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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산책

Articles 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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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ice 안도현의 시와 연애하는 법 (#1~ #26)
정조앤
Jan 19, 2022 1655
Notice 시인을 만드는 9개의 비망록 / 정일근 file
정조앤
Apr 05, 2016 1642
277 저녁 한때 ―임길택 시인(1952∼1997)
정조앤
Jan 02, 2023 193
뒤뜰 어둠 속에 나뭇짐을 부려놓고 아버지가 돌아오셨을 때 어머니는 무 한 쪽을 예쁘게 깎아 내셨다. 말할 힘조차 없는지 무쪽을 받아든 채 아궁이 앞에 털썩 주저앉으시는데 환히 드러난 아버지 이마에 흘러 난 진땀 마르지 않고 있었다. 어두워진 산길에서...  
276 새해 아침의 기도 / 김남조
이현숙
Jan 01, 2023 147
새해 아침의 기도 / 김남조 첫 눈뜸에 눈 내리는 청산을 보게 하소서 초록 소나무들의 청솔바람 소리를 듣게 하소서 아득한 날에 예비하여 가꾸신 은총의 누리 다시금눈부신 상속으로 주시옵고 젊디젊은 심장으로 시대의 주인으로 사명의 주춧돌을 짐지게 하...  
275 별이 우리의 가슴을 흐른다면―이근화(1976∼ )
정조앤
Dec 26, 2022 189
날이 흐리다/곧 눈이 흩날릴 것이고/뜨거운 철판 위의 코끼리들처럼 춤을 추겠지/커다랗고 슬픈 눈도 새하얀 눈발도 읽어내기 어렵다/저 너머에만 있다는 코끼리의 무덤처럼 등이 굽은 사람들/시곗바늘 위에 야광별을 붙여놓은 아이는 아직 시간을 모른다/낮...  
274 첫눈-이윤학(1965∼)
정조앤
Dec 26, 2022 114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일일이 감아서 묶이는 파김치. 스테인리스 대야에 꽃소금 간이 맞게 내려앉는다. 여자는 털실 뒤꿈치를 살짝 들어올리고 스테인리스 대야에 파김치를 버무린다. 척척 얹어 햅쌀밥 한 공기 배 터지게 먹이고픈 사람...  
273 천국행 눈사람―황유원(1982∼ )
정조앤
Dec 16, 2022 346
(상략) 그러나 그 눈사람은/예전에 알던 눈사람과는 조금 다르게 생긴/거의 기를 쓰고 눈사람이 되어보려는 눈덩이에 가까웠고/떨어져 나간 사람을 다시 불러 모아보려는 새하얀 외침에 가까웠고/그건 퇴화한 눈사람이었고/눈사람으로서는 신인류 비슷한 것이...  
272 까치밥―서종택(1948∼ )
정조앤
Dec 06, 2022 179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상략) 외롭고 슬픗할 때면 감나무 아래 기대 앉아서 저문 햇빛 수천 그루 노을이 되어 아득하게 떠가는 것 보았습니다. 흐르는 노을 그냥 보내기 정말 싫어서 두 손을 꼭 잡고 보았습니다. 그러다가 깜박 밤이 되...  
271 그냥 둔다―이성선(1941∼2001)
정조앤
Nov 26, 2022 203
산 능선도 그냥 둔다. 벌레 위에 겹으로 누운 그냥 둔다. 잡초 위에 누운 벌레도 그냥 둔다. 마당의 잡초도 거기 잠시 머물러 무슨 말을 건네고 있는 내 눈길도 그냥 둔다. ―이성선(1941∼2001) 선생이라는 직업이 점차 사라져 간다고 한다. 아이들은 줄어...  
270 지붕 위의 바위―손택수(1970∼ )
정조앤
Nov 26, 2022 155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노을이 질 무렵이면 혼자서 지붕 위로 올라갔다/그때 나는 새였다 새를 쫓는 고양이였다/지붕을 징검돌 짚듯 뛰어 항구를/돌아다니던 날도 있었다 나도 여울을 건너는 아비의 등에 업혀 있던 바위였다/세상을 버리...  
269 죽은 엄마가 아이에게 ―진은영(1970∼ )
정조앤
Nov 17, 2022 344
진흙 반죽처럼 부드러워지고 싶다 무엇이든 되고 싶다 흰 항아리가 되어 작은 꽃들과 함께 네 책상 위에 놓이고 싶다 네 어린 시절의 큰 글씨를 영원히 기억하고 싶다 학년이 올라갈 때마다 알맞게 줄어드는 글씨를 보고 싶다 토끼의 두 귀처럼 때때로 부드럽...  
