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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산책

Articles 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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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ice 안도현의 시와 연애하는 법 (#1~ #26)
정조앤
Jan 19, 2022 893
Notice 시인을 만드는 9개의 비망록 / 정일근 file
정조앤
Apr 05, 2016 1089
104 업어주는 사람 ―이덕규 시인(1961∼ )
정조앤
May 20, 2023 153
오래전에 냇물을 업어 건네주는 직업이 있었다고 한다 / 물가를 서성이다 냇물 앞에서 난감해하는 이에게 넓은 등을 내주는 / 그런 사람이 있었다고 한다 (중략) 병든 사람을 집에까지 업어다주고 그날 받은 삯을 / 모두 내려놓고 온 적도 있다고 한다 / 세상...  
103 국수가 먹고 싶다 / 이상국
정조앤
Jun 05, 2023 87
국수가 먹고 싶다 / 이상국 사는 일은 밥처럼 물리지 않는 것이라지만 때로는 허름한 식당에서 어머니 같은 여자가 끓여주는 국수가 먹고 싶다 삶의 모서리에 마음을 다치고 길거리에 나서면 고향 장거리 길로 소 팔고 돌아오듯 뒷모습이 허전한 사람들과 국...  
102 나를 멈추게 하는 것들 / 반칠환
정조앤
Jun 05, 2023 97
나를 멈추게 하는 것들 / 반칠환 보도블록 틈에 핀 씀바귀 꽃 한 포기가 나를 멈추게 한다 어쩌다 서울 하늘을 선회하는 제비 한두 마리가 나를 멈추게 한다 육교 아래 봄볕에 탄 까만 얼굴로 도라지를 다듬는 할머니의 옆모습이 나를 멈추게 한다 굽은 허리...  
101 사과야 미안하다 / 정일근
정조앤
Jun 05, 2023 139
사과야 미안하다 / 정일근 사과 과수원을 하는 착한 친구가 있다. 사과꽃 속에서 사과가 나오고 사과 속에서 더운 밥 나온다며, 나무야 고맙다 사과나무야 고맙다. 사과나무 그루 그루마다 꼬박꼬박 절하며 과수원을 돌던 그 친구를 본 적이 있다. 사과꽃이 ...  
100 살구 ―이은규(1978∼)
정조앤
Jun 11, 2023 194
살구나무 그늘에 앉아 생각한다 손차양, 한 사람의 미간을 위해 다른 한 사람이 만들어준 세상에서 가장 깊고 가장 넓은 지붕 그 지붕 아래서 한 사람은 한낮 눈부신 햇빛을 지나가는 새의 부리가 전하는 말은 부고처럼 갑자기 들이치는 빗발을 오래 바라보며...  
99 죄와 벌 ―조오현(1932∼2018)
정조앤
Jun 11, 2023 73
우리 절 밭두렁 벼락 맞은 대추나무 무슨 죄가 많았을까 벼락 맞을 놈은 난데 오늘도 이런 생각에 하루해를 보냅니다 ―조오현(1932∼2018) 5월은 좋은 달이다. 덥지도 않고 춥지도 않으며 햇살은 화창하고 꽃들은 만발한다. 돈을 낸 것도 아니고 부탁하지...  
98 유기동물 보호소― 김명기(1969∼ )
정조앤
Jun 11, 2023 58
버려진 개 한 마리 데려다 놓고 얼마 전 떠나 버린 사람의 시집을 펼쳐 읽는다 슬픔을 더 슬프게 하는 건 시만 한 게 없지 개 한 마리 데려왔을 뿐인데 칠십 마리의 개가 일제히 짖는다 흰 슬픔 검은 슬픔 누런 슬픔 큰 슬픔 작은 슬픔 슬픔이 슬픔을 알아본...  
97 왼쪽 가슴 아래께에 온 통증 ―장석남(1965∼ )
정조앤
Jun 11, 2023 90
죽은 꽃나무를 뽑아낸 일뿐인데 그리고 꽃나무가 있던 자리를 바라본 일뿐인데 목이 말라 사이다를 한 컵 마시고는 다시 그 자리를 바라본 일뿐인데 잘못 꾼 꿈이 있었나? 인젠 꽃이름도 잘 생각나지 않는 잔상들 지나가던 바람이 잠시 손금을 펴보던 모습이...  
96 풍경 달다 ―정호승(1950∼ )
정조앤
Jun 26, 2023 109
운주사 와불님을 뵙고 돌아오는 길에 그대 가슴의 처마 끝에 풍경을 달고 돌아왔다 먼데서 바람 불어와 풍경 소리 들리면 보고 싶은 내 마음이 찾아간 줄 알아라 ―정호승(1950∼ ) 바람은 서정시인들의 오랜 친구다. 보이지도 않고 잡을 수도 없는 그것을 ...  
95 누가 아프다는 이야기를 듣는 저녁 ―문신(1973∼ )
정조앤
Jun 26, 2023 111
읽기모드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누가 아프다는 이야기를 듣는 저녁이다/공단 지대를 경유해 온 시내버스 천장에서 눈시울빛 전등이 켜지는 저녁이다/손바닥마다 어스름으로 물든 사람들의 고개가 비스듬해지는 저녁이다 다시, 누가 아프...  
