잊지 않고 있다.

그녀는 진귀한 비단을 얻기 위해 동방의 상인들과 거래했고 리다처럼 트로이의 헬렌의 어머니도 되었었고 성() 안느처럼 마리아의 어머니도 되었었다. 이와 같은 모든 체험이 그녀에게는 한낱 하프와 플루트 소리에 지나지 않았으며, 변화하는 용모도 만들어지는 섬세함 속에 살아 있으면서 눈꺼풀과 손을 물들였다.

만 가지의 경험을 함께 끌어 모으면 영원한 생명체가 된다는 상상은 오래된 생각이다. 그리고 현대 철학은 인간이란 모든 양식의 사상과 생명에 의하여 만들어지고 그 자체 속에서 종합되는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확실히 모나리자야말로 오래 쌓이고 쌓인 공상의 구상체요, 현대 철학의 상징인지도 모르겠다.

 

월터 호레이쇼 페이터 Walter (Horatio) Pater (1839-1894))영국의 비평가,· 수필가, 인문주의자.

  (1839-1894) 평론집 르네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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