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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산책

Articles 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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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ice 안도현의 시와 연애하는 법 (#1~ #26)
정조앤
Jan 19, 2022 893
Notice 시인을 만드는 9개의 비망록 / 정일근 file
정조앤
Apr 05, 2016 1089
24 나 하나 꽃 피어 ―조동화(1949∼ )
정조앤
Mar 27, 2024 72
나 하나 꽃 피어 ―조동화(1949∼ ) 나 하나 꽃 피어/풀밭이 달라지겠느냐고/말하지 말아라/네가 꽃 피고 나도 꽃 피면/결국 풀밭이 온통/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 나 하나 물들어/산이 달라지겠느냐고도/말하지 말아라/내가 물들고 너도 물들면/결국 온 ...  
23 나리 나리 개나리 / 기형도
정조앤
Apr 08, 2024 89
나리 나리 개나리 / 기형도 누이여 또다시 은비늘 더미를 일으켜 세우며 시간이 빠르게 이동하였다 어느 날의 잔잔한 어둠이 이파리 하나 피우지 못한 너의 생애를 소리없이 꺾어 갔던 그 투명한 기억을 향하여 봄이 왔다. ​ 살아 있는 나는 세월을 모른다. ...  
22 봄길 / 정호승
정조앤
Apr 08, 2024 57
봄길 / 정호승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 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  
21 낮 동안의 일-남길순(1962∼)
정조앤
Apr 15, 2024 59
오이 농사를 짓는 동호씨가 날마다 문학관을 찾아온다 어떤 날은 한아름 백오이를 따 와서 상큼한 냄새를 책 사이에 풀어놓고 간다 문학관은 날마다 그 품새 그 자리 한 글자도 자라지 않는다 햇볕이 나고 따뜻해지면 오이 자라는 속도가 두배 세배 빨라지고 ...  
20 목련―이대흠(1967∼)
정조앤
Apr 15, 2024 83
사무쳐 잊히지 않는 이름이 있다면 목련이라 해야겠다 애써 지우려 하면 오히려 음각으로 새겨지는 그 이름을 연꽃으로 모시지 않으면 어떻게 견딜 수 있으랴 한때 내 그리움은 겨울 목련처럼 앙상하였으나 치통처럼 저리 다시 꽃 돋는 것이니 그 이름이 하 ...  
19 소 / 김기택
정조앤
May 13, 2024 42
소 / 김기택 소의 커다란 눈은 무언가 말하고 있는 듯 나에겐 알아들을 수 있는 귀가 없다. 소가 가진 말은 다 눈에 들어 있는 것 같다. ​ 말은 눈물처럼 떨어질 듯 그렁그렁 달려 있는 몸 밖으로 나오는 길은 어디에도 없다. 마음이 한 웅큼씩 뽑혀나오도록 ...  
18 나무의 반야바라밀 / 강태승
정조앤
May 13, 2024 35
나무의 반야바라밀 / 강태승 이십 년 넘게 치매를 앓던 앞집 할머니 위암이 머리로 번져 헛소리 하던 송씨 술독에 빠져 폭력을 휘두르던 김씨도 한 달 사이에 저승으로 간 나무에 아침부터 봄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나무들은 할머니를 진찰하다 곧은 내력은 줄...  
17 혼밥―이덕규(1961∼)
정조앤
May 13, 2024 47
낯선 사람들끼리 벽을 보고 앉아 밥을 먹는 집 부담없이 혼자서 끼니를 때우는 목로 밥집이 있다 혼자 먹는 밥이 서럽고 외로운 사람들이 막막한 벽과 겸상하러 찾아드는 곳 밥을 기다리며 누군가 곡진하게 써내려갔을 메모 하나를 읽는다 “나와 함께 ...  
16 야생 별꽃 / 윤옥란
정조앤
May 17, 2024 37
야생 별꽃 / 윤옥란 양지쪽 무릎이 해진 작업복들 잔설 속에 피어 있는 별꽃을 유심히 보고 있다 사내들 풀꽃을 보고 봄소식 전하는 것일까 약속이라도 한 듯 휴대폰을 꺼낸다 어쩌면 이곳의 봄소식 보다 곧 집으로 돌아간다는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더...  
15 돌담길 서가書架 / 송태한
정조앤
May 17, 2024 40
돌담길 서가書架 / 송태한 빗금으로 쏟아지는 투명 햇살 까치발로 춤추는 아침 안개 속 하나둘 눈 뜨는 이야기 돌 틈 풀꽃에 발걸음 멈추고 돌계단 문턱에서 가슴 설렌다 담장 구석 지워진 낙서 한 줄에도 코가 싸하다 이끼 묻은 성대 길켠의 정자나무가 풀어...  
