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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산책

Articles 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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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ice 안도현의 시와 연애하는 법 (#1~ #26)
정조앤
Jan 19, 2022 893
Notice 시인을 만드는 9개의 비망록 / 정일근 file
정조앤
Apr 05, 2016 1089
204 사람 지나간 발자국―이경림(1947∼)
정조앤
Nov 01, 2021 104
아름다워라 나 문득 눈길 머물러 그것의 고요한 소리 보네 누군가가 슬쩍 밟고 갔을 저 허리 잘록한 소리 한참 살다 떠난 부뚜막 같은 다 저문 저녁 같은 ―이경림(1947∼) 사랑시에서 고독은 좋지 않은 것이다. 사랑이 이루어지려면 마주 보는 둘이 있어야...  
203 풀벌레들의 작은 귀를 생각함―김기택(1957∼ )
정조앤
Nov 01, 2021 176
텔레비전을 끄자 풀벌레 소리 어둠과 함께 방 안 가득 들어온다 어둠 속에서 들으니 벌레 소리들 환하다 별빛이 묻어 더 낭랑하다 귀뚜라미나 여치 같은 큰 울음 사이에는 너무 작아 들리지 않는 소리도 있다 그 풀벌레들의 작은 귀를 생각한다 내 귀에는 들...  
202 차력사 ―유홍준(1962∼)
정조앤
Oct 19, 2021 126
돌을 주면 돌을 깼다 쇠를 주면 쇠를 깼다 울면서 깼다 울면서 깼다 소리치면서 깼다 휘발유를 주면 휘발유를 삼켰다 숟가락을 주면 숟가락을 삼켰다 나는 이 세상에 깨러 온 사람, 조일 수 있을 만큼 허리띠를 졸라맸다 사랑도 깼다 사람도 깼다 돌 많은 강...  
201 매미는 올해도 연습만 하다 갔구나/ 윤제림(1960∼ )
정조앤
Oct 19, 2021 98
텅 빈 합창단 연습실, 의상만 어지럽게 널려져 있다 주인은 당장 방을 비우라고 했을 것이고 단장도 단원들도 불쌍한 얼굴로 방을 나섰을 것이다 말도 통하지 않으니, 울며 떠났을 것이다 나는 이 집 주인이 어떤 사람인지를 안다 윤제림(1960∼ ) 매미는 ...  
200 업어준다는 것―박서영(1968∼2018)
정조앤
Oct 01, 2021 175
저수지에 빠졌던 검은 염소를 업고 노파가 방죽을 걸어가고 있다 등이 흠뻑 젖어들고 있다 가끔 고개를 돌려 염소와 눈을 맞추며 자장가까지 흥얼거렸다 누군가를 업어준다는 것은 희고 눈부신 그의 숨결을 듣는다는 것 그의 감춰진 울음이 몸에 스며든다는 ...  
199 빈들―고진하(1953∼)
정조앤
Oct 01, 2021 139
늦가을 바람에 마른 수숫대만 서걱이는 빈들입니다 희망이 없는 빈들입니다 사람이 없는 빈들입니다 내일이 없는 빈들입니다 아니, 그런데 당신은 누구입니까 아무도 들려 하지 않는 빈들 빈들을 가득 채우고 있는 당신은―고진하(1953∼) 고진하 시인은 강...  
198 나는 나를 묻는다―이영유(1950∼2006)
정조앤
Sep 19, 2021 107
가을이 하늘로부터 내려왔다 풍성하고 화려했던 언어들은 먼 바다를 찾아가는 시냇물에게 주고, 부서져 흙으로 돌아갈 나뭇잎들에게는 못다 한 사랑을 이름으로 주고, 산기슭 훑는 바람이 사나워질 때쯤, 녹색을 꿈꾸는 나무들에게 소리의 아름다움과 소리의 ...  
197 풀꽃, 소중한 만남을 위하여 - 나태주 시인
정조앤
Sep 19, 2021 117
 
196 음악- 이성복(1952∼)
정조앤
Sep 12, 2021 120
비 오는 날 차 안에서 음악을 들으면 누군가 내 삶을 대신 살고 있다는 느낌 지금 아름다운 음악이 아프도록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있어야 할 곳에서 내가 너무 멀리 왔다는 느낌 굳이 내가 살지 않아도 될 삶 누구의 것도 아닌 입술 거기 내 마른 입술을 가...  
195 사람의 등불―고재종(1957∼ )
정조앤
Sep 12, 2021 86
저 뒷울 댓이파리에 부서지는 달빛 그 맑은 반짝임을 내 홀로 어이 보리 섬돌 밑에 자지러지는 귀뚜리랑 풀여치 그 구슬 묻은 울음소리를 내 홀로 어이 들으리 누군가 금방 달려들 것 같은 저 사립 옆 젖어드는 이슬에 몸 무거워 오동잎도 툭툭 지는데 어허, ...  
