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딜런, 2016 노벨문학상 깜짝 수상 

1965년 1월1일 밥 딜런(왼쪽)과 존 바에즈가 런던에서 함께 있는 모습. 연인이었던 두 사람은 1960년대를 대표하는 포크 뮤지션으로 인권과 자유, 평화를 노래했다. AFP 연합뉴스

1965년 1월1일 밥 딜런(왼쪽)과 존 바에즈가 런던에서 함께 있는 모습. 연인이었던 두 사람은 1960년대를 대표하는 포크 뮤지션으로 인권과 자유, 평화를 노래했다. AFP 연합뉴스

스웨덴 한림원의 ‘깜짝쇼’였다. 13일 저녁 8시(한국시각) 밥 딜런을 2016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발표하자 스톡홀름 현장에 있던 취재진 사이에서는 탄성이 쏟아져 나왔다. 노벨 문학상에 시인이나 소설가 또는 희곡작가가 아닌 가수이자 작사·작곡자가 선정되었다는 사실은 그런 반응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스웨덴 한림원은 딜런의 노랫말이 보여준 “새로운 시적 표현”을 근거로 그에게 수상의 영예를 안겼다. 딜런은 여러 해 전부터 노벨 문학상의 유력한 후보로 꼽혀 왔으며 그의 수상이 타당하냐를 둘러싸고 적잖은 논란도 벌어져 왔다. 스웨덴 한림원의 이번 결정은 ‘문학’의 범주를 한껏 넓힌 ‘사건’으로 받아들여지지만, 논란은 오히려 더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밥 딜런(본명은 로버트 앨런 지머먼)은 1962년 음반 <밥 딜런>을 내며 데뷔한 이래 세계 팝음악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음반을 잇따라 내놓게 된다. 대표곡으로 꼽히는 ‘블로잉 인 더 윈드’(Blowin’ in the Wind)와 ‘노킹 온 헤븐스 도어’(Knockin’ on Heaven’s Door)를 비롯해 ‘더 타임스 데이 아 어 체인징’(The Times They Are a-Changin’), ‘라이크 어 롤링 스톤’(Like a Rolling Stone), ‘미스터 탬버린 맨’(Mr. Tambourine Man) 등은 미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 대중음악에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 존 바에즈, 피터 폴 앤 메리 같은 미국 가수들이 그의 영향권에 속하며 김민기, 양희은 같은 한국 가수들 역시 밥 딜런을 비롯한 미국 포크 음악을 자양분 삼아 활동을 시작했다.

 

1960년대 밥 딜런, 반항과 자유, 사랑과 평화의 상징이었다. <한겨레> 자료사진

1960년대 밥 딜런, 반항과 자유, 사랑과 평화의 상징이었다. <한겨레> 자료사진

스웨덴 한림원은 보도자료에서 그가 포크 가수 우디 거스리 같은 음악가들만이 아니라 초기 비트 세대 작가들과 현대 시인들한테서도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길 위에서>의 소설가 잭 케루악이나 시인 앨런 긴즈버그 등이 그에게 영향을 끼친 문인들로 꼽힌다. 그의 예명도 영국 시인 딜런 토머스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그는 특히 1960년대 반전 저항운동의 중심인물로 활동했는데, 특히 ‘블로잉 인 더 윈드’는 1970, 80년대 한국 학생운동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반항과 자유, 사랑과 평화의 메시지를 담은 음악들로 밥 딜런은 시대의 아이콘이 되었다. 그러나 1960년대 저항음악은 그의 음악 인생 전체에서는 제한된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딜런은 포크와 블루스는 물론 컨트리와 가스펠, 로큰롤, 재즈 등 다양한 음악을 섭렵했다. 그가 1965년 여름 뉴포트 포크 페스티벌에 전기기타를 들고 나와 포크 순수주의자들을 경악시킨 사건은 유명하다. 포크 및 저항음악 추종자들의 비판과 야유에 지친 그는 1966년 순회공연 중 갑자기 공연장을 떠나기도 했다. 올해 그와 함께 노벨 문학상을 놓고 다투었던 미국 작가 돈 드릴로의 소설 <그레이트 존스 거리>의 주인공인 록스타 버키 원덜릭이 순회공연 중 갑자기 공연장을 떠나는 설정은 바로 이 사건을 모델로 삼았다. 딜런은 나아가 1970년대 후반에는 기독교 원리주의에 심취해 복음성가 가수로 활동하는 등 생애 후반기에는 급격한 내면화·보수화의 길을 걸었다.

스웨덴 한림원은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미국 가수 겸 시인 밥 딜런(75)을 선정했다고 13일(현지시간) 밝혔다. 유대인 집안 출신인 딜런은 저항의 메시지를 담은 싱어송라이터로도 잘 알려져 있다. 사진은 지난 2012년 밥 딜런이 프랑스에서 공연하는 모습. (AP=연합뉴스)

스웨덴 한림원은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미국 가수 겸 시인 밥 딜런(75)을 선정했다고 13일(현지시간) 밝혔다. 유대인 집안 출신인 딜런은 저항의 메시지를 담은 싱어송라이터로도 잘 알려져 있다. 사진은 지난 2012년 밥 딜런이 프랑스에서 공연하는 모습. (AP=연합뉴스)

 

 

밥 딜런은 1982년 작곡가 명예의 전당에, 1988년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으며 2000년에 폴라음악상을 수상했다. 1999년에는 <타임>에 의해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명에 뽑히기도 했다. 미국인이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것은 1993년 소설가 토니 모리슨 이후 23년 만이다. 한국에는 밥 딜런의 자서전 <바람만이 아는 대답>(원제 Chronicles)이 2010년에 번역 출간되었다. 이밖에 <음유시인 밥 딜런> <밥 딜런 평전> 등이 나와 있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2012년 5월29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밥 딜런에게 자유의 메달을 걸어주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2012년 5월29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밥 딜런에게 자유의 메달을 걸어주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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