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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산책

Articles 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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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ice 안도현의 시와 연애하는 법 (#1~ #26)
정조앤
Jan 19, 2022 1655
Notice 시인을 만드는 9개의 비망록 / 정일근 file
정조앤
Apr 05, 2016 1642
297 내가 천사를 낳았다―이선영(1964∼ )
정조앤
Apr 29, 2023 161
내가 천사를 낳았다 배고프다고 울고 잠이 온다고 울고 안아달라고 우는 천사, 배부르면 행복하고 안아주면 그게 행복의 다인 천사, 두 눈을 말똥말똥 아무 생각 하지 않는 천사 누워 있는 이불이 새것이건 아니건 이불을 펼쳐놓은 방이 넓건 좁건 방을 담을 ...  
296 창 / 위선환
정조앤
Apr 17, 2023 116
창 / 위선환 먼 하늘에 뻗어 있는 나뭇가지가 이쪽 공중에 비쳐 보이는 하루입니다 이쪽 공중에 비쳐 보이는 나뭇가지는 비어 있고 먼 하늘에 뻗어 있는 나뭇가지에는 아직 덜 익은 열매가 달려 있습니다 나는 손을 뻗습니다 먼 하늘에 달려 있는, 아직도 익...  
295 뻐꾸기- 박경용(1940∼)
정조앤
Apr 12, 2023 157
(후략) 긴긴 꼬리를 밟아서. 울음 끝 추스림같은 아카시아향의 그날의 내 앙앙울음 하얀 길 위에 깔린 마알갛게 뜬 아카시아분향 갈앉은 녹음유황 뻐꾸기를 따라서. 내 어린 날의 그 울음 속 아직 하나도 늙지 않은 맨발에 아장걸음 발가숭이에 까까머리 내 ...  
294 벚꽃엔딩 / 박기준
정조앤
Apr 12, 2023 160
벚꽃엔딩 / 박기준 새벽 4시가 이불을 흔들었다 놀라 잠에서 깬 자명종 새벽이 풍경을 보고 있다 고층 아파트 몇 집은 어둠을 밝히고 욕망과 뒤섞인 새벽 배송 발걸음 일용할 양식을 배달해 주는 주님도 힘겹고 지하에 사는 사람들 졸음을 태운 버스, 꽃을 보...  
293 릉, 묘, 총―김현(1980∼ )
정조앤
Apr 04, 2023 152
읽기모드 남자 둘이 의릉 보러 가서 의릉은 못 보고 꽃나무 한 그루 보고 왔다 넋이 나가서 나무엔 학명이 있을 테지만 서정은 그런 것으로 쓰이지 않는다 삶이라면 모를까 연우 아빠가 연우 때문에 식물도감을 샀다 웃고 있는 젊은 아빠가 아장아장 어린 아...  
292 사모곡 ―감태준(1947∼ )
정조앤
Apr 04, 2023 193
어머니는 죽어서 달이 되었다 바람에게도 가지 않고 길 밖에도 가지 않고, 어머니는 달이 되어 나와 함께 긴 밤을 멀리 걸었다. ―감태준(1947∼ ) “당신을 사모합니다.” 이런 고전적인 고백에서의 ‘사모’와 사모곡의 ‘사모&...  
291 묘비명 ―박중식(1955∼ )
정조앤
Mar 14, 2023 176
묘비명―박중식(1955∼ )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물은 죽어서 물 속으로 가고 꽃도 죽어 꽃 속으로 간다 그렇다 죽어 하늘은 하늘 속으로 가고 나도 죽어서 내 속으로 가야만 한다. ―박중식(1955∼ ) 우리의 봄은 항상 새봄이다. 조...  
290 호수―조병화(1921∼2003)
정조앤
Mar 06, 2023 219
호수―조병화(1921∼2003)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물이 모여서 이야길 한다 물이 모여서 장을 본다 물이 모여서 길을 묻는다 물이 모여서 떠날 차빌 한다 당일로 떠나는 물이 있다 며칠을 묵는 물이 있다 달폴 두고 빙빙 도는 물이 있...  
289 역―한성기(1923∼1984)
정조앤
Mar 06, 2023 219
역―한성기(1923∼1984)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지나간다 급행열차가 어지럽게 경적을 울리며 이따금 의지할 의자 하나 없고 빈 대합실에는 거기 조그마한 역이 있다 푸른 불 시그널이 꿈처럼 어리는 눈이 오고 비가 오고…&hell...  
288 유리창 ―김기림(1908∼?)
정조앤
Feb 23, 2023 201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여보 내 마음은 유린가 봐, 겨울 한울처럼 이처럼 작은 한숨에도 흐려 버리니…… 만지면 무쇠같이 굳은 체하더니 하로밤 찬 서리에도 금이 갔구료 눈포래 부는 날은 소리치고 우오 밤이 물러간 뒷면 ...  
