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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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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ice 디카에세이 우산-최장순 수필가
정조앤
Jan 06, 2021 2537
Notice 수필가 반숙자 초기작품- 수필집 <몸으로 우는 사과나무> 80편 file
admin
Mar 16, 2016 17674
368 여백이 머무는 정자 / 허정진
정조앤
May 30, 2023 102
여백이 머무는 정자 / 허정진 간이역 같은 여백이다. ‘빨리’란 낱말이 낯설어지고, 째깍거리는 시간도 여기에서는 느려질 것만 같다. 오케스트라 지휘자의 손이 잠시 멈추고 흘러내린 머리를 쓸어올리는 정적 같은 것, 가마솥의 밥이 끓어 장작을...  
367 햇귀 / 박필우
정조앤
May 30, 2023 86
햇귀 / 박필우 누구나 혼자이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찬 언덕에 지푸라기 깔고 누워 하늘을 양껏 봅니다. 저 홀로 하늘을 향해 우뚝 버티고 선 미루나무가 고독합니다. 십여 년 넘게 다닌 직장을 달랑 A4용지 한 장으로 마무리했습니다. 배낭 하나, 오랫동안 ...  
366 그건 채소지만 이건 고기잖아 / 구활
정조앤
Jun 05, 2023 95
그건 채소지만 이건 고기잖아 / 구활 나를 키워 온 건 순전히 고향 하늘이다. 그 하늘 아래서도 개구리 울음소리와 소쩍새 울음소리가 안아주고 업어 주며 반 이상을 키워 왔다. 미당을 시인으로 만든 건 ‘팔 할이 바람’이지만 내가 커 온 건 고...  
365 유월이 오면 / 곽흥렬
정조앤
Jun 05, 2023 112
유월이 오면 / 곽흥렬 바야흐로 다시 유월을 맞는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무엇에라도 홀린 듯 자신도 모르게 발걸음이 앞산 기슭의 충혼탑 쪽으로 이끌리곤 한다. 꽤 오랜 세월을 그리 하다 보니 이제는 자연스레 하나의 습관이 되었다. 보료처럼 정갈하게...  
364 물꼬 / 김옥한
정조앤
Jun 05, 2023 91
물꼬 / 김옥한 담뱃불이 깜빡이며 도랑을 왔다 갔다 했다. 내일은 모를 내는 날이라 밤새 아버지가 물꼬를 지키고 있다. 며칠 전부터 수리조합 감독에게 모심는 날을 알려 주었기에 그날 도랑에 흐르는 물은 우리 우선이었다. 일할 사람 다 맞추어 놓고 물을 ...  
363 시간의 길 위에서 / 김애자
정조앤
Jun 11, 2023 88
시간의 길 위에서 / 김애자 저녁시간이다. 해종일 태양의 열기로 달구어진 아파트 벽체가 뜨겁다. 에어컨도 지쳐 더운 바람을 내뿜는다. 리모컨으로 작동을 멈추고 창문을 죄다 열어젖혔다. 후덥지근한 공기가 후끈 달려와 살갗에 달라붙는다. 여름은 지루하...  
362 사우나 풍경 / 엄현옥
정조앤
Jun 11, 2023 61
사우나 풍경 / 엄현옥 문을 밀고 들어서니 ‘어서 오십시오.’라는 인사말이 유난히 크다. 수건을 건네는 표정도 애써 친근함과 고마움을 전하려는 기색이다. 전에는 이런 일이 없었기에 새삼스럽다. 사우나가 서비스업이었다는 사실을 상기한다. ​...  
361 나비 / 강숙련
정조앤
Jun 11, 2023 94
나비 / 강숙련 나비는 아름다운 곤충이다. 애벌레나 번데기였을 적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활짝 편 날개가 아름답기 그지없다. 기하학적 무늬가 완벽한 대칭을 이루며 너울너울 날아다닌다. ‘호접’이라고 불러 보면 운치가 있다. 그러나 나비라고...  
360 현장(現場) / 장미숙
정조앤
Jun 11, 2023 98
현장(現場) / 장미숙 늦잠에 빠진 도시의 등을 툭툭 두드리며 버스가 지나간다. 눈 밝은 버스는 꼬부라진 길을 잘도 달려와 정류장에서 긴 하품을 쏟아낸다. 눈곱도 떼지 않은 가로등은 골목의 어둠을 쫓느라 긴 손을 휘젓는다. 형광색 옷을 입은 사람 하나, ...  
359 지귀를 위한 독백 / 이귀복
정조앤
Jun 16, 2023 66
지귀를 위한 독백 / 이귀복 대릉원의 겨울은 적막했다. 바람이 불자 늙은 소나무는 마른 솔방울 두 개를 떨어뜨렸다. 나는 걸음을 멈춘 채 그 솔방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무심하게 떨어지는 솔방울이라도 신라의 것이라면 의미가 다르게 느껴진다. 하필이면 ...  
