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숙 회원 첫 수필집<내일의 나무를 심는다>상재
이희숙 작가는 일상에서 끌어온 수필의 소재에 화려하거나 거추장스러운 새로운 가르침을 입히기보다 다시 일상적인 아야기를 덧대어 전하는 방식의 창작을 선호하는 듯 보인다. 그래서 읽기가 수월하다. 게다가 한 편 한 편의 독서의 횟수가 늘어날수록 잘 보존한 묵은 김치처럼 깊은 맛이 난다. 각각의 작품에 담긴 작가의 이야기가 절제의 조화로움 속에서 차분히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해설 김동혁(문학 평론가,울산과학대 초빙교수)
이희숙의 수필들은 비교적 짧다. 짧다는 것은 분량과 관련된 것이지만 또한 그만큼 단출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여기에는, 살아온 이야기를 진솔하게 드러내려는 생활인으로서의 소박한 바람, 인생의 교훈을 핵심적으로 짚어 전하려는 선배로서의 책무, 옛 사연을 과장하지 않고 단아하게 표현하려는 문필가로서의 성향 같은 것들이 번영된 것으로 보인다. 삶에도 문장에도 욕심을 버리면서 단아해지고 단단해진 수필 65편을 기쁘게 만난다.
-박덕규(문학평론가, 단국대 교수)
어릴 적 나는 알프스산에서 뛰노는 ‘하이디’ 동화를 즐겨 읽었다. 문학전집을 머리맡에 두고 잠들던 단발머리 소녀는 글 쓰는 취미를 가지게 되었다. 국문학을 전공하고 싶었지만, 5남매의 맏딸로 안정된 직업을 위해 교육대학를 다녔다. 초등학교 어린이와 함께 하면서 글쓰기 지도에 남다른 관심을 가졌다. 글을 통해 어린이와 소통하는 즐거움이 컸다. 결혼 적령기에 두 갈래 길에서 사람이 적게 밟은 길을 택했다. 목사 아내로서 감정을 절제하고 자신을 숨기며 많은 체험을 했다. 부족한 내 모습이 담긴 ‘사모 일기’를 여태껏 간직하고 있다.
30대 중반에 태평양을 건너왔다. 남가주 오렌지카운티에 주정부 인가 어린이학교(State Licensed Day Care Center)를 설립하여 생후 1년 6개월 이후 유아부터 12세 어린이(Toddler-School Age)까지의 다민족 어린이를 양육하고 교육하는 일을 30여 년 동안 해 왔다. 여러 인종의 문화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데 신경을 쓰다 보니 한글 표현이 많이 서툴러졌다. 익숙하던 모국어들이 망각의 경계에서 가물거리곤 했다.
아이들과 생활하며 겪은 일을 글로 썼다. 추억과 기억, 자연 속에서 느끼고 깨달은 바를 끌어냈다. 사물이 주는 의미를 찾으려 애썼고, 세상에 대한 관점의 차이를 짚어보기도 했다. 이웃과의 소통과 나눔에 관해서 생각해 봤고, 아이들에 대한 교육적 소신도 담아 보았다. 낯선 땅에 정착하면서 겪은 어려움이 이만큼이나마 극복할 수 있게 도와준 분들에 대한 고마움도 표현했다. 가족의 응원과 사랑에 대해서는 되새김질했다. 내 글이 생동감 있게 살아나 아프고 어려운 상황에 처한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었으면 싶다.
2018년 재미수필문학가협회를 만난 일은 후반부 인생의 빗장을 여는 것과 같았다. 글 모임을 통해 내 미숙한 언어 숲에서 숨 쉬고 있던 글들이 작은 나무가 되어 배움과 습작으로 성장했다. 수필의 숲을 가꾸며 호흡했고, 힘든 시기를 지나며 하나님의 햇살 아래 65편을 내 무늬로 엮을 수 있어 가슴 벅차다.
2022년 봄날 이희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