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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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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ice 디카에세이 우산-최장순 수필가
정조앤
Jan 06, 2021 2542
Notice 수필가 반숙자 초기작품- 수필집 <몸으로 우는 사과나무> 80편 file
admin
Mar 16, 2016 17693
328 시간의 길 위에서 / 김애자
정조앤
Jun 11, 2023 88
시간의 길 위에서 / 김애자 저녁시간이다. 해종일 태양의 열기로 달구어진 아파트 벽체가 뜨겁다. 에어컨도 지쳐 더운 바람을 내뿜는다. 리모컨으로 작동을 멈추고 창문을 죄다 열어젖혔다. 후덥지근한 공기가 후끈 달려와 살갗에 달라붙는다. 여름은 지루하...  
327 현장(現場) / 장미숙
정조앤
Jun 11, 2023 98
현장(現場) / 장미숙 늦잠에 빠진 도시의 등을 툭툭 두드리며 버스가 지나간다. 눈 밝은 버스는 꼬부라진 길을 잘도 달려와 정류장에서 긴 하품을 쏟아낸다. 눈곱도 떼지 않은 가로등은 골목의 어둠을 쫓느라 긴 손을 휘젓는다. 형광색 옷을 입은 사람 하나, ...  
326 나비 / 강숙련
정조앤
Jun 11, 2023 94
나비 / 강숙련 나비는 아름다운 곤충이다. 애벌레나 번데기였을 적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활짝 편 날개가 아름답기 그지없다. 기하학적 무늬가 완벽한 대칭을 이루며 너울너울 날아다닌다. ‘호접’이라고 불러 보면 운치가 있다. 그러나 나비라고...  
325 사우나 풍경 / 엄현옥
정조앤
Jun 11, 2023 61
사우나 풍경 / 엄현옥 문을 밀고 들어서니 ‘어서 오십시오.’라는 인사말이 유난히 크다. 수건을 건네는 표정도 애써 친근함과 고마움을 전하려는 기색이다. 전에는 이런 일이 없었기에 새삼스럽다. 사우나가 서비스업이었다는 사실을 상기한다. ​...  
324 내 오지랖이 당신의 오지랖에게 / 곽흥렬
이현숙
Oct 04, 2023 99
자코메티의 조각 작품 <걸어가는 사람>을 뚫어지게 바라본다. 엑스선 사진에서와 같은 뼈대만 앙상한 몰골이, 회오리바람이라도 휘익 불면 앞으로 폭 고꾸라질 듯 위태위태하다. 생전의 자코메티 몸매 역시 바짝 마른 체구였다니, 어쩌면 스스로의 자의식을 예...  
323 지귀를 위한 독백 / 이귀복
정조앤
Jun 16, 2023 66
지귀를 위한 독백 / 이귀복 대릉원의 겨울은 적막했다. 바람이 불자 늙은 소나무는 마른 솔방울 두 개를 떨어뜨렸다. 나는 걸음을 멈춘 채 그 솔방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무심하게 떨어지는 솔방울이라도 신라의 것이라면 의미가 다르게 느껴진다. 하필이면 ...  
322 구름 속에 머문 기억 / 조헌
정조앤
Jun 16, 2023 98
구름 속에 머문 기억 / 조헌 ‘공(空)에 대해 많이 알아서 법명(法名)이 지공(知空)이냐’는 나의 물음에 미소 띤 얼굴을 붉히며 “아는 바가 너무 없어 지공이에요.” 샘가에 앉아 저녁 설거지를 하던 스무 살 남짓 비구니 스님은 들릴 ...  
321 초록빛 선명한 그 노트 / 배귀선
정조앤
Jun 16, 2023 67
초록빛 선명한 그 노트 / 배귀선 자판을 두드린다. 문장에서 문장으로 넘어가는 시간 속 삶이 미명처럼 어렴풋하다. 옛날 같으면 연필에 침을 묻혀가며 써야 할 희미한 내용이 단 몇 번의 자판 두드림으로 명료해진다. 깜박거리는 커서를 밀어내며 어휘가 줄...  
320 댕댕이 신 한 켤레 / 박금아
정조앤
Jun 16, 2023 85
댕댕이 신 한 켤레 / 박금아 난분분한 나뭇잎들이 만추의 스산함을 더하고 있었다. 늦은 밤, 서울대입구역에서 집으로 오는 길섶에서였다. 가막덤불 속에서 푸른 열매 몇 개가 언뜻언뜻했다. 가랑잎을 치우자, 진한 물빛이 도는 파랑이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  
319 직장의 마지막 기차역 / 이종화
정조앤
Jun 16, 2023 107
직장의 마지막 기차역 / 이종화 이번 역에선 누가 내릴까. 문이 열리자 승객들은 눈치를 보며 서로의 등을 떠밀었다. 몇 사람이 쫓겨났다. 기차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출발했다. 입사 첫날, 나도 이 열차에 몸을 실었다. 직장은 참 시끄러운 곳이다. ...  