358 구름 속에 머문 기억 / 조헌
정조앤
Jun 16, 2023 98
구름 속에 머문 기억 / 조헌 ‘공(空)에 대해 많이 알아서 법명(法名)이 지공(知空)이냐’는 나의 물음에 미소 띤 얼굴을 붉히며 “아는 바가 너무 없어 지공이에요.” 샘가에 앉아 저녁 설거지를 하던 스무 살 남짓 비구니 스님은 들릴 ...  
357 초록빛 선명한 그 노트 / 배귀선
정조앤
Jun 16, 2023 67
초록빛 선명한 그 노트 / 배귀선 자판을 두드린다. 문장에서 문장으로 넘어가는 시간 속 삶이 미명처럼 어렴풋하다. 옛날 같으면 연필에 침을 묻혀가며 써야 할 희미한 내용이 단 몇 번의 자판 두드림으로 명료해진다. 깜박거리는 커서를 밀어내며 어휘가 줄...  
356 댕댕이 신 한 켤레 / 박금아
정조앤
Jun 16, 2023 85
댕댕이 신 한 켤레 / 박금아 난분분한 나뭇잎들이 만추의 스산함을 더하고 있었다. 늦은 밤, 서울대입구역에서 집으로 오는 길섶에서였다. 가막덤불 속에서 푸른 열매 몇 개가 언뜻언뜻했다. 가랑잎을 치우자, 진한 물빛이 도는 파랑이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  
355 직장의 마지막 기차역 / 이종화
정조앤
Jun 16, 2023 107
직장의 마지막 기차역 / 이종화 이번 역에선 누가 내릴까. 문이 열리자 승객들은 눈치를 보며 서로의 등을 떠밀었다. 몇 사람이 쫓겨났다. 기차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출발했다. 입사 첫날, 나도 이 열차에 몸을 실었다. 직장은 참 시끄러운 곳이다. ...  
354 골방 / 홍윤선
정조앤
Jun 21, 2023 69
골방 / 홍윤선 제사장의 장신구 같은 둥근 문고리를 잡아당기면 작은 세계가 열린다. 천장 서까래는 어린 소녀의 바람을 하늘에 전달하듯 쭉쭉 뻗었고 시렁 위 색동 이불과 구색을 갖춘 문학 전집은 제단에 놓인 제물 같다. 한 번도 쓰지 않은 사기그릇이 맞...  
353 열쇠와 자물쇠 / 미셀 투르니에
정조앤
Jun 21, 2023 109
열쇠와 자물쇠 / 미셀 투르니에 필경 오래된 집들은 어느 것이나 다 그럴 것이다. 나의 집에는 열쇠들과 자물쇠들이 서로 맞는 게 하나도 없다. 열쇠라면 내 서랍 속에 넘치도록 가득 들어있다. 가장자리를 곱게 접어 감친 V자형 맹꽁이 자물용 열쇠, 속이 빈 ...  
352 주머닛돈이 쌈짓돈 / 김병우
정조앤
Jun 21, 2023 91
주머닛돈이 쌈짓돈 / 김병우 돈에는 관심이 적었다. 육십 언저리까지 살아오면서 돈하고는 거리가 멀었다. 이 나이 먹도록 현금카드를 한 번도 사용해 보질 못했다면 누가 믿겠는가. 평소에 은행 갈 일이 적었고 돈에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신혼 때부터 집...  
351 거기 콰지모도가 있었다 / 조정은
정조앤
Jun 21, 2023 59
거기 콰지모도가 있었다 / 조정은 거기 콰지모도가 있었다 나는 자리를 털고 일어나 시장으로 갔다. 석 달 만의 외출이었다. 햇살이 눈부셨다. 씩씩하게 걸으려고 어깨에 잔뜩 힘을 주었지만 모든 것이 낯설어 걸음이 자꾸 허방을 짚었다. 십수 년을 살아온 이...  
350 참외는 참 외롭다 / 김서령
정조앤
Jun 21, 2023 137
참외는 참 외롭다 / 김서령 참외의 '외'는 둘이 아니라는 뜻이다. 외아들·외딴집 할 때의 그 '외'다. 영어로도 참외는 'me-lone'이다. “Are you lonesome tonight?” 할 때의 그 'lone'이니 역시 '혼자...  
349 사랑은 은밀한 기도처럼 / 손광성
정조앤
Jun 26, 2023 125
사랑은 은밀한 기도처럼 / 손광성 혜자는 예쁜 계집애였다. 마리 숄처럼 웃는 혜자는 코끝에 파란 점하나 있었다. 우리는 학예회 때 공연할 연극 연습을 하고 있었다. 그것은 <은혜를 모르는 사슴>이라는 제목이었는데, 그녀는 사슴이고 나는 포수였다. 사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