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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산책

Articles 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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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ice 안도현의 시와 연애하는 법 (#1~ #26)
정조앤
Jan 19, 2022 893
Notice 시인을 만드는 9개의 비망록 / 정일근 file
정조앤
Apr 05, 2016 1089
344 상한 영혼을 위하여―고정희(1948∼1991)
정조앤
Nov 13, 2023 72
상한 갈대라도 하늘 아래선 한 계절 넉넉히 흔들리거니 뿌리 깊으면야 밑둥 잘리어도 새 순은 돋거니 충분히 흔들리자 상한 영혼이여 충분히 흔들리며 고통에게로 가자 뿌리 없이 흔들리는 부평초잎이라도 물 고이면 꽃은 피거니 이 세상 어디서나 개울은 흐...  
343 무화과 숲―황인찬(1988∼)
정조앤
Nov 06, 2023 74
쌀을 씻다가 창밖을 봤다 숲으로 이어지는 길이었다 그 사람이 들어갔다 나오지 않았다 옛날 일이다 그 사람이 들어갔다 나오지 않았다 숲으로 이어지는 길이었다 창밖을 봤다 쌀을 씻다가 저녁에는 저녁을 먹어야지 아침에는 아침을 먹고 밤에는 눈을 감았다...  
342 화남풍경-―박판식(1973∼)
정조앤
Nov 06, 2023 71
세상의 모든 물들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운 부력, 상인은 새끼를 밴 줄도 모르고 어미 당나귀를 재촉하였다 달빛은 파랗게 빛나고 아직 새도 깨어나지 않은 어두운 길을 온몸으로 채찍 받으며 어미는 타박타박 걸어가고 있었다 세상으로 가는 길 새끼는 눈도 ...  
341 묵화(墨畵) ―김종삼(1921∼1983)
이현숙
Oct 30, 2023 64
묵화(墨畵) ―김종삼(1921∼1983) 물먹는 소 목덜미에 할머니 손이 얹혀졌다. 이 하루도 함께 지났다고, 서로 발잔등이 부었다고, 서로 적막하다고 ‘묵화’는 먹으로 그린 그림을 말한다. 당연히 흑백이다. 여백도 많다. 채색도 디테일도 빠졌으...  
340 화남풍경-―박판식(1973∼)
이현숙
Oct 29, 2023 67
세상의 모든 물들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운 부력, 상인은 새끼를 밴 줄도 모르고 어미 당나귀를 재촉하였다 달빛은 파랗게 빛나고 아직 새도 깨어나지 않은 어두운 길을 온몸으로 채찍 받으며 어미는 타박타박 걸어가고 있었다 세상으로 가는 길 새끼는 눈도 ...  
339 달아 ― 김후란(1934∼ )
이현숙
Oct 25, 2023 64
달아 ― 김후란(1934∼ )   달아 후미진 골짜기에 긴 팔을 내려 잠든 새 깃털 만져주는 달아 이리 빈 가슴 잠 못 드는 밤 희디흰 손길 뻗어 내 등 쓸어주오 떨어져 누운 낙엽 달래주는 부드러운 달빛으로   이번 추석에는 무슨 소원을 빌까. 달 중에 제일...  
338 석양 / 허형만
이현숙
Oct 23, 2023 70
석양 / 허형만 바닷가 횟집 유리창 너머 하루의 노동을 마친 태양이 키 작은 소나무 가지에 걸터앉아 잠시 쉬고 있다 그 모습을 본 한 사람이 “솔광이다!” 큰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좌중은 박장대소가 터졌다 더는 늙지 말자고 “이대로!&rd...  
337 공부 / 유안진
이현숙
Oct 21, 2023 90
풀밭에 떼 지어 핀 꽃다지들 꽃다지는 꽃다지라서 충분하듯이 나도 나라는 까닭만으로 가장 멋지고 싶네 ​ 시간이 자라 세월이 되는 동안 산수는 자라 미적분이 되고 학교의 수재는 사회의 둔재로 자라고 돼지 저금통은 마이너스 통장으로 자랐네 ​ 일상은 생...  
336 어금니를 뺀 날의 저녁-김성규(1977∼)
이현숙
Oct 20, 2023 77
어린 강아지를 만지듯 잇몸에 손가락을 대본다 한 번도 알지 못하는 감각 살면서 느껴본 적 없는 일들이 일어나서 살 만한 것인가 이빨로 물어뜯는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은 말한다 이를 잘 숨기고 필요할 때 끈질기게 물어뜯으라고 이렇게 부드러운 말 속에 ...  
335 으름넝쿨꽃 ―구재기(1950∼ )
이현숙
Oct 17, 2023 48
으름넝쿨꽃 ―구재기(1950∼ ) 이월 스무 아흐렛날 면사무소 호적계에 들러서 꾀죄죄 때가 묻은 호적을 살펴보면 일곱 살 때 장암으로 돌아가신 어머님의 붉은 줄이 있지 돌 안에 백일해로 죽은 두 형들의 붉은 줄이 있지 다섯 누이들이 시집가서 남긴 붉은...  