94 폭우 지난 ― 신철규(1980∼ )
정조앤
Jul 10, 2023 90
나는 지은 죄와 지을 죄를 고백했다 너무나 분명한 신에게 빗줄기의 저항 때문에 노면에 흥건한 빗물의 저항 때문에 핸들이 이리저리 꺾인다 지워진 차선 위에서 차는 비틀거리고 빗소리가, 비가 떨어져 부서지는 소리가, 차 안을, 메뚜기떼처럼, 가득 메웠다...  
93 여간 고맙지 않아 ―한영옥(1950∼ )
정조앤
Jul 10, 2023 156
어제의 괴로움 짓눌러주는 오늘의 괴로움이 고마워 채 물 마르지 않은 수저를 또 들어올린다 밥 많이 먹으며 오늘의 괴로움도 대충 짓눌러버릴 수 있으니 배고픔이 여간 고맙지 않아 내일의 괴로움이 못다 쓸려 내려간 오늘치 져다 나를 것이니 내일이 어서 ...  
92 로맨스―서효인(1981∼ )
정조앤
Jul 29, 2023 79
동료가 어디 심사를 맡게 되었다고 하고 오늘은 후배가 어디 상을 받게 되었다고 하고 오늘은 친구가 어디 해외에 초청되었다고 하고 오늘은 그 녀석이 저놈이 그딴 새끼가 오늘은 습도가 높구나 불쾌지수가 깊고 푸르고 오늘도 멍청한 바다처럼 출렁이는 뱃...  
91 수척1―유병록(1982∼ )
정조앤
Jul 29, 2023 52
슬픔이 인간을 집어삼킬 수 있다는 사실을 믿지 않은 시절이 내게도 있었다 ―유병록(1982∼ ) 하늘에서 내리는 비는 좋은 것이라고 배웠다. 비가 와야 싹이 트고, 곡식이 자라고, 열매가 맺힌다고 했다. 물은 그보다 더 좋은 것이라고 배웠다. 그것은 생명...  
90 교실 창가에서―김용택(1948∼ )
정조앤
Jul 29, 2023 96
아이들은 교실에 들어서자마자 / 왁자지껄 떠들어대고 교실 창 밖 강 건너 마을 뒷산 밑에 보리들이 어제보다 새파랗습니다 저 보리밭 보며 창가에 앉아 있으니 좋은 아버지와 좋은 스승이 되고 싶다 하시던 형님이 생각납니다 운동장 가에 살구나무 꽃망울은...  
89 울고 싶은 마음―박소란(1981∼ )
정조앤
Aug 08, 2023 105
그러나 울지 않는 마음 버스가 오면 버스를 타고 버스에 앉아 울지 않는 마음 창밖을 내다보는 마음 흐려진 간판들을 접어 꾹꾹 눌러 담는 마음 마음은 남은 서랍이 없겠다 없겠다 없는 마음 비가 오면 비가 오고 버스는 언제나 알 수 없는 곳에 나를 놓아두...  
88 새들은 저녁에 울음을 삼킨다네―유종(1963∼ )
이현숙
Aug 24, 2023 55
전깃줄에 쉼표 하나 찍혀 있네 날 저물어 살아 있는 것들이 조용히 깃들 시간 적막을 부르는 저녁 한 귀퉁이 출렁이게 하는 바람 한줄기 속으로 물어 나르던 하루치 선택을 던지고 빈 부리 닦을 줄 아는 작은 새 팽팽하게 이어지는 날들 사이를 파고 들던 피 ...  
87 매미 / 박수현
이현숙
Aug 25, 2023 61
사내는 빨리 발견되길 바랐던 모양이다 산책로에서 겨우 서너 걸음 떨어진 나무에 목을 매었다 포로로 잡힌 무사가 벗어놓은 방패와 투구처럼 자신의 점퍼와 벙거지 모자를 나뭇가지에 걸쳐두었다 벗어놓은 옷과 모자가 그의 생을 온전히 열어젖히지는 못했는...  
86 연년생―박준(1983∼ )
이현숙
Aug 27, 2023 106
아랫집 아주머니가 병원으로 실려 갈 때마다 형 지훈이는 어머니, 어머니 하며 울고 동생 지호는 엄마, 엄마 하고 운다 그런데 그날은 형 지훈이가 엄마, 엄마 울었고 지호는 옆에서 형아, 형아 하고 울었다 ―박준(1983∼ ) 8월 늦장마가 지겹다면 박준의 ...  
85 둑길 / 함명춘
이현숙
Aug 30, 2023 63
또 갈 곳 잃어 떠도는 나뭇잎이랑, 꼭 다문 어둠의 입속에 있다 한숨처럼 쏟아져 나오는 바람이랑, 상처에서 상처로 뿌리를 내리다 갈대밭이 되어버린 적막이랑, 지나는 구름의 손결만 닿아도 와락 눈물을 쏟을 것 같은 별이랑, 어느새 잔뿌리부터 하염없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