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
안도현의 시와 연애하는 법 (#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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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앤 |
Jan 19, 2022 |
2719 |
Notice |
시인을 만드는 9개의 비망록 / 정일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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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앤 |
Apr 05, 20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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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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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 인생 / 나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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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숙 |
Oct 06, 20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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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허물을 벗는 것은 전생이 뱀이었기 때문이다 배때기로 흙을 기는 고통보다 붙박이로 서 있는 고통이 더 크리라 눈은 있어도 보지 않는다 입은 있어도 말하지 않는다 속죄를 해도 해도 죄는 남고 허물 벗는 참회의 일생을 누가 알리 몸에 불 들어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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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컵 / 강민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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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숙 |
Oct 04, 20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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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는 손이 없다 누구나 쉽게 잡을 수 있는 손잡이도 없다 도망칠 발도 없다 나에게는 온통 없는 것만 있을 뿐이다 그래서 아무리 펄펄 끓는 물속도 타오르는 불길도 무섭지가 않다 사람들 손에 잠시 들렸다가 버려지는 삼 그램쯤 되는 목숨 하나 덩그러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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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김사인(19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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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앤 |
Oct 01, 20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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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모드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누구도 핍박해본 적 없는 자의 빈 호주머니여 언제나 우리는 고향에 돌아가 그간의 일들을 울며 아버님께 여쭐 것인가 ―김사인(1956∼ ) 소설가 이태준의 수필 중에 ‘가을꽃’이라는 짧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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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감자 / 안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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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숙 |
Sep 25, 20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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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감자가 양푼에 하나 가득 담겨 있다 머리 깨끗이 깎고 입대하는 신병들 같다 앞으로 취침, 뒤로 취침중이다 감자는 속속들이 익으려고 결심했다 으깨질 때 파열음을 내지 않으려고 찜통 속에서 눈을 질끈 감고 있었다 젓가락이 찌르면 입부터 똥구멍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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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막이 오는 순서―조승래(19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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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앤 |
Sep 15, 20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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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내내 방충망에 붙어 울던 매미. 어느 날 도막난 소리를 끝으로 조용해 졌다 잘 가거라, 불편했던 동거여 본래 공존이란 없었던 것 매미 그렇게 떠나시고 누가 걸어 놓은 것일까 적멸에 든 서쪽 하늘, 말랑한 구름 한 덩이 떠 있다 ―조승래(195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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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바라기―이준관(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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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앤 |
Sep 15, 20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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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보리밭 청하늘 종다리 울어대면 어머니는 아지랑이로 장독대 닦아놓고 나는 아지랑이로 마당 쓸어놓고 왠지 모를 그리움에 눈언저리 시큰거려 머언 하늘 바라기 했지 ―이준관(1949∼) 김영하의 산문집 ‘여행의 이유’를 읽다 보면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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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이 가면 작약이 온다 / 신은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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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앤 |
Sep 07, 20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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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소리 / 박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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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앤 |
Sep 07, 20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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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 관한 기억 / 나희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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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앤 |
Sep 07, 20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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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가고 가을 오듯 ―박재삼(1933∼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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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숙 |