334 꽃씨와 도둑 ―피천득(1910∼2007)
이현숙
Oct 16, 2023 83
꽃씨와 도둑 ―피천득(1910∼2007) 마당에 꽃이 많이 피었구나 방에는 책들만 있구나 가을에 와서 꽃씨나 가져가야지 피천득은 수필가로 유명하다. 그의 수필집 제목은 ‘인연’인데, 이 책은 수필계의 고전이자 스테디셀러로 알려져 있다. 왜 그...  
333 편지/김남조
이현숙
Oct 14, 2023 91
편지[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본 일이 없다 그대만큼 나를 외롭게 한 이도 없었다 이 생각을 하면 내가 꼭 울게 된다 그대만큼 나를 정직하게 해준 이가 없었다 내 안을 비추는 그대는 제일로 영롱한 거울 그대의 깊이를 다 지나가...  
332 따뜻한 사전 / 이향란
이현숙
Oct 11, 2023 46
그대의 손을 잡거나 팔짱을 끼는 것처럼 친구와 다정히 어깨동무하고 걷는 것처럼 낯선 이에게 말을 건네는 것처럼 사랑하는 이의 아이를 낳는 것처럼 허공의 나비를 고운 눈길로 이끄는 것처럼 큰 키의 나무를 선선히 올려다보는 것처럼 하늘에 떠있는 것들...  
331 백운산 업고 가을 오다[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이현숙
Oct 07, 2023 56
타는 가을 산, 백운 계곡 가는 여울의 찬 목소리 야트막한 중턱에 앉아 소 이루다 추분 벗듯 고요한 소에 낙엽 한 장 떠 지금, 파르르르 물 어깨 떨린다 물속으로 떨어진 하늘 한 귀가 붉은 잎을 구름 위로 띄운다 마음이 삭아 바람 더는 산 오르지 못한다 하...  
330 자작나무 인생 / 나석중
이현숙
Oct 06, 2023 58
흰 허물을 벗는 것은 전생이 뱀이었기 때문이다 ​ 배때기로 흙을 기는 고통보다 붙박이로 서 있는 고통이 더 크리라 ​ 눈은 있어도 보지 않는다 입은 있어도 말하지 않는다 ​ 속죄를 해도 해도 죄는 남고 허물 벗는 참회의 일생을 누가 알리 ​ 몸에 불 들어올...  
329 종이컵 / 강민숙
이현숙
Oct 04, 2023 66
내게는 손이 없다 누구나 쉽게 잡을 수 있는 손잡이도 없다 도망칠 발도 없다 나에게는 온통 없는 것만 있을 뿐이다 그래서 아무리 펄펄 끓는 물속도 타오르는 불길도 무섭지가 않다 사람들 손에 잠시 들렸다가 버려지는 삼 그램쯤 되는 목숨 하나 덩그러니 ...  
328 코스모스―김사인(1956∼ )
정조앤
Oct 01, 2023 100
읽기모드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누구도 핍박해본 적 없는 자의 빈 호주머니여 언제나 우리는 고향에 돌아가 그간의 일들을 울며 아버님께 여쭐 것인가 ―김사인(1956∼ ) 소설가 이태준의 수필 중에 ‘가을꽃’이라는 짧은 ...  
327 삶은 감자 / 안도현
이현숙
Sep 25, 2023 86
삶은 감자가 양푼에 하나 가득 담겨 있다 머리 깨끗이 깎고 입대하는 신병들 같다 앞으로 취침, 뒤로 취침중이다 감자는 속속들이 익으려고 결심했다 으깨질 때 파열음을 내지 않으려고 찜통 속에서 눈을 질끈 감고 있었다 젓가락이 찌르면 입부터 똥구멍까지...  
326 적막이 오는 순서―조승래(1959∼ )
정조앤
Sep 15, 2023 95
여름 내내 방충망에 붙어 울던 매미. 어느 날 도막난 소리를 끝으로 조용해 졌다 잘 가거라, 불편했던 동거여 본래 공존이란 없었던 것 매미 그렇게 떠나시고 누가 걸어 놓은 것일까 적멸에 든 서쪽 하늘, 말랑한 구름 한 덩이 떠 있다 ―조승래(1959∼ ) ...  
325 하늘 바라기―이준관(1949∼)
정조앤
Sep 15, 2023 61
청보리밭 청하늘 종다리 울어대면 어머니는 아지랑이로 장독대 닦아놓고 나는 아지랑이로 마당 쓸어놓고 왠지 모를 그리움에 눈언저리 시큰거려 머언 하늘 바라기 했지 ―이준관(1949∼) 김영하의 산문집 ‘여행의 이유’를 읽다 보면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