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문학광장 198 - 이 작가를 말한다. 2020. 11. 25. 수. 오후 3시. 문학의집 서울

 

<유혜자 수필가를 말한다>

 

최원현

 

유혜자 수필의 특성은 시간을 중시하되 과거 현재 미래를 잘 아우르는 순리로운 작품을 빚어낸다는 것이다. 수필이 대개 그렇다지만 그의 수필에선 특히 과거를 아주 중시하여 그 과거 속 사건을 기억의 미학으로 아름답게 승화해 낸다. 삶이란 끊임없이 과거를 생산해 내는 작업이다. 그러나 현재로부터 과거로 돌아가 본 삶에서도 유혜자는 그 흘러가버렸던 것을 소중한 추억으로 회억시켜 그것을 도 새로운 의미로 되살려낸다. 마치 살아있는 자가 과거의 사람 창고로부터 삶의 흔적을 보물로 발굴해 내는 것처럼 그의 수필은 읽는 이에게 그런 감격과 공감을 갖게 한다.

유혜자의 수필적 특성 또 하나는 테마 수필이다. 수필가들은 자기 안에 내재되어 있는 숨어있는 기억들을 조금씩 발굴해 내어 작품화하지만 유혜자는 과거의 것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기억으로 묻혀있던 그만의 삶의 향기를 들춰내어 수필이란 형식 그것도 하나의 테마로 연결고리를 갖는 수필을 구축해 낸다. 그 진수가 바로 음악에세이다.

그는 음악의 바다로 말하는데 그만큼 단순한 음악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자신의 음악적 지식을 최대한 활용하여 그 음악이 만들어진 동기와 그 시대의 삶을 조명도 하고 그 음악을 통해 자신 삶과 어린 날의 추억과 현실을 유연하고 조화롭게 아우르면서 누에고치에서 나비가 우화하듯 음악이 문학으로 가는 또 하나의 서정적 아름다움을 겪게 한다. 그렇게 음악을 ‘듣기’로가 아니라 ‘읽기’ 곧 ‘보기’로까지 독자에게 내보이는 음악에세이들은 독자들에게 듣는 맛에서 읽는 맛으로 입맛이 바뀌는 놀라운 체험을 준다.

수필이 무언가. 한 사람 영혼을 위해 촛불 하나 밝혀줄 수 있다면 얼마나 위대한가. 유혜자는 자신의 모든 삶이다시피 했던 음악에서 얻은 것들을 문학으로 형상화 하되 읽는 이의 영혼에 한 자루 촛불을 켜는 심정으로 글을 쓴다. 그리고 뜨겁고 향긋한 커피 한 잔처럼 함께 수많은 말 대신 흐르는 선율로 가슴에 스며들게 한다.

유혜자에게 있어서 음악은 삶이었다. 하지만 그 삶의 음악을 다른 사람에게 전하는 작업은 직접적인 음악보다 간접적인 문학이 오히려 전달력이 크다고 보았다. 유혜자의 수필이 갖는 맛이 여기에 있다. 문학이건 음악이건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지만이 혼탁한 세상을 살면서 음악과 문학은 다 같이 휴식과 위안과 지혜를 주고 마음을 정화해 줄 수 있는 숲 속의 벤치 같은 것이라는 희망을 음악 읽기로 선물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테마수필로서의 음악에세이 5권은 문학적 업적이기도 하지만 실은 그의 작은 한 부분이다. 근자엔 문화재수필이라는 새로운 영역도 개발하고 있다. 그렇고 보면 초기(1970-80년)의 다양한 서정적 글쓰기들과 중간(2000년 전후)의 테마수필 그리고 최근작 수필들까지 유혜자 수필은 끊임없이 새로움을 추구하며 수필의 발전에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하겠다.

 

최원현/수필가·문학평론가·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월간 한국수필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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