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음이 그대로 행복입니다

― 2016년 새해의 생각

 

나태주(시인, 공주문화원장)

 

날마다 날마다 같은 날 비슷한 날이라 생각하시나요?

아니어요 언제나 어제는 죽은 날이고 오늘만이

새롭게 태어나는 날 새 날이어요

 

날마다 날마다 같은 사람 비슷한 사람이라 우기시나요?

아니어요 언제나 어제의 우리는 죽고 오늘의 나만이

새롭게 눈 뜨는 사람, 새 사람이어요

 

무엇보다도 우리가 오늘도 씩씩하게 숨 쉬고

무탈하게 살아가는 사람인 것이 먼저 행운이요 감사요 기적이어요

아침에 잠깨어 눈부신 햇빛을 보고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

공짜로 들음이 그냥 그대로 감격이요 행복이어요

 

그동안 너무 많은 것들을 꿈꾸셨던가 봐요

너무 큰 것을 바라고 너무 멀리 있는 것들을 그리워했던가 봐요

부디 발밑을 보고 둘레에 있는 것들 가운데 소중한 것

안쓰러운 것 사랑스러운 것들을 찾아보시기 바래요

 

왜 없겠어요 하나하나 우리가 이미 받은 소중한

선물들이 얼마나 많겠는지요

나의 가족이 먼저 선물이고 이웃이 선물이고 이 세상이

그냥 그대로 반짝이는 선물이 아니겠는지요

 

무엇보다도 우리가 너무 빨리 너무 사납게

앞으로만 달려오지 않으셨는지 걱정이어요

오로지 나 하나만을 고집하며 이 자리에

서 있는 게 아닌지 많이 염려스럽구요

 

부디 옆자리를 보시고 뒤를 좀 보시기 바래요

숨이 차서 손 내미는 누군가가 있고 저 멀리

같이 가자 손 흔드는 누군가가 또 있을 거예요

실은 그 사람이 바로 우리 자신 또 하나의 나예요

 

그와 손을 잡고 그를 기다려 발걸음 가지런히 할 때

우리의 마음은 더욱 따뜻해지고

우리의 숨결은 더욱 편안해지고 우리는 스스로

다행스런 사람이 되지 않을런지요

 

그래도 하루하루 살아가기가 벅차시다구요?

왜 아니겠어요 저절로 그냥 살아지는 삶이 아니라

물고기 비늘 지느러미 파닥이며 살아가는 삶이라 여기시고

나아가 끝끝내 살아내는 삶을 찾으시기 바래요

 

날마다 날마다 우리의 삶은 새로운 삶

날마다 날마다 우리는 스스로 새로 태어나는 사람

하루하루 살아있음이 기적이요 감사요 행운일 바에

내 오늘 당신을 조금은 과격하게 사랑하고

지나치게 그리워함을 부디 나무라지 마시기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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