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이 가면 작약이 온다 / 신은숙
나는 작약일 수 있을까, 작약과 같아질 수 있을까
-당신은 작약을 닮았어요
문득 작약이 눈앞에서 환하게 피다니
거짓말 같이 환호작약하다니
직박구리 한 마리 날아간 허공이
일파만파 물결일 듯
브로치 같은 작약, 아니
작약 닮은 앙다문 브로치 하나
작작 야곰야곰 피다니
팔랑,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작약은 귀를 접는다 접고 또 접는다
그리운 이름일랑 죄다 모아
저 귓속에 넣으면
세상의 발자국도 점점 멀어져
나는 더 이상 기다리는 사람이 되지 않으리
모란이 가면 작약이 오듯
산사에 바람[風]이 불어
어떤 바람[願]도 남지 않듯
더는 부질없이 그리워하지 않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