287 미명의 날― 김남조(1927∼ )미명의 날
정조앤
Feb 17, 2023 200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감당해 주셔야 할 것이나이다 하느님 당신께선 저희의 이런 날을 사람 옆에 사람을 두신 날들을… 목에도 가슴에도 감겨오는 이 미명의 견디며 견디며 살아야지요 사람을 위해 슬퍼하는 것이랍디까 하늘의 ...  
286 동야초―조지훈(1920∼1968)
정조앤
Feb 17, 2023 104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할머니는 무덤으로 가시고 화로엔 숯불도 없고 아 다 자란 아기에게 젖 줄 이도 없어 외로이 돌아앉아 밀감을 깐다. 옛이야기처럼 구수한 문풍지 우는 밤에 마귀할미와 범 이야기 듣고 이불 속으로 파고들던 따슨 ...  
285 절망을 견디는 법 / 김명기
정조앤
Feb 13, 2023 198
절망을 견디는 법 / 김명기 보증 서준 친구가 야반도주를 하고 그 빚을 고스란히 떠안았다 구경해 본 적도 없는 큰 빚이 너무 억울해 배를 내밀어 보았지만 보증서에 핏자국처럼 선명한 날인이 말라갈수록 점점 더 단단하고 큰 빚쟁이가 될 뿐이었다 통장에서...  
284 버드나무 갱년기 / 장석주
정조앤
Feb 13, 2023 205
버드나무 갱년기 / 장석주 금요일 저녁엔 영화관람을 하고 일요일 아침엔 흰 셔츠를 입고 버드나무 성당엘 갑니다 강의 서쪽에 살 땐 자꾸 눈물이 차올라 일없이 강가에 나갔다가 돌아오곤 했지요 내 정수리께 새치가 생기고 당신의 쇄골은 아름답고 숭고했습...  
283 놀고 있는 햇볕이 아깝다 / 정진규
정조앤
Feb 13, 2023 273
놀고 있는 햇볕이 아깝다 / 정진규 놀고 있는 햇볕이 아깝다는 말씀을 아시는가 이것은 나락도 거두어 갈무리하고 고추도 말려서 장에 내고 참깨도 털고 겨우 한가해지기 시작하던 늦가을 어느 날 농사꾼 아우가 한 말이다 ​ 어디 버릴 것이 있겠는가 열매 살...  
282 오늘은 일찍 집에 가자―이상국(1946∼ )
정조앤
Jan 31, 2023 164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오늘은 일찍 집에 가자 부엌에서 밥이 잦고 찌개가 끓는 동안 헐렁한 옷을 입고 아이들과 뒹굴며 장난을 치자 나는 벌 서듯 너무 밖으로만 돌았다 어떤 날은 일찍 돌아가는 게 세상에 지는 것 같아서 길에서 어두...  
281 컵 하고 발음해봐요―김복희(1986∼ )
정조앤
Jan 31, 2023 153
만나자마자/ 컵에 물을 채운다/ 내가 한 번/ 네가 또 한 번/ 너를 위해 얕게/ 나를 위해 네가 또 얕게/ 컵/ 하나에 물을 따르고/ 물을 나누어 마신다/ 네가 한 번/ 내가 또 한 번/ 컵의 완결은 어떻게 나는 걸까/ (하략) 죽기로 작정한/ 개가 온 힘을 다해/ ...  
280 조그만 사랑 노래―황동규(1938∼)
정조앤
Jan 16, 2023 178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어제를 동여맨 편지를 받았다 늘 그대 뒤를 따르던 길 문득 사라지고 길 아닌 것들도 사라지고 여기저기서 어린 날 우리와 놀아 주던 돌들이 얼굴을 가리고 박혀 있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추위 가득한 저녁 하늘에...  
279 힘―박시교(1947∼ )
정조앤
Jan 16, 2023 172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꽃 같은 시절이야 누구나 가진 추억 그러나 내게는 상처도 보석이다 살면서 부대끼고 베인 아픈 흉터 몇 개 밑줄 쳐 새겨 둔 듯한 어제의 그 흔적들이 어쩌면 오늘을 사는 힘인지도 모른다 몇 군데 옹이를 박은 소...  
278 봄 날 - 김기택 (1957~) 1
박진희
Jan 12, 2023 215
봄 날/김기택 할머니들이 아파트 앞에 모여 햇볕을 쪼이고 있다 굵은 주름 가는 주름 하나도 놓치지 않고 꼼꼼하게 햇볕을 채워 넣고 있다 겨우내 얼었던 뼈와 관절들 다 녹도록 온몸을 노곤노곤하게 지지고 있다 마른버짐 사이로 아지랑이 피어오를 것 같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