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고수에게 듣는다] ‘글쓰기 만보’ 저자, 소설가 안정효

 

불필요한 접속사 없애야 글에 힘이 생긴다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읽기에 쉬운 글이 가장 쓰기 어렵다고 했다. 쉽게 쓴 글은 막 쓴 글이다.

아무렇게나 쓴다면 글쓰기가 쉽다. 하지만 그런 글은 사람들이 읽어주려고 하지를 않는다.

소설가 안정효 씨는

“일기 한 편을 쓰더라도 미련할 정도로 힘들게 써야 좋은 글이 나온다”며

“한 줄 한 줄 천천히 글을 써나가면서 단어 하나하나에 신경을 쓰고

정성을 들여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좋은 글을 쓰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가장 먼저 할 일은 소리 내어 읽기에 부자연스러운 말을 없애고,

여러 차례 반복되는 똑같은 표현을 다양한 어휘로 바꾸는 일이다.

 

‘있다’ ‘것’ ‘수’ 세 단어는 글쓰기의 3적(敵)

안정효씨는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처음 몇 달 동안 그들이 써놓은 글에서

‘있었다’와 ‘것’과 ‘수’라는 단어를 모조리 없애는 훈련을 집중적으로 시킨다.

대부분의 한국인은 이 세 단어를 문장에서 너무 자주 사용한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길거리에서 사람들이 싸우고 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구경을 하고 있다.

그래서 글이 꽉 막혀 있다. 신경질이 난 운전자들이 경적을 울려대고 있다.

한 청년이 디카로 이 장면을 찍고 있다.”

 

위 문장에서 ‘있다’를 모조리 없애보자. 그래도 진행형은 멀쩡하다.

오히려 문장이 간결해져서 힘이 생긴다.

 

“길거리에서 사람들이 싸운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구경한다.

그래서 길이 꽉 막혔다. 신경질이 난 운전자들이 경적을 울려댄다.

한 청년이 디카로 이 장면을 촬영한다.”

 

‘것’ 또한 ‘있다’와 마찬가지로 최대한 절제해야 한다.

“집으로 오고 있었던 것이다”라는 표현을 놓고 생각해보자.

먼저 ‘있다’를 없애버리면 “집으로 왔던 것이다”가 된다.

‘것’도 가차 없이 자르고는 “집으로 왔다”라고만 해도 글 전체의

흐름에는 별 문제가 없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진행의 과정이 훼손되어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있다’를 없애면서 ‘진행’ 상태를 살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것’을 고치라고 하면 대부분의 학생들은 단순히 ‘것’이라는

단어를 ‘일’ 따위의 다른 단어로 바꿔놓으려고 안간힘을 쓴다.

‘것’을 전부 ‘일’로 바꾼다고 해서 좋은 글이 나오지 않는다.

이럴 때는 글을 아예 새로 써야 한다.

“집으로 오고 있었던 것이다”를 “집으로 오던 길이다”라고 바꿔 쓴다.

 

‘~할 수’는 ‘can(be)’라는 영어식 표현에서 비롯됐다.

“누전을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광우병에 걸릴 수도 있습니다”

같은 경우가 그러하다. 이런 표현은 “누전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광우병에 걸릴지도 모릅니다”라는 식으로 다양화하면,

우리말 같지 않은 어색함이 사라지고 훨씬 자연스럽게 들린다.

 

접속사를 최대한 줄여라

어떤 원칙을 안다고 해서 실천하기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안 씨는 가장 지키기 어려운 원칙으로 ‘접속사 제거하기’를 꼽았다.

그는 “대학생 시절, 루돌프 플래시의 ‘잘 읽히는 글쓰기’를 읽다가

‘자신이 쓴 글에서 접속사를 모두 없애라’는 놀라운 교훈을 발견했다”며

“플래시는 그렇게 하더라도 글의 흐름이 전혀 막히지 않고,

오히려 모든 문장이 맑은 물소리를 내며 잘 흐를 것이라고 했다”라고 덧붙였다.

‘그로부터’ ‘그러므로’ 따위의 단어로 앞문장과 뒷문장을 연결 지으려

애쓸 필요도 없다. 정 없애기가 어려우면 ‘그렇기 때문에’를 ‘그래서’로 바꾸는 등

글자 수를 하나라도 적은 것으로 바꾼다.

예를 들어보자. 보통 사람들의 초보적인 글쓰기는 이런 식이다.

 

“그래서 나는 학교로 갔다. 그리고 나는 아이들을 만났다.

그러고는 우리들은 같이 어울려 영화 얘기를 했다.

그런 얘기가 너무 재미있었기 때문에 우리들은 두 시간 동안이나 영화 얘기를 했고,

그러다 보니 한두 명은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까닭에 자리를 떴다.

그래서 나머지 우리들만 빵집으로 가서 하던 얘기를 계속했다.”

위 글에서 아돌프 플레시가 없애라고 한 단어에 밑줄을 치고 무작정 잘라내 보자.

그러면 이런 글이 남는다.

“나는 학교로 갔다. 아이들을 만났다. 우리들은 같이 어울려 영화 얘기를 했다.

너무나 재미있어 우리들은 두 시간 동안이나 영화 얘기를 했고,

한두 명은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자리를 떴다.

나머지 몇 사람만 빵집으로 가서 얘기를 계속했다.”

과연 앞뒤 문장이 토막 나서 연결이 안 되는가? 아니다.

모든 문장이 간결해지고 압축된 문장에서 외려 폭발력이 생겨난다.

 

주저하지 말고 마침표를 찍어라

안 씨는 젊고 힘 있는 문장을 쓰는 몇 가지 요령을 제시했다.

우선,

명사와 동사를 눈에 잘 띄게 전진 배치한다.

동사는 끊임없이 움직이고, 동사는 힘의 증거이다.

무리가 가지 않을 경우에 한해서 부사는 형용사로

바꾸고 형용사는 가능하면 동사로 바꿔본다.

 

‘그는 태만하게 근무한다’보다 ‘그는 일솜씨가 게으르다’가 조금 더 힘 있어

보이고 ‘휘청거리며 걷는다’보다는 ‘휘청거린다’가 강하다. ‘빠르게 말한다’보다는

‘말이 빠르다’가 의미의 전달 속도가 빠르고, ‘많은 눈이 내렸다’보다는

‘눈이 쏟아졌다’는 표현이 훨씬 생동한다.

 

마땅히 남아야 할 공간을 억지로 채우려고도 하지 말자. 해야 할 얘기,

하고 싶은 얘기가 끝났는데도 억지로 지면을 채우기 위해 덧붙이는

글은 비만성 지방질이다. 이 원칙은 문장을 쓸 때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하나의 문장을 다 썼으면 주저하지 말고 마침표를 찍어라. 멋을 부리려고

쓸데없이 문장을 잡아 늘이고 미사여구를 덕지덕지 붙이지 말라는 뜻이다.

하나의 단락을 구성할 때도 마찬가지다.

기승전결을 갖춘 단락이 이뤄지면 주저하지 말고 줄을 바꿔야 한다.

한 편의 글을 마무리할 때도 쓰고 싶은 얘기를 다 썼으면 훌훌 털고

자리에서 일어서야 한다. 자꾸만 살을 붙이면 그 작품은 너덜너덜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