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
안도현의 시와 연애하는 법 (#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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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앤 |
Jan 19, 2022 |
905 |
Notice |
시인을 만드는 9개의 비망록 / 정일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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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앤 |
Apr 05, 20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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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음이 있는 방―최영숙(1960∼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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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앤 |
Jul 08, 20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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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 여인이 운다네 다 큰 한 여인이 운다네 이곳은 물소리가 담을 넘는 오래된 동네 나 태어나 여직 한번도 옮긴 적 없다네 그런 동네에 여인의 울음소리 들리네 처음엔 크게 그러다 조금씩 낮게 산비알 골목길을 휘돌아 나가네 햇빛도 맑은 날 오늘은 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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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광의 세계 ―안희연(198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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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앤 |
Jul 08, 20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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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페이지들을 주워 책을 만들었다 거기 한 사람은 살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한 페이지도 포기할 수 없어서 밤마다 책장을 펼쳐 버려진 행성으로 갔다 나에게 두개의 시간이 생긴 것이다 처음엔 몰래 훔쳐보기만 할 생각이었다 한 페이지에 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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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연필을 깎고 싶을 때가 있다 / 황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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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앤 |
Jul 02, 20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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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연필을 깎고 싶을 때가 있다 / 황정희 연필을 깎는다 사각이며 깎여 나가는 소리가 한 사람이 멀리서 뛰어오는 발걸음 소리 같다 저문 안부가 보낼 때마다 하루를 긁적이게 하는 노을의 붉은 빛처럼 수북해져 연필이 깎여 나갈수록 내 생활의 변명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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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꽃은 저물 무렵―이소연(198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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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앤 |
Jun 28, 20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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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에 꽃을 두고 왔다 모래사장에 짐을 내려놓고서야 생각났다 매리골드는 처음이잖아 이러니까 그리운 게 나쁜 감정 같네 누굴 주려던 건 아니지만 두고 온 꽃을 가지러 갈까? 이미 늦은 일이야 그냥 평생 그리워하자 꽃을 두고 왔어 내가 말했을 때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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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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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새벽 / 이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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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앤 |
Jul 02, 20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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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새벽 / 이민하 할머니 화장은 왜 하셨어요. 어딜 급히 가시려고 빨간 루주가 어색한 줄도 모르고 문을 열고 바람을 맞고 계세요. 화장 고치는 건 사진 속의 꽃 가꾸는 일보다 쉬운 일이잖아요. 아파트 화단만 지나면 벌통처럼 북적거리는 시장엔 왜 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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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속 풍경 / 정끝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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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앤 |
Jun 11, 20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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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속 풍경 / 정끝별 깜깜한 식솔들을 한 짐 가득 등에 지고 아버진 이 안개를 어떻게 건너셨어요? 닿는 순간 모든 것을 녹아내리게 하는 이 굴젓 같은 막막함을 어떻게 견디셨어요? 부푼 개의 혀들이 소리없이 컹컹 거려요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발 앞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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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숭아 / 도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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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앤 |
Jun 17, 20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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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숭아 / 도종환 우리가 저문 여름 뜨락에 엷은 꽃잎으로 만났다가 네가 내 살 속에, 내가 네 꽃잎 속에 서로 붉게 몸을 섞었다는 이유만으로 열에 열 손가락 핏물이 들어 네가 만지고 간 가슴마다 열에 열 손가락 핏물 자국이 박혀 사랑아, 너는 이리 오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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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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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듣는 밤 / 최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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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앤 |
Jun 17, 20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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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듣는 밤 / 최창균 그칠 줄 모르고 내리는 빗소리 참으로 많은 생을 불러 세우는구나 제 생을 밀어내다 축 늘어져서는 그만 소리하지 않는 저 마른 목의 풀이며 꽃들이 나를 숲이고 들이고 추적추적 세워놓고 있구나 어둠마저 퉁퉁 불어터지도록 세울 것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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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국 / 허형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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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앤 |
Jun 22, 20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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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국 / 허형만 흐벅지게 핀 산수국 오져서 차마 아주 떠나지는 못하고 가담가담 오시어 가만히 들여다보는 여우비 갈맷빛 이파리마다 조롱조롱 매달려 가슴 졸이는 물방울 나에게도 산수국처럼 탐스러웠던 시절 있었지 물방울처럼 매달렸던 사랑 있었지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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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표 / 함민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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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앤 |
