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
안도현의 시와 연애하는 법 (#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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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앤 |
Jan 19, 2022 |
2719 |
Notice |
시인을 만드는 9개의 비망록 / 정일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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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앤 |
Apr 05, 20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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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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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밭에서 / 장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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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앤 |
Jul 12, 20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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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밭에서 / 장옥관 옥수수를 추수하려면 낫이 있어야 한단다 시퍼런 날이 선 낫이 있어야 한단다 빛이 어룽댈 정도로 날 선 낫날로 쳐 넘겨야 한단다 그러면 옥수수는 콱, 자빠지겠지 무릎을 잃고 주저앉겠지 초록 비린내가 왈칵, 뿜어져 나오겠지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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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농사 / 김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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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앤 |
Jul 12, 20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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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농사 / 김솜 수목장이 있는 숲길로 접어든다 발자국 소리가 쏘아올린 새떼 떡갈나무 우듬지 끝에 고물고물 놀던 햇살이 반짝, 몸을 턴다 스스럼없이 스크럼을 짜는 초록, 지금 절정이다 서로의 어깨를 감아올린 푸른 연대가 다분하고 다정하다 옥천 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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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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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광의 세계 ―안희연(198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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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앤 |
Jul 08, 20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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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페이지들을 주워 책을 만들었다 거기 한 사람은 살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한 페이지도 포기할 수 없어서 밤마다 책장을 펼쳐 버려진 행성으로 갔다 나에게 두개의 시간이 생긴 것이다 처음엔 몰래 훔쳐보기만 할 생각이었다 한 페이지에 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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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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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음이 있는 방―최영숙(1960∼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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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앤 |
Jul 08, 20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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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 여인이 운다네 다 큰 한 여인이 운다네 이곳은 물소리가 담을 넘는 오래된 동네 나 태어나 여직 한번도 옮긴 적 없다네 그런 동네에 여인의 울음소리 들리네 처음엔 크게 그러다 조금씩 낮게 산비알 골목길을 휘돌아 나가네 햇빛도 맑은 날 오늘은 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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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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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새벽 / 이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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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앤 |
Jul 02, 20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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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새벽 / 이민하 할머니 화장은 왜 하셨어요. 어딜 급히 가시려고 빨간 루주가 어색한 줄도 모르고 문을 열고 바람을 맞고 계세요. 화장 고치는 건 사진 속의 꽃 가꾸는 일보다 쉬운 일이잖아요. 아파트 화단만 지나면 벌통처럼 북적거리는 시장엔 왜 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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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연필을 깎고 싶을 때가 있다 / 황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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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앤 |
Jul 02, 20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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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연필을 깎고 싶을 때가 있다 / 황정희 연필을 깎는다 사각이며 깎여 나가는 소리가 한 사람이 멀리서 뛰어오는 발걸음 소리 같다 저문 안부가 보낼 때마다 하루를 긁적이게 하는 노을의 붉은 빛처럼 수북해져 연필이 깎여 나갈수록 내 생활의 변명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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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꽃은 저물 무렵―이소연(198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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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앤 |
Jun 28, 20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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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에 꽃을 두고 왔다 모래사장에 짐을 내려놓고서야 생각났다 매리골드는 처음이잖아 이러니까 그리운 게 나쁜 감정 같네 누굴 주려던 건 아니지만 두고 온 꽃을 가지러 갈까? 이미 늦은 일이야 그냥 평생 그리워하자 꽃을 두고 왔어 내가 말했을 때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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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국 / 허형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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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앤 |
Jun 22, 20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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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국 / 허형만 흐벅지게 핀 산수국 오져서 차마 아주 떠나지는 못하고 가담가담 오시어 가만히 들여다보는 여우비 갈맷빛 이파리마다 조롱조롱 매달려 가슴 졸이는 물방울 나에게도 산수국처럼 탐스러웠던 시절 있었지 물방울처럼 매달렸던 사랑 있었지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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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안미옥(1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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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앤 |
