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신아 수필가  첫번째 수필집

<캘리포니아에 비가 내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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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위안받고 새롭게 일어난다/박신아

태양이 사철 내리쬐는 캘리포니아에 살면서도 나는 추위를 잘 탄다. 봄이 되고 시작도 하기 전, 머뭇거리는 사이 여름도 가고 가을이 와 있다.

수필은 문학이란 장르로써 자서전이 될 수 없는 경계에서 문학의 본질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수필은 쓰는 사람의 삶이나 인격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경계에서 조화를 이룬다는 것은 쉽지 않다.

글을 쓰는 행위는 무엇일까?

모든 익숙함에 길들어진 내 땅에서 멀리 떨어져 낯선 세상과 마주하며 자신도 모르게 긴장하며 갈증을 느끼고 사는 사이 나의 정서는 메말라 갔다.

뜨거운 태양아래 사막의 모래밭을 묵묵히 걷는 낙타가 되어 모래 위에 발자국을 남기고 스스로 위안받고 새롭게 다시 일어나는 행위, 그들 중 하나는 나의 글쓰기였다. 문학의 사명이나 수필의 정석이나 이론 같은 것은 마음에 두지 않았다.

글을 쓰는 시간에는 남태평양의 바닷가 살랑이는 물속에 발을 담그고 어릴 적 앞마당에 빨갛게 무더기진 다알리아 곁에 서 있기도 하며 때로는 유럽의 오래된 서채 앞에서 가늠할 수 없는 시간을 헤아려 보기도 한다.

글쓰기는 삶의 버거운 현장과 꿈꾸고 상상하는 삶의 중간지대에 있는 나의 메자닌(Mazzanine)이자 피난처이다.

2020년 가을 박신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