318 열쇠와 자물쇠 / 미셀 투르니에
정조앤
Jun 21, 2023 109
열쇠와 자물쇠 / 미셀 투르니에 필경 오래된 집들은 어느 것이나 다 그럴 것이다. 나의 집에는 열쇠들과 자물쇠들이 서로 맞는 게 하나도 없다. 열쇠라면 내 서랍 속에 넘치도록 가득 들어있다. 가장자리를 곱게 접어 감친 V자형 맹꽁이 자물용 열쇠, 속이 빈 ...  
317 주머닛돈이 쌈짓돈 / 김병우
정조앤
Jun 21, 2023 91
주머닛돈이 쌈짓돈 / 김병우 돈에는 관심이 적었다. 육십 언저리까지 살아오면서 돈하고는 거리가 멀었다. 이 나이 먹도록 현금카드를 한 번도 사용해 보질 못했다면 누가 믿겠는가. 평소에 은행 갈 일이 적었고 돈에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신혼 때부터 집...  
316 거기 콰지모도가 있었다 / 조정은
정조앤
Jun 21, 2023 59
거기 콰지모도가 있었다 / 조정은 거기 콰지모도가 있었다 나는 자리를 털고 일어나 시장으로 갔다. 석 달 만의 외출이었다. 햇살이 눈부셨다. 씩씩하게 걸으려고 어깨에 잔뜩 힘을 주었지만 모든 것이 낯설어 걸음이 자꾸 허방을 짚었다. 십수 년을 살아온 이...  
315 참외는 참 외롭다 / 김서령
정조앤
Jun 21, 2023 142
참외는 참 외롭다 / 김서령 참외의 '외'는 둘이 아니라는 뜻이다. 외아들·외딴집 할 때의 그 '외'다. 영어로도 참외는 'me-lone'이다. “Are you lonesome tonight?” 할 때의 그 'lone'이니 역시 '혼자...  
314 가면놀이 / 곽흥렬
정조앤
Jul 05, 2023 74
가면놀이 / 곽흥렬 덩실덩실, 신명난 춤사위가 허공을 가른다. ‘얼~쑤, 얼~쑤’, 연신 넣어대는 추임새로 애드벌룬 띄우듯 분위기가 달아오른다. 둘러선 구경꾼들의 눈과 눈이 일제히 춤판으로 모아진다. 등장인물과 관객들은 어느새 하나가 되었다...  
313 사랑은 은밀한 기도처럼 / 손광성
정조앤
Jun 26, 2023 125
사랑은 은밀한 기도처럼 / 손광성 혜자는 예쁜 계집애였다. 마리 숄처럼 웃는 혜자는 코끝에 파란 점하나 있었다. 우리는 학예회 때 공연할 연극 연습을 하고 있었다. 그것은 <은혜를 모르는 사슴>이라는 제목이었는데, 그녀는 사슴이고 나는 포수였다. 사슴...  
312 보랏빛 꽃구름 / 지연희
정조앤
Jun 26, 2023 100
보랏빛 꽃구름 / 지연희 꼭 10년 만에 속 모습을 보여주었다. 해마다 가지 끝을 헤집으며 제 모습을 내어 보일 것이라는 내 기대를 외면하더니 신통하고 고맙기 짝이 없다. 이제야 남편의 불신을 불식시킬 확고한 증거를 보여 주게 된 셈이다. 처음엔 예년에 ...  
311 밀까推, 두드릴까敲 / 서경희
정조앤
Jun 26, 2023 89
밀까推, 두드릴까敲 / 서경희 나의 가장 좋은 여자 친구는 ‘진리’라고, 과학자 뉴턴은 말했다. 그리고 어느 문학가는 ‘목매달아 죽어도 좋을 나무’가 문학이라고 했다. ‘문학은 나에게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받고 불이 ...  
310 숲의 시간이 흐른다 / 려원
정조앤
Jun 26, 2023 144
숲의 시간이 흐른다 / 려원 깊은 숨을 내쉬고 싶은 날 숲으로 간다. 이른 새벽, 나무와 나무 사이로 비쳐오는 한 줄기 햇살 아래, 사람들이 행렬이 이어지는 숲길은 성지 순례자의 길처럼 보인다. 어디선가 뻐꾸기 소리 들려오고 진한 흙내음이 코 끝에 스며...  
309 뱀 / 정희승
정조앤
Jun 30, 2023 107
뱀 / 정희승 뱀은 난해하고 불가사의한 동물이다. 한마디로 미끌미끌하다. 내가 파악하려고 하면 교묘하게 빠져나가버린다. 자만심에 찬 나는 한때 뱀을 잡을 수 있다고 믿었다. 그까짓 것쯤이야 마음만 먹으면 누워서 떡먹기라고 거들먹거렸다. 그러나 뱀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