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의 문장/ 이정림의 수필쓰기 중에서

 

모든 장르의 문학은 문자로써 자기의 감정과 사상을 나타낸다. 그런데 서술부, 즉 지문으로만 끌어가는 수필에서는 무엇보다도 특히 문장이 중요시된다. 수필의 문장은 다음과 같아야한다.

 

  첫째, 간결해야 한다.

대체로 원고지 13장 내외 라는 수필이 갖는 길이의 보편적인 제한성 때문에도 수필의 문장은 간결해질 수밖에 없다. 간결할수록 문장은 탄력을 지니게 되고 함축은 여운을 동반하게 된다.

 

  둘째, 소박해야 한다.

소박하다는 것은 아름답기 위해 일부러 꾸미지 않는 것을 뜻한다. 감동은 진솔한 데서 오며, 진솔함은 소박한 문장에서 빛이 난다. 수필에서 아름다운 문장이란 미사여구가 동원된 문장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문법에 맞는 완벽한 문장으로서, 글의 깊이에 가라앉아 있는 철학이 공감의 빛을 발하는 문장을 말한다. 수필에서 지나친 수식은 문장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셋째, 평이해야 한다.

일부러 어렵고 현학적인 말을 쓰려고 과시하거나, 일부러 잘 안 쓰는 고어를 찾아내어 쓰려고 애쓸 필요가 없다. ‘문장삼이라는 말이 있다. 보기 쉽고, 알기 쉽고, 읽기 쉬운 문장을 쓰라는 것이다. 서머싯 몸도 나는 독자에게 자기가 쓴 글의 뜻을 이해하도록 노력해달라고 요구하는 작가들에 대해서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고 했다지 않은가.

식자층에서 흔히 저지르기 쉬운 잘못은 글을 어렵게 쓴다는 것이다. 글을 어렵게 쓰는 필자는 자신이 해야할 말을 완전히 소화하지 못했거나 아니면 문장 수련이 덜된 사람이다. 그것도 아니라면 글을 어렵게 쓰는 것이 잘 쓰는 것인 양 잘못 알고 있는 사람일 뿐이다.

 

  문장은 말하는 듯이 자연스럽게 써야 한다. 어떤 문장을 표현할 때 유난히 고생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는 문장에 매달리지 말고 옆 사람에게 이 내용을 입말로 한다고 가정해보면 금방 해결이 난다.

 

  말이 곧 글인 것이다. 그러나 말과 글이 본질적으로 다른 점은, 말은 문법적으로 완벽하지 않아도 듣는 사람이 알아들을 수 있지만 글은 문법적으로 완벽해야 독자가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려운 말을 어렵게 쓰는 것은 쉽다. 그러나 어려운 말을 쉽게 쓰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헤밍웨이 같은 대 문호도 글을 쉽게 쓰는 것이 더 어려운 법이라고 했다면, 글을 쉽게 쓴다는 것은 결코 아무렇게나 쓴다는 뜻이 아님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이 어떤 내용의 글이라도 쉽게 쓸 수 있다면, 당신은 이미 문장의 고수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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