194 인중을 긁적거리며―심보선(1970∼)
정조앤
Sep 03, 2021 202
내가 아직 태어나지 않았을 때, / 천사가 엄마 배 속의 나를 방문하고는 말했다. / 네가 거쳐온 모든 전생에 들었던 / 뱃사람의 울음과 이방인의 탄식일랑 잊으렴. / 너의 인생은 아주 보잘것없는 존재부터 시작해야 해. / 말을 끝낸 천사는 쉿, 하고 내 입술...  
193 꽃말-이문재(1959∼)
정조앤
Sep 03, 2021 170
나를 잊지 마세요/꽃말을 만든 첫 마음을 생각한다/꽃 속에 말을 넣어 건네는 마음/꽃말은 못 보고 꽃만 보는 마음도 생각한다/나를 잊지 마세요/아예 꽃을 못 보는 마음/마음 안에 꽃이 살지 않아/꽃을 못 보는 그 마음도 생각한다/나를 잊지 마세요/꽃말을 ...  
192 흐린 저녁의 말들-임성용(1965∼)
정조앤
Aug 13, 2021 88
따뜻한 눈빛만 기억해야 하는데/경멸스런 눈빛만 오래도록 남았네/얼크러진 세월이 지나가고 근거 없는 절망/우울한 거짓말이 쌓이고 나는 그 말을 믿네 가난하고 고독한 건 그리 슬픈 일이 아니라네/진짜 슬픈 건 누구도 사랑할 수 없다는 것/용기도 헌신도 ...  
191 별이 빛나는 감나무 아래에서-피재현(1967∼)
정조앤
Aug 13, 2021 104
아버지는 가을이 깊어지면 감 따러 오라고 성화를 부렸다 나는 감 따는 게 싫어 짜증을 냈다 내가 얼마나 바쁜 사람인지 아느냐고 감 따위 따서 뭐 하냐고 아버지 돌아가시고 다시 가을이 왔을 때 엄마는 내게 말했다 니 애비도 없는데 저 감은 따서 뭐 하냐 ...  
190 스위스행 비행기-― 김점용(1965∼2021)
정조앤
Aug 13, 2021 64
익룡의 깃털이 비대칭이어서 하늘을 날 수 있었다지만 /이렇게 갑자기 날지는 않았겠지 / 가끔은 적에게 쫓겨 죽은 척도 하고 / 잠시 잠깐 죽는 연습도 하며 / 이 무거운 별에서 이륙하기 위해 죽어라 달리다가 / 덜커덕 죽기도 했겠지 / 한 마리의 익룡이 하...  
189 달빛이 참 좋은 여름밤에―박형준(1966∼ )
정조앤
Jul 26, 2021 121
들일을 하고 식구들 저녁밥을 해주느라/어머니의 여름밤은 늘 땀에 젖어 있었다/한밤중 나를 깨워/어린 내 손을 몰래 붙잡고/등목을 청하던 어머니,/물을 한바가지 끼얹을 때마다/개미들이 금방이라도 부화할 것 같은/까맣게 탄 등에/달빛이 흩어지고 있었다/...  
188 여름 달―강신애(1961∼ )
정조앤
Jul 26, 2021 80
카페에서 나오니/끓는 도시였다 긴 햇살 타오르던 능소화는/반쯤 목이 잘렸다/어디서 이글거리는 삼복염천을 넘을까 보름달/요제프 보이스의 레몬빛이다 내안의 늘어진 필라멘트 일으켜/저 달에 소켓을 꽂으면/파르르 환한 피가 흐르겠지/배터리 교체할 일 없...  
187 모르는 것―임지은(1980∼)
정조앤
Jul 14, 2021 139
이 작고 주름진 것을 뭐라 부를까? 가스 불에 올려놓은 국이 흘러넘쳐 엄마를 만들었다 나는 점점 희미해지는 것들의 목소리를 만져보려고 손끝이 예민해진다 잠든 밤의 얼굴을 눌러본다 볼은 상처 밑에 부드럽게 존재하고 문은 바깥을 향해 길어진다 엄마가 ...  
186 뜨락―김상옥(1920∼2004)
정조앤
Jul 06, 2021 111
자고나면/이마에 주름살,/자고나면/뜨락에 흰 라일락./오지랖이 환해/다들 넓은 오지랖/어쩌자고 환한가./눈이 부셔/눈을 못 뜨겠네./구석진 나무그늘 밑/꾸물거리는 작은 벌레./이날 이적지/빛을 등진 채/빌붙고 살아 부끄럽네./자고나면/몰라볼 이승,/자고...  
185 벽시계가 떠난 자리―박현수(1966∼ )
정조앤
Jul 01, 2021 99
벽시계를 벽에서 떼어놓았는데도 눈이 자꾸 벽으로 간다 벽시계가 풀어놓았던 째깍거림의 위치만 여기 어디쯤이란 듯 시간은 그을음만 남기고 못 자리는 주사바늘 자국처럼 남아 있다 벽은 한동안 환상통을 앓는다 벽시계에서 시계를 떼어내어도 눈은 아픈 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