268 아름다운 사이 / 공광규
정조앤
Nov 10, 2022 312
이쪽 나무와 저쪽 나무가 가지를 뻗어 손을 잡았어요 서로 그늘이 되지 않는 거리에서 잎과 꽃과 열매를 맺는 사이여요 ​ 서로 아름다운 거리여서 손톱을 세워 할퀴는 일도 없겠어요 손목을 비틀어 가지를 부러뜨리거나 서로 가두는 감옥이나 무덤이 되는 일...  
267 딛고 ―유병록(1982∼)
정조앤
Nov 10, 2022 133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선한 이여 나에게 바닥을 딛고 일어서라 말하지 마세요 어떻게 딛고 일어설 수 있을까 네가 활보하다가 잠들던 땅을, 나를 기다리던 땅을 두 팔에 힘을 잔뜩 주고서 구부러진 무릎을 펼쳐서 어떻게 너를 딛고 일어...  
266 눈―이정록(1964∼)
정조앤
Oct 29, 2022 136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그 짓무른 눈망울을 눈 뜨고도 볼 수 없는 싹눈을 온 힘으로 몸을 굴려 등을 떠미는 게 아니다 너 먼저 들어가라 쭈뼛쭈뼛 자리를 바꾸는 까닭은 맷돌구멍 속 삶은 콩들이 서로 가려주려는 것이다 눈꺼풀이 없으니...  
265 육탁―배한봉(1962∼ )
정조앤
Oct 21, 2022 130
새벽 어판장 어선에서 막 쏟아낸 고기들이 파닥파닥 바닥을 치고 있다 육탁(肉鐸) 같다 더 이상 칠 것 없어도 결코 치고 싶지 않은 생의 바닥 생애에서 제일 센 힘은 바닥을 칠 때 나온다 (하략) ―배한봉(1962∼ ) 산에는 절이 있고, 절 안에는 목어가 있...  
264 초극한 직업―김춘추(1944∼ )
정조앤
Oct 17, 2022 180
초극한 직업―김춘추(1944∼ )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삼짇날부터 쭉, 초가 제비집 옆에 새끼를 밴 어미거미 베틀에 앉았다 북도 씨줄도 없이 ―김춘추(1944∼ ) 한국인에게 제비는 낯설지 않다. 제비를 본 적도 없는 어린애들도 이 ...  
263 가을 기러기―이희숙(1943∼)
정조앤
Oct 07, 2022 162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흰 서리 이마에 차다 무릎 덮는 낙엽길 구름 비낀 새벽달만 높아라 가을 별빛 받아 책을 읽는다 단풍잎 하나 빈 숲에 기러기로 난다 ―이희숙(1943∼) 열일곱 번째 절기, 한로(寒露)가 찾아왔다. 이 바쁜 세상에...  
262 최저의 시―최지인(1990∼ )
정조앤
Oct 07, 2022 155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인간의 공포가/세계를 떠돌고 있다 알 수 있는/사실 비슷한 모양의 빌딩이 줄지어 서 있다 비슷한 모양의 아파트 단지 비슷한 모양의 마음 성내고 있다 사소한 것들/두 손 가득/쓰레기봉투 계단 내려가다 우수수 ...  
261 낙산사 가는 길·3―유경환(1936∼2007)
정조앤
Sep 27, 2022 152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달 수 있을까 무게 산 하나 담긴 달 수 있을까 고요 저 못에 담긴 큰 저울 있어 세상에 달 수 있는 하늘 저울 마음일 뿐. ―유경환(1936∼2007) 가을 하늘이 높아지면 갑자기 세상이 확 넓어진 것처럼 느껴진다....  
260 바다의 용서―정일근(1958∼ )
정조앤
Sep 27, 2022 151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바다는 언제나 우리의 눈물 받아/제 살에 푸르고 하얗게 섞어 주는 것이니 나는 바다에서 뭍으로 진화해 온/등 푸른 생선이었는지 몰라, 당신은/흰 살 고운 생선이었는지 몰라 누군가 용서하고 싶은 날 바다로 가...  
259 가을밤 - 김용택 file
이현숙
Sep 23, 2022 188
 
258 나무에게 보내는 택배―송경동(1967∼ )
정조앤
Sep 07, 2022 166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다시 태어나면 산동네 비탈 굴 껍데기처럼 다닥다닥 붙어 사는 이들에게 시원한 바람이나 눈송이를 배달해주는 씩씩한 택배기사가 되었으면 좋겠네 재벌과 플랫폼 업자들이 다 나눠 먹고 티끌 같은 건당 수수료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