Sep 01, 20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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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가고 가을 오듯 해가 지고 달이 솟더니, 땀을 뿌리고 오곡을 거두듯이 햇볕 시달림을 당하고 별빛 보석을 줍더니, 아, 사랑이여 귀중한 울음을 바치고 이제는 바꿀 수 없는 노래를 찾는가. ―박재삼(1933∼1997) 시 ‘울음이 타는 가을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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둑길 / 함명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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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숙 |
Aug 30, 2023 |
173 |
또 갈 곳 잃어 떠도는 나뭇잎이랑, 꼭 다문 어둠의 입속에 있다 한숨처럼 쏟아져 나오는 바람이랑, 상처에서 상처로 뿌리를 내리다 갈대밭이 되어버린 적막이랑, 지나는 구름의 손결만 닿아도 와락 눈물을 쏟을 것 같은 별이랑, 어느새 잔뿌리부터 하염없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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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년생―박준(198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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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숙 |
Aug 27, 20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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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랫집 아주머니가 병원으로 실려 갈 때마다 형 지훈이는 어머니, 어머니 하며 울고 동생 지호는 엄마, 엄마 하고 운다 그런데 그날은 형 지훈이가 엄마, 엄마 울었고 지호는 옆에서 형아, 형아 하고 울었다 ―박준(1983∼ ) 8월 늦장마가 지겹다면 박준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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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 / 박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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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숙 |
Aug 25, 2023 |
193 |
사내는 빨리 발견되길 바랐던 모양이다 산책로에서 겨우 서너 걸음 떨어진 나무에 목을 매었다 포로로 잡힌 무사가 벗어놓은 방패와 투구처럼 자신의 점퍼와 벙거지 모자를 나뭇가지에 걸쳐두었다 벗어놓은 옷과 모자가 그의 생을 온전히 열어젖히지는 못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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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은 저녁에 울음을 삼킨다네―유종(196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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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숙 |
Aug 24, 2023 |
191 |
전깃줄에 쉼표 하나 찍혀 있네 날 저물어 살아 있는 것들이 조용히 깃들 시간 적막을 부르는 저녁 한 귀퉁이 출렁이게 하는 바람 한줄기 속으로 물어 나르던 하루치 선택을 던지고 빈 부리 닦을 줄 아는 작은 새 팽팽하게 이어지는 날들 사이를 파고 들던 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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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고 싶은 마음―박소란(198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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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앤 |
Aug 08, 2023 |
279 |
그러나 울지 않는 마음 버스가 오면 버스를 타고 버스에 앉아 울지 않는 마음 창밖을 내다보는 마음 흐려진 간판들을 접어 꾹꾹 눌러 담는 마음 마음은 남은 서랍이 없겠다 없겠다 없는 마음 비가 오면 비가 오고 버스는 언제나 알 수 없는 곳에 나를 놓아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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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창가에서―김용택(19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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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앤 |
Jul 29, 20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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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교실에 들어서자마자 / 왁자지껄 떠들어대고 교실 창 밖 강 건너 마을 뒷산 밑에 보리들이 어제보다 새파랗습니다 저 보리밭 보며 창가에 앉아 있으니 좋은 아버지와 좋은 스승이 되고 싶다 하시던 형님이 생각납니다 운동장 가에 살구나무 꽃망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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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척1―유병록(198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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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앤 |
Jul 29, 2023 |
168 |
슬픔이 인간을 집어삼킬 수 있다는 사실을 믿지 않은 시절이 내게도 있었다 ―유병록(1982∼ ) 하늘에서 내리는 비는 좋은 것이라고 배웠다. 비가 와야 싹이 트고, 곡식이 자라고, 열매가 맺힌다고 했다. 물은 그보다 더 좋은 것이라고 배웠다. 그것은 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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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서효인(198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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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앤 |
Jul 29, 20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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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가 어디 심사를 맡게 되었다고 하고 오늘은 후배가 어디 상을 받게 되었다고 하고 오늘은 친구가 어디 해외에 초청되었다고 하고 오늘은 그 녀석이 저놈이 그딴 새끼가 오늘은 습도가 높구나 불쾌지수가 깊고 푸르고 오늘도 멍청한 바다처럼 출렁이는 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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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간 고맙지 않아 ―한영옥(19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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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앤 |
Jul 10, 2023 |
327 |
어제의 괴로움 짓눌러주는 오늘의 괴로움이 고마워 채 물 마르지 않은 수저를 또 들어올린다 밥 많이 먹으며 오늘의 괴로움도 대충 짓눌러버릴 수 있으니 배고픔이 여간 고맙지 않아 내일의 괴로움이 못다 쓸려 내려간 오늘치 져다 나를 것이니 내일이 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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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 지난 ― 신철규(198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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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앤 |
Jul 10, 2023 |
255 |
나는 지은 죄와 지을 죄를 고백했다 너무나 분명한 신에게 빗줄기의 저항 때문에 노면에 흥건한 빗물의 저항 때문에 핸들이 이리저리 꺾인다 지워진 차선 위에서 차는 비틀거리고 빗소리가, 비가 떨어져 부서지는 소리가, 차 안을, 메뚜기떼처럼, 가득 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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