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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산책

Articles 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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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ice 안도현의 시와 연애하는 법 (#1~ #26)
정조앤
Jan 19, 2022 1655
Notice 시인을 만드는 9개의 비망록 / 정일근 file
정조앤
Apr 05, 2016 1642
457 귀뚜라미―이원섭(1924∼2007) new
정조앤
Nov 20, 2024 2
귀뚜라미가 울고 있다. 귀뚜라미가 울고 있다. 가을을 가져다 놓고 저렇게 저렇게 굴리어다 놓고 둘러 앉아서 모두들 둘러 앉아서 귀뚜라미가 울고 있다. 귀뚜라미가 울고 있다. (중략) 휘영청히 달밝은 사경야 밤에 자지도 않고 모두들 둘러 앉아서 소매 들...  
456 골방―박운식(1946∼ ) new
정조앤
Nov 20, 2024 3
내가 자는 골방에는 볍씨도 있고 고구마 들깨 고추 팥 콩 녹두 등이 방구석에 어지러이 쌓여 있다 어떤 것은 가마니에 독에 있는 것도 있고 조롱박에 넣어서 매달아놓은 것도 있다 저녁에 눈을 감고 누우면 그들의 숨소리가 들리고 그들의 말소리가 방안 가득...  
455 연못 유치원―문근영(1963∼ ) new
정조앤
Nov 20, 2024  
올챙이, 수채, 아기 붕어가 같이 다녔대 올챙이는 개구리가 되어 뛰어나가고 수채는 잠자리가 되어 날아가고 지금은 붕어만 남아 연못 유치원을 지키고 있대 ―문근영(1963∼ ) 내가 졸업한 고등학교에서 잠깐 와서 이야기 좀 해달라고 요청이 왔다. 나는 &...  
454 입동 / 정끝별 new
정조앤
Nov 20, 2024 1
입동 / 정끝별 이리 홧홧한 감잎들 이리 소심히 분분한 은행잎들 이리 낮게 탄식하는 늙은 후박잎들 불꽃처럼 바스라지는 요 잎들 모아 서리 든 마음에 담아두어야겠습니다 몸속부터 꼬숩겠지요  
453 벙어리장갑 / 오탁번 new
정조앤
Nov 20, 2024 3
벙어리장갑 / 오탁번 여름내 어깨순 집어준 목화에서 마디마디 목화꽃이 피어나면 달콤한 목화다래 몰래 따서 먹다가 어머니한테 나는 늘 혼났다 그럴 때면 누나가 눈을 흘겼다 —겨울에 손 꽁꽁 얼어도 좋으니? 서리 내리는 가을이 성큼 오면 다래가 터...  
452 비와 문장 / 김경수
정조앤
Nov 08, 2024 32
비가 내린다. 꼬리에 강한 바람을 매단 비가 내린다. 비가 내리는 풍경 속으로 파란 비가 뛰어내린다. 내리는 빗속으로 비가 내린다는 문장이 뛰어간다. 그러니까 거울 속에도 비가 내린다. 안녕이라는 인사말에도 비가 묻어 있다. 내 가슴속 깊이 흐르는 비...  
451 겨울 들판을 걸으며 / 허형만
정조앤
Nov 08, 2024 29
겨울 들판을 걸으며 / 허형만 가까이 다가서기 전에는 아무것도 가진 것 없어 보이는 아무것도 피울 수 없을 것처럼 보이는 겨울 들판을 거닐며 매운 바람 끝자락도 맞을 만치 맞으면 오히려 더욱 따사로움을 알았다 듬성듬성 아직은 덜 녹은 눈발이 땅의 품...  
450 환한 슬픔의 숲 / 안차애
정조앤
Nov 03, 2024 18
환한 슬픔의 숲 / 안차애 아파트도 한자리에 오래 자리잡다 보니 나무가 되어가나 보다 오래도록 바람에 가슴 뜯기며 살다 보니 뿌리가 생겼나 보다 요즘 들어 부쩍 창만 열면 새소리가 바쁘다 새들이 드디어 아파트에 나무처럼 깃들기 시작했다 아침이면 앞 ...  
449 볼록 거울이 있는 방 / 고경서
정조앤
Nov 03, 2024 21
볼록 거울이 있는 방 / 고경서 화병에 꽂아둔 아이리스 갈까마귀 떼울음이 책상에서 시든다 ​ 검은 사각으로 감싼 방 조도 낮은 거울 속엔 버지니아 울프가 뒷모습으로 앉아 있다 입술로 말하는 책들 왜곡된 욕망이 페이지마다 얼비친다 ​ 암막 커튼 틈새로 ...  
448 눈의 달―이수복(1924∼1986)
정조앤
Oct 27, 2024 20
누구하고도 동의하지 않는 낮달. 더러는 아이들에게 손목 붙잡혀 숲길이고 벌길이고 따라 헤매다가도 제물에 차다 이울다 차고 일어나 빛 뿌리고 부서지는 바다 속의 달. 반추의 눈 달. ―이수복(1924∼1986) 1973년에 발표된 시다. 여러분께서 이 시를, 늦...  