Jun 17, 20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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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제 영혼은 나무예요 제 꿈은 언젠가 나무가 되는 것이에요 아이가 퉁퉁 부은 얼굴로 주저앉아 있다가 일어나 교실 밖으로 나간다 영혼이란 말은 언제부터 있어서 너는 나무의 영혼이 되어버렸나 영혼은 그림자보다 흐리고 영혼은 생활이 없고 영혼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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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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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듣는 밤 / 최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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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앤 |
Jun 17, 20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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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듣는 밤 / 최창균 그칠 줄 모르고 내리는 빗소리 참으로 많은 생을 불러 세우는구나 제 생을 밀어내다 축 늘어져서는 그만 소리하지 않는 저 마른 목의 풀이며 꽃들이 나를 숲이고 들이고 추적추적 세워놓고 있구나 어둠마저 퉁퉁 불어터지도록 세울 것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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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숭아 / 도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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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앤 |
Jun 17, 20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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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숭아 / 도종환 우리가 저문 여름 뜨락에 엷은 꽃잎으로 만났다가 네가 내 살 속에, 내가 네 꽃잎 속에 서로 붉게 몸을 섞었다는 이유만으로 열에 열 손가락 핏물이 들어 네가 만지고 간 가슴마다 열에 열 손가락 핏물 자국이 박혀 사랑아, 너는 이리 오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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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여름, 가을, 겨울 / 이경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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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앤 |
Jun 11, 20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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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여름, 가을, 겨울 / 이경임 새가 날아갈 때 당신의 숲이 흔들린다 노래하듯이 새를 기다리며 봄이 지나가고 벌서듯이 새를 기다리며 여름이 지나가고 새가 오지 않자 새를 잊은 척 기다리며 가을이 지나가고 그래도 새가 오지 않자 기도하듯이 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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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속 풍경 / 정끝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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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앤 |
Jun 11, 20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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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속 풍경 / 정끝별 깜깜한 식솔들을 한 짐 가득 등에 지고 아버진 이 안개를 어떻게 건너셨어요? 닿는 순간 모든 것을 녹아내리게 하는 이 굴젓 같은 막막함을 어떻게 견디셨어요? 부푼 개의 혀들이 소리없이 컹컹 거려요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발 앞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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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 / 유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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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앤 |
Jun 07, 20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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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 / 유홍준 차가운 냉정 못에 붕어 잡으러 갈까 자귀나무 그늘에 낚싯대 드리우고 앉아 멍한 생각 하러 갈까 손톱 밑이나 파러 갈까 바늘 끝에 끼우는 지렁이 고소한 냄새나 맡으러 갈까 여러 마리는 말고 두어 마리 붕어를 잡아 매끄러운 비늘이나 만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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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표 / 함민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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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앤 |
Jun 07, 20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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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표 / 함민복 판셈하고 고향 떠나던 날 마음 무거워 버스는 빨리 오지 않고 집으로 향하는 길만 자꾸 눈에서 흘러내려 두부처럼 마음 눌리고 있을 때 다가온 우편배달부 아저씨 또 무슨 빚 때문일까 턱, 숨 막힌 날 다방으로 데려가 차 한 잔 시켜주고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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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울음소리―조오현(1932∼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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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앤 |
Jun 01, 2024 |
260 |
한나절은 숲속에서 새 울음소리를 듣고 반나절은 바닷가에서 해조음 소리를 듣습니다 언제쯤 내 울음소리를 내가 듣게 되겠습니까. ―조오현(1932∼2018) ‘내 울음소리’는 현대 시조이다. ‘시조’라는 말을 듣고 나면 조금 더 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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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데, 그 먼 데를 향하여―신경림(1936∼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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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앤 |
Jun 01, 2024 |
232 |
(…) 사람 사는 곳 어디인들 크게 다르랴, 아내 닮은 사람과 사랑을 하고 자식 닮은 사람들과 아옹다옹 싸우다가, 문득 고개를 들고 보니, 매화꽃 피고 지기 어언 십년이다. 어쩌면 나는 내가 기껏 떠났던 집으로 되돌아온 것은 아닐까. 아니, 당초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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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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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 / 오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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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앤 |
May 22, 2024 |
423 |
원시 / 오세영 멀리 있는 것은 아름답다 무지개나 별이나 벼랑에 피는 꽃이나 멀리 있는 것은 손에 닿을 수 없는 까닭에 아름답다 사랑하는 사람아, 이별을 서러워하지마라 내 나이의 이별이란 헤어지는 일이 아니라 단지 멀어지는 일일뿐이다 네가 보낸 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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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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숟가락 / 이정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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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앤 |
May 22, 2024 |
304 |
숟가락 / 이정록 작은 나무들은 겨울에 큰단다 큰 나무들이 잠시 숨 돌리는 사이, 발가락으로 상수리도 굴리며 작은 나무들은 한겨울에 자란단다 네 손등이 트는 것도 살집이 넉넉해지고 마음의 곳간이 넓어지고 있는 것이란다 큰애야, 숟가락도 겨울에 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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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각―남지은(19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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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앤 |
May 17, 2024 |
197 |
새소리는 어디서 왔을까 새도 숲도 없는 이곳에 새소리가 들려왔다면 내 안에서 네 안에서 그도 아니면 신이 있다면 새소리로 왔을까 늪 같은 잠 속에서 사람들을 건져내고 아침이면 문가로 달아나는 반복되는 장난 은빛 깃털만이 신의 화답으로 놓인다면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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