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gn In

today:
553
yesterday:
800
Total:
1,374,409


詩 산책

Articles 404
No.
Subject
Author
Notice 안도현의 시와 연애하는 법 (#1~ #26)
정조앤
Jan 19, 2022 893
Notice 시인을 만드는 9개의 비망록 / 정일근 file
정조앤
Apr 05, 2016 1089
264 산·2 ―한성기(1923∼1984)
정조앤
Apr 04, 2018 159
산·2 ―한성기(1923∼1984) 산을 오르다가 내가 깨달은 것은 산이 말이 없다는 사실이다 말 많은 세상에 부처님도 말이 없고 절간을 드나드는 사람도 말이 적고 산을 내려오다가 내가 깨달은 것은 이들이 모두 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말이 없는 세상에 사람...  
263 목리 / 배문경 (2016 천강문학상 우수상)|
이현숙
Apr 11, 2019 159
                   목리 / 배문경 (2016 천강문학상 우수상)|             장롱 한 짝을 들였다. 친정집 창고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채 자리만 차지하던 장롱이다. 앞은 느티나...  
262 강이 풀리면 ― 김동환(1901∼?)
정조앤
Jan 28, 2020 159
강이 풀리면 ― 김동환(1901∼?) 강이 풀리면 배가 오겠지 배가 오면은 임도 탔겠지 임은 안 타도 편지야 탔겠지 오늘도 강가서 기다리다 가노라 임이 오시면 이 설움도 풀리지 동지섣달에 얼었던 강물도 제멋에 녹는데 왜 아니 풀릴까 오늘도 강가서 기다리다 ...  
261 새 달력 첫날―김남조(1927∼)
정조앤
Jan 03, 2022 159
깨끗하구나/얼려서 소독하는 겨울 산천/너무 크고 추웠던/어릴 적 예배당 같은 세상에/새 달력 첫날/오직 숙연하다 천지간 눈물나는 추위의/겨울 음악 울리느니/얼음물에 몸 담그어 일하는/겨울 나룻배와/수정 화살을 거슬러 오르는/겨울 등반대의 노래이리라...  
260 어머니의 귀 ― 김상현(1947∼)
정조앤
Feb 19, 2019 158
어머니의 귀 ― 김상현(1947∼) 하루 종일 누워만 계신 어머니가 오늘은 이런 말을 하신다 “꼭 네가 내 손등을 톡톡치는 것 같아 눈을 떠 보면 네가 없어야” 하신다 쓸쓸함이 눈시울에 가득하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는 어머니를 부르는 소리일 것이다 ...  
259 꽃―신달자(1943∼ )
정조앤
Apr 15, 2021 158
네 그림자를 밟는 거리쯤에서 오래 너를 바라보고 싶다 팔을 들어 네 속닢께 손이 닿는 그 거리쯤에 오래 오래 서 있으면 거리도 없이 너는 내 마음에 와 닿아 아직 터지지 않는 꽃망울 하나 무량하게 피어 올라 나는 네 앞에서 발이 붙었다. ―신달자(1943&si...  
258 봄 날 - 김기택 (1957~) 1
박진희
Jan 12, 2023 158
봄 날/김기택 할머니들이 아파트 앞에 모여 햇볕을 쪼이고 있다 굵은 주름 가는 주름 하나도 놓치지 않고 꼼꼼하게 햇볕을 채워 넣고 있다 겨우내 얼었던 뼈와 관절들 다 녹도록 온몸을 노곤노곤하게 지지고 있다 마른버짐 사이로 아지랑이 피어오를 것 같고 ...  
257 여행 - 이진명(1955∼ )
정조앤
Aug 27, 2019 157
여행 - 이진명(1955∼ ) 누가 여행을 돌아오는 것이라 틀린 말을 하는가 보라. 여행은 안 돌아오는 것이다 첫 여자도 첫 키스도 첫 슬픔도 모두 돌아오지 않는다 그것들은 안 돌아오는 여행을 간 것이다 얼마나 눈부신가 안 돌아오는 것들 다시는 안 돌아오는 ...  
256 새봄 9―김지하(1941∼2022)
정조앤
May 15, 2022 157
새봄 9―김지하(1941∼2022)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벚꽃 지는 걸 보니 푸른 솔이 좋아 푸른 솔 좋아하다 보니 벚꽃마저 좋아 ―김지하(1941∼2022) 이게 전부냐고 묻는다면 전부라고 답하겠다. ‘새봄’이라는 제목을 단 ...  
255 여간 고맙지 않아 ―한영옥(1950∼ )
정조앤
Jul 10, 2023 156
