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이 발에 맞으면/오쇼

 

  장자는 꽃이다. 매우 드문 꽃이다. 붓다나 예수보다도 드문 꽃이다. 붓다나 예수는 노력을 강조하지만 장자는 그렇지 않다. 그는 오히려 노력 없음을 강조한다.

 

  노력을 통해 많은 것을 이룰 수 있다. 하지만 노력 없음을 통해서는 더 많은 것들이 가능하다. 많은 것들을 의지를 통해 이룰 수 있다. 하지만 의지 없음을 통해서는 더 많은 것들을 이룰 수 있다. 나아가 의지를 통해 이룬 것은 무엇이든 늘 짐으로 남을 것이다. 늘 하나의 갈등, 내면의 긴장으로 남을 것이다. 그래서 어느 순간엔가 이룬 그것들을 다시 잃고 만다. 그대는 끊임없이 그것을 유지시켜야만 한다. 그리고 그것을 유지시키는 데는 또 다른 에너지가 필요하며, 마침내 그대는 지쳐서 쓰러진다.

 

  오직 노력 없음을 통해 이룬 것만이 짐이 되지 않을 것이다. 짐이 아닌 것만이 영원할 수 있다. 어떤 식으로든 부자연스럽지 않은 것, 오직 그것만이 영원히 그대와 함께 남아 있을 수 있다.

 

  장자는 말한다. 진정한 것, 신에 속한 것, 본래의 존재에 속한 것은 자기 자신을 완전히 잊어비릴 때만 이룰 수 있다고. 그것을 이루기 위한 노력조차 장애물이 된다고. 노력이 있을 때는 자기를 잊어버릴 수 없다. 그리고 자기를 잊기 위한 노력조차도 장애물이 된다.

 

  그대가 어떻게 그대 자신을 잊으려고 노력할 수 있는가? 모든 노력은 에고에서 나오며, 노력을 통해서는 에고가 강해지기만 할 뿐이다. 에고는 하나의 병이다. 그러므로 노력을 완전히 잊어야 한다. 어떤 노력도 행해서는 안 된다. 완전히 자기 자신을 잊어야 한다. 이제 갓 태어난 어린아이로 다시 돌아가야만 한다.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모르는, 어떤 구분도 없는…. 일단 마음속에 구분이 일어나면, 일단 이것이 옳고 저것이 그르다는 것을 분별하면, 이미 병든 것이다. 그때는 진리에서 한없이 멀어진다.

 

  어린아이는 자연 상태 그대로 산다. 그는 전체적이다. 그는 어떤 노력도 하지 않는다. 노력한다는 것은 곧 자기 자신과 싸우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마음의 한 부분은 찬성하고 다른 부분은 반대한다. 그래서 노력이 뒤따르는 것이다.

 

  이것을 기억하라. 그대는 많은 것을 이룰 수 있다. 특히 이 세계에서는 노력을 통해 많은 것을 이룰 수 있다. 노력은 공격적이기 때문이다. 노력은 폭력적이고 경쟁적이다. 그러나 진리의 세계에서는 노력을 통해선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그리고 노력으로 시작한 사람은 마지막에 가서는 그것을 버려야만 한다.

 

  고타마 붓다는 6년 동안 고행을 했다. 끊임없이 명상하고 노력했다 고행자가 되어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했다. 어떤 시도도 해보지 않은 것이 없었다. 그는 자신의 전 존재를 걸었다. 하지만 그것은 노력이었다. 에고가 그곳에 있었다. 그래서 번번이 실패했다.

 

  궁극에 가서는 에고만큼 실패하는 것도 없다. 이 세계에서는 에고만큼 성공하는 것도 드물다. 물질의 세계에서는 에고만큼 성공하는 것이 없다. 그러나 존재의 세계에서는 에고만큼 실패하는 것도 없다 상황이 정반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그 둘의 차원이 정반대이기 때문이다.

 

  붓다는 철저히 실패했다. 6년의 노력 후 그는 완전히 좌절했다. 문자 그대로 ‘완전히’좌절한 것이다. 거기 단 한 조각의 희망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 완전한 절망 속에서 그는 모든 노력을 포기했었다. 그는 이미 이세상을 포기했었다. 이미 자신의 왕국을 포기했었다. 눈에 보이는 이 세계에 속한 일체를 뒤에 버리고 떠났다. 이제 끝없는 노력으로 6년을 보낸 뒤 그는 진리의 세계에 속한 것들까지 모두 포기했다. 그는 완전한 진공 상태, 텅 빈 상태에 빠졌다. 그리고 그날 밤, 지금까지와는 질적으로 다른 편안한 잠을 잤다. 왜냐하면 에고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질적으로 다른 침묵이 그의 내면에 찾아왔다. 노력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질적으로 전혀 다른 존재 상태가 그날 밤 그에게 일어났다. 아무 꿈이 없었기 때문이다.

 

노력이 사라지면, 어떤 것도 불완전하지 않으면, 그때 꿈은 필요없다. 꿈이란 어떤 것을 완성시키기 위한 것이  다. 낮 동안에 미완성인 채로 남은 것이 있을 때 그것은 꿈속에서 완성된다. 인간의 마음은 모든 것을 완성하려는 경향이 있다. 완성된 것이 아니면 마음이 불편해진다. 그래서 그것을 완성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그래도 미완성이면 꿈속에서 그것을 완성시킨다. 욕망이 있는 곳에 꿈이 있을 수밖에 없다. 욕망은 곧 꿈이기 때문이다. 꿈은 욕망의 그림자다.

~이하 하략

 

출처_『장자, 도를 말하다』오쇼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