14 호각―남지은(1988∼ )
정조앤
May 17, 2024 56
새소리는 어디서 왔을까 새도 숲도 없는 이곳에 새소리가 들려왔다면 내 안에서 네 안에서 그도 아니면 신이 있다면 새소리로 왔을까 늪 같은 잠 속에서 사람들을 건져내고 아침이면 문가로 달아나는 반복되는 장난 은빛 깃털만이 신의 화답으로 놓인다면 그...  
13 숟가락 / 이정록
정조앤
May 22, 2024 56
숟가락 / 이정록 작은 나무들은 겨울에 큰단다 큰 나무들이 잠시 숨 돌리는 사이, 발가락으로 상수리도 굴리며 작은 나무들은 한겨울에 자란단다 네 손등이 트는 것도 살집이 넉넉해지고 마음의 곳간이 넓어지고 있는 것이란다 큰애야, 숟가락도 겨울에 큰단...  
12 원시 / 오세영
정조앤
May 22, 2024 49
원시 / 오세영 멀리 있는 것은 아름답다 무지개나 별이나 벼랑에 피는 꽃이나 멀리 있는 것은 손에 닿을 수 없는 까닭에 아름답다 사랑하는 사람아, 이별을 서러워하지마라 내 나이의 이별이란 헤어지는 일이 아니라 단지 멀어지는 일일뿐이다 네가 보낸 마지...  
11 먼 데, 그 먼 데를 향하여―신경림(1936∼2024)
정조앤
Jun 01, 2024 47
(…) 사람 사는 곳 어디인들 크게 다르랴, 아내 닮은 사람과 사랑을 하고 자식 닮은 사람들과 아옹다옹 싸우다가, 문득 고개를 들고 보니, 매화꽃 피고 지기 어언 십년이다. 어쩌면 나는 내가 기껏 떠났던 집으로 되돌아온 것은 아닐까. 아니, 당초 집...  
10 내 울음소리―조오현(1932∼2018)
정조앤
Jun 01, 2024 49
한나절은 숲속에서 새 울음소리를 듣고 반나절은 바닷가에서 해조음 소리를 듣습니다 언제쯤 내 울음소리를 내가 듣게 되겠습니까. ―조오현(1932∼2018) ‘내 울음소리’는 현대 시조이다. ‘시조’라는 말을 듣고 나면 조금 더 보인...  
9 우표 / 함민복
정조앤
Jun 07, 2024 29
우표 / 함민복 판셈하고 고향 떠나던 날 마음 무거워 버스는 빨리 오지 않고 집으로 향하는 길만 자꾸 눈에서 흘러내려 두부처럼 마음 눌리고 있을 때 다가온 우편배달부 아저씨 또 무슨 빚 때문일까 턱, 숨 막힌 날 다방으로 데려가 차 한 잔 시켜주고 우리...  
8 유월 / 유홍준
정조앤
Jun 07, 2024 41
유월 / 유홍준 차가운 냉정 못에 붕어 잡으러 갈까 자귀나무 그늘에 낚싯대 드리우고 앉아 멍한 생각 하러 갈까 손톱 밑이나 파러 갈까 바늘 끝에 끼우는 지렁이 고소한 냄새나 맡으러 갈까 여러 마리는 말고 두어 마리 붕어를 잡아 매끄러운 비늘이나 만지러...  
7 안개 속 풍경 / 정끝별
정조앤
Jun 11, 2024 24
안개 속 풍경 / 정끝별 깜깜한 식솔들을 한 짐 가득 등에 지고 아버진 이 안개를 어떻게 건너셨어요? 닿는 순간 모든 것을 녹아내리게 하는 이 굴젓 같은 막막함을 어떻게 견디셨어요? 부푼 개의 혀들이 소리없이 컹컹 거려요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발 앞을...  
6 봄, 여름, 가을, 겨울 / 이경임
정조앤
Jun 11, 2024 28
봄, 여름, 가을, 겨울 / 이경임 새가 날아갈 때 당신의 숲이 흔들린다 ​ 노래하듯이 새를 기다리며 봄이 지나가고 벌서듯이 새를 기다리며 여름이 지나가고 ​ 새가 오지 않자 새를 잊은 척 기다리며 가을이 지나가고 ​ 그래도 새가 오지 않자 기도하듯이 새를...  
5 봉숭아 / 도종환
정조앤
Jun 17, 2024 21
봉숭아 / 도종환 우리가 저문 여름 뜨락에 엷은 꽃잎으로 만났다가 네가 내 살 속에, 내가 네 꽃잎 속에 서로 붉게 몸을 섞었다는 이유만으로 열에 열 손가락 핏물이 들어 네가 만지고 간 가슴마다 열에 열 손가락 핏물 자국이 박혀 사랑아, 너는 이리 오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