어제의 괴로움 짓눌러주는 오늘의 괴로움이 고마워 채 물 마르지 않은 수저를 또 들어올린다 밥 많이 먹으며 오늘의 괴로움도 대충 짓눌러버릴 수 있으니 배고픔이 여간 고맙지 않아 내일의 괴로움이 못다 쓸려 내려간 오늘치 져다 나를 것이니 내일이 어서 ...  
254 제주바다 1 ― 문충성(1938∼2018)
정조앤
Dec 26, 2018 155
제주바다 1 ― 문충성(1938∼2018) 누이야 원래 싸움터였다 바다가 어둠을 여는 줄로 너는 알았지? 바다가 빛을 켜는 줄로 알고 있었지? 아니다 처음 어둠이 바다를 열었다 빛이 바다를 열었지 싸움이었다 어둠이 자그만 빛들을 몰아내면 저 하늘 끝에서 빛들이...  
253 꽃 이름을 물었네 / 길상호 2
정조앤
Feb 21, 2021 154
이건 무슨 꽃이야?/꽃 이름을 물으면/엄마는 내 손바닥에 구멍을 파고/꽃씨를 하나씩 묻어 주었네/봄맞이꽃, 달개비, 고마리, 각시붓꽃, 쑥부쟁이/그러나 계절이 몇 번씩 지나고 나도/손에선 꽃 한 송이 피지 않았네/지문을 다 갈아엎고 싶던 어느 날/누군가 ...  
252 이생―하재연(1975∼ )
정조앤
Apr 01, 2021 153
엄마가 나 되고 내가 엄마 되면 그 자장가 불러줄게 엄마가 한 번도 안 불러준 엄마가 한 번도 못 들어본 그 자장가 불러줄게 내가 엄마 되고 엄마가 나 되면 예쁜 엄마 도시락 싸 시 지으러 가는 백일장에 구름처럼 흰 레이스 원피스 며칠 전날 밤부터 머리...  
251 뒤편― 천양희(1942∼)
정조앤
Apr 25, 2022 153
성당의 종소리 끝없이 울려 퍼진다 저 소리 뒤편에는 무수한 기도문이 박혀 있을 것이다 백화점 마네킹 앞모습이 화려하다 저 모습 뒤편에는 무수한 시침이 꽂혀 있을 것이다 뒤편이 없다면 생의 곡선도 없을 것이다 ― 천양희(1942∼) ‘Passion&rsqu...  
250 업어주는 사람 ―이덕규 시인(1961∼ )
정조앤
May 20, 2023 153
오래전에 냇물을 업어 건네주는 직업이 있었다고 한다 / 물가를 서성이다 냇물 앞에서 난감해하는 이에게 넓은 등을 내주는 / 그런 사람이 있었다고 한다 (중략) 병든 사람을 집에까지 업어다주고 그날 받은 삯을 / 모두 내려놓고 온 적도 있다고 한다 / 세상...  
249 대결 ― 이상국(1946∼ )
정조앤
Mar 02, 2019 152
대결 ― 이상국(1946∼ ) 큰눈 온 날 아침 부러져 나간 소나무들 보면 눈부시다 그들은 밤새 뭔가와 맞서다가 무참하게 꺾였거나 누군가에게 자신을 바치기 위하여 공손하게 몸을 내맡겼던 게 아닐까 조금씩 조금씩 쌓이는 눈의 무게를 받으며 더 이상 견딜 수 ...  
248 나 하나 꽃 피어 ―조동화(1949∼ )
정조앤
Dec 27, 2020 152
나 하나 꽃 피어 ―조동화(1949∼ ) 나 하나 꽃 피어/풀밭이 달라지겠느냐고/말하지 말아라/네가 꽃 피고 나도 꽃 피면/결국 풀밭이 온통/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 나 하나 물들어/산이 달라지겠느냐고도/말하지 말아라/내가 물들고 너도 물들면/결국 온 산이...  
247 그 꿈 다 잊으려고-정양(1942년∼)
정조앤
Dec 14, 2021 152
밤마다 꿈을 꾸어도 아침마다 대개는 잊어버리고 어쩌다 한 토막씩 말도 안 되게 남아 있다 나는 한평생 얼마나 많은 꿈을 꾸었나 잊어도 좋은 꿈들이 세상에는 얼마든지 있고, 꿈꾸며 살 날은 얼마 남아 있지 않다 나는 한평생 얼마나 많은 꿈을 잊었나 사는...  
246 고향으로 간다 ― 김용호(1912∼1973)
정조앤
Sep 24, 2018 151
고향으로 간다 ― 김용호(1912∼1973) 어느 간절한 사람도 없는 곳 고향으로 간다 머나먼 날 저버린 고향으로 내가 간다 낡은 옷 훌훌이 벗어버리고 생미역 냄새 하암북 마시며 고향으로 간다 잃어버려, 끝내 잃어버려 없는 고향이라 포개둔 그리움이 한결 짙어...  
245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 ―이원하(1989∼)
정조앤
Jul 15, 2020 151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 ―이원하(1989∼) 유월의 제주/종달리에 핀 수국이 살이 찌면/그리고 밤이 오면 수국 한 알을 따서/착즙기에 넣고 즙을 짜서 마실 거예요/수국의 즙 같은 말투를 가지고 싶거든요/그러기 위해서 매일 수국을 감시합니다/나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