Jun 07, 20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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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표 / 함민복 판셈하고 고향 떠나던 날 마음 무거워 버스는 빨리 오지 않고 집으로 향하는 길만 자꾸 눈에서 흘러내려 두부처럼 마음 눌리고 있을 때 다가온 우편배달부 아저씨 또 무슨 빚 때문일까 턱, 숨 막힌 날 다방으로 데려가 차 한 잔 시켜주고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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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여름, 가을, 겨울 / 이경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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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앤 |
Jun 11, 20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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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여름, 가을, 겨울 / 이경임 새가 날아갈 때 당신의 숲이 흔들린다 노래하듯이 새를 기다리며 봄이 지나가고 벌서듯이 새를 기다리며 여름이 지나가고 새가 오지 않자 새를 잊은 척 기다리며 가을이 지나가고 그래도 새가 오지 않자 기도하듯이 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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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안미옥(1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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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앤 |
Jun 17, 20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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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제 영혼은 나무예요 제 꿈은 언젠가 나무가 되는 것이에요 아이가 퉁퉁 부은 얼굴로 주저앉아 있다가 일어나 교실 밖으로 나간다 영혼이란 말은 언제부터 있어서 너는 나무의 영혼이 되어버렸나 영혼은 그림자보다 흐리고 영혼은 생활이 없고 영혼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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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반야바라밀 / 강태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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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앤 |
May 13, 20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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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반야바라밀 / 강태승 이십 년 넘게 치매를 앓던 앞집 할머니 위암이 머리로 번져 헛소리 하던 송씨 술독에 빠져 폭력을 휘두르던 김씨도 한 달 사이에 저승으로 간 나무에 아침부터 봄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나무들은 할머니를 진찰하다 곧은 내력은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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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 별꽃 / 윤옥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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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앤 |
May 17, 20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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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 별꽃 / 윤옥란 양지쪽 무릎이 해진 작업복들 잔설 속에 피어 있는 별꽃을 유심히 보고 있다 사내들 풀꽃을 보고 봄소식 전하는 것일까 약속이라도 한 듯 휴대폰을 꺼낸다 어쩌면 이곳의 봄소식 보다 곧 집으로 돌아간다는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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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담길 서가書架 / 송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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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앤 |
May 17, 20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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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담길 서가書架 / 송태한 빗금으로 쏟아지는 투명 햇살 까치발로 춤추는 아침 안개 속 하나둘 눈 뜨는 이야기 돌 틈 풀꽃에 발걸음 멈추고 돌계단 문턱에서 가슴 설렌다 담장 구석 지워진 낙서 한 줄에도 코가 싸하다 이끼 묻은 성대 길켠의 정자나무가 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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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나리 울타리 / 김기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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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앤 |
May 08, 20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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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나리 울타리 / 김기택 개나리 가지들이 하늘에다 낙서하고 있다 심심해 미쳐버릴 것 같은 아이의 스케치북처럼 찢어지도록 거칠게 선을 그어 낙서로 구름 위에 깽판을 치고 있다. 하늘이 지저분해지도록 늦겨울 흑백 풍경을 박박 그어 지우고 있다. 작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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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잎 흔들릴 때 피어나는 빛으로―손택수(197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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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앤 |
Apr 30, 20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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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라도 좀 다녀와야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을 때 나무 그늘 흔들리는 걸 보겠네 병가라도 내고 싶지만 아플 틈이 어딨나 서둘러 약국을 찾고 병원을 들락거리며 병을 앓는 것도 이제는 결단이 필요한 일이 되어버렸을 때 오다가다 안면을 트고 지낸 은목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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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 김기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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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앤 |
May 13, 20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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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 김기택 소의 커다란 눈은 무언가 말하고 있는 듯 나에겐 알아들을 수 있는 귀가 없다. 소가 가진 말은 다 눈에 들어 있는 것 같다. 말은 눈물처럼 떨어질 듯 그렁그렁 달려 있는 몸 밖으로 나오는 길은 어디에도 없다. 마음이 한 웅큼씩 뽑혀나오도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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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 / 강성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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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앤 |
Feb 21, 20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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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 / 강성남 할머니, 들어가 계세요 오냐, 그때까지 썩지 않고 있으마. 썩지 않을 만큼의 추위가 방치된 노인 온도조절 장치가 소용없다 집을 비울 때마다 플러그를 뽑으신다 전화 받지 않는 아들에게 재다이얼을 누른다 속을 잘 닫지 않아 눈물이 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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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에 징검돌을 놓다 / 김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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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앤 |
Mar 20, 20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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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에 징검돌을 놓다 / 김창균 물빛 마당 물빛 마당에 징검돌 몇 개 놓고 발목을 걷으며 걷으며 걷는다 찰랑이는 물결 대신 그 옆에 결이라는 말도 놓고 말과 말들이 부딪히며 내는 단내 같은 것도 놓고 돌과 돌 사이의 간격 같은 것도 놓고 아름답지 않았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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