447 아름다운 책 / 공광규
정조앤
Oct 27, 2024 18
아름다운 책 / 공광규 어느 해 나는 아름다운 책 한 권을 읽었다 도서관이 아니라 거리에서 책상이 아니라 식당에서 등산로에서 영화관에서 노래방에서 찻집에서 잡지 같은 사람을 소설 같은 사람을 시집 같은 사람을 한 장 한 장 맛있게 넘겼다 아름다운 표...  
446 옹이로 살아가는 법 / 오영록
정조앤
Oct 27, 2024 16
옹이로 살아가는 법 / 오영록 노인이 밭은 기침을 뱉으며 언덕을 오르고 있다 얼마나 옹이를 욱여넣었던지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해 보였다 건네는 인사말이 통통 되받아친다 옹이 먹은 재목은 못질해보면 안다 못하나 받아내지 못하고 통통 튄다는 것은 속에 ...  
445 계란판의 곡선이 겹치는 동안 / 장이엽
정조앤
Oct 22, 2024 12
계란판의 곡선이 겹치는 동안 / 장이엽 트럭 위에 계란판을 쌓고 있는 남자 호잇~~짜 후잇~~짜 추임새를 넣어 가며 흔들 산들 리듬을 타고 있다 아슬아슬 높아지는 탑에 음표를 걸어 주는 저 흥겨운 몸짓, 멀뚱히 쳐다보다가 눈이 마주쳤다 계란판 쌓는 데도 ...  
444 탕약 ―백석(1912∼1996)
정조앤
Oct 14, 2024 36
눈이 오는데 토방에서는 질화로 우에 곱돌탕관에 약이 끓는다 삼에 숙변에 목단에 백복령에 산약에 택사의 몸을 보한다는 육미탕이다 약탕관에서는 김이 오르며 달큼한 구수한 향기로운 내음새가 나고 약이 끓는 소리는 삐삐 즐거웁기도 하다 그리고 다 달인 ...  
443 단풍의 산길-목일신(1913∼1986)
정조앤
Oct 14, 2024 30
서리 내린 가을날 산길을 가면 찬 바람 살랑살랑 불어오고요 찬바람을 타고서 단풍잎들이 사뿐사뿐 길 위에 떨어집니다 바람찬 가을날에 산길을 가면 쓸쓸히 들국화만 피어있고요 떨어진 단풍잎을 밟아서 가면 단풍의 붉은 길이 열리입니다 ―목일신(1913∼...  
442 괜찮아 ―한강(1970∼ )
정조앤
Oct 14, 2024 320
괜찮아 ―한강(1970∼ ) 태어나 두 달이 되었을 때 아이는 저녁마다 울었다 배고파서도 아니고 어디가 아파서도 아니고 아무 이유도 없이 해질녘부터 밤까지 꼬박 세 시간 거품 같은 아이가 꺼져버릴까 봐 나는 두 팔로 껴안고 집 안을 수없이 돌며 물었다 ...  
441 두부 / 조말선
정조앤
Oct 13, 2024 18
두부 / 조말선 응축이라고 했는데 억압이라고 했다 이 방을 소개하자면 거실 겸 주방과 침실, 아니면 단순히 뇌라고 했다 모서리가 많다고 했는데 모가 난 거라고 했다 여러 인격이 겹쳐있다고 했는데 머릿속이 새하얗다고 했다 시작이라고 했는데 이미라고 ...  
440 양파 / 권성훈
정조앤
Oct 13, 2024 15
양파 / 권성훈 어디가 안이고 어디가 바깥인 줄 몰라 문을 벗기면 창이 열리고 또 문으로 벗겨지는 중력 잃어버린 소문처럼 앞뒤가 섞이지도 않는 하늘 속 구름같이 통정 속 통점같이 서로 먼저 잊기 위해 눈물을 잘라내도 곧 사라질 예언은 축문도 없이 새겨...  
439 신문지의 노래 / 허민
정조앤
Oct 13, 2024 9
신문지의 노래 / 허민 나를 스쳐간 독자여 지나온 생을 되돌아보는 밤이다 구멍 난 가슴 한쪽 스스로를 위한 작은 부고 기사 하나 실어보지 못하고 결국 이렇게 끝을 맺는 밤이다 낡은 집 바닥에 젖은 채 누워 한껏 페인트나 풀을 뒤집어쓰거나 먹다 남은 짜...  
438 화살나무 / 김미정
정조앤
Oct 13, 2024 11
화살나무 / 김미정 찌르고 찌르다 지친 허공의 손가락들 추락한 것들은 다 여기 있었구나 꽃들이 급하게 도망가버리는 화단이에요 우린 어느 쪽으로 가고 있나요 잃어버린 방향은 어린 발목부터 시작되었죠 얼룩이 가시를 만들었나요 원하는 방향대로 살고 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