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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산책

Articles 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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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ice 안도현의 시와 연애하는 법 (#1~ #26)
정조앤
Jan 19, 2022 1001
Notice 시인을 만드는 9개의 비망록 / 정일근 file
정조앤
Apr 05, 2016 1157
374 소리의 그물 / 박종해
정조앤
Mar 20, 2024 72
소리의 그물 / 박종해 풀벌레는 달과 별을 빨아들여 소리의 그물을 짠다 명주실 보다 더 가늘고 연한 소리와 소리의 음계에 달빛과 별빛을 섞는다 나뭇잎마다 포르스름한 별빛과 달의 은빛 입술이 맺혀 있다 풀벌레는 이러할 즈음 잊혀진 그녀의 머리칼 한 올...  
373 마당에 징검돌을 놓다 / 김창균
정조앤
Mar 20, 2024 49
마당에 징검돌을 놓다 / 김창균 물빛 마당 물빛 마당에 징검돌 몇 개 놓고 발목을 걷으며 걷으며 걷는다 찰랑이는 물결 대신 그 옆에 결이라는 말도 놓고 말과 말들이 부딪히며 내는 단내 같은 것도 놓고 돌과 돌 사이의 간격 같은 것도 놓고 아름답지 않았던...  
372 냉이꽃 ―송찬호(1959∼)
정조앤
Mar 14, 2024 75
박카스 빈 병은 냉이꽃을 사랑하였다 신다가 버려진 슬리퍼 한 짝도 냉이꽃을 사랑하였다 금연으로 버림받은 담배 파이프도 그 낭만적 사랑을 냉이꽃 앞에 고백하였다 회색 늑대는 냉이꽃이 좋아 개종을 하였다 그래도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긴 울음을 남...  
371 마흔두 개의 초록 / 마종기
정조앤
Mar 07, 2024 70
마흔두 개의 초록 / 마종기 "초여름 오전 호남선 열차를 타고 창밖으로 마흔 두 개의 초록을 만난다. 둥근 초록, 단단한 초록, 퍼져 있는 초록 사이, 얼굴 작은 초록, 초록 아닌 것 같은 초록, 머리 헹구는 초록과 껴안는 초록이 두루 엉겨 왁자한 햇살의 장...  
370 그대가 별이라면―이동순(1950∼ )
정조앤
Mar 02, 2024 72
모드 그대가 별이라면 저는 그대 옆에 뜨는 작은 별이고 싶습니다 그대가 노을이라면 저는 그대 뒷모습을 비추어 주는 저녁 하늘이 되고 싶습니다 그대가 나무라면 저는 그대의 발등에 덮인 흙이고자 합니다 오, 그대가 이른 봄 숲에서 우는 은빛 새라면 저는...  
369 봄, 여름, 가을, 겨울―이경임(1963∼ )
정조앤
Feb 26, 2024 70
새가 날아갈 때 당신의 숲이 흔들린다 노래하듯이 새를 기다리며 봄이 지나가고 벌서듯이 새를 기다리며 여름이 지나가고 새가 오지 않자 새를 잊은 척 기다리며 가을이 지나가고 그래도 새가 오지 않자 기도하듯이 새를 기다리며 겨울이 지나간다 봄, 여름, ...  
368 이월의 우포늪 / 박재희
정조앤
Feb 21, 2024 75
이월의 우포늪 / 박재희 우포늪은 보이는 것만의 늪이 아니다 어둠 저 밑바닥 시간의 지층을 거슬러 내려가면 중생대 공룡의 고향이 있다 원시의 활활 타오르던 박동이 시린 발끝에 닿기까지 일억 사천 만년 무수한 공룡발자국이 쿵쿵 가슴으로 밀쳐 들어온다...  
367 냉장고 / 강성남
정조앤
Feb 21, 2024 56
냉장고 / 강성남 할머니, 들어가 계세요 오냐, 그때까지 썩지 않고 있으마. 썩지 않을 만큼의 추위가 방치된 노인 온도조절 장치가 소용없다 집을 비울 때마다 플러그를 뽑으신다 전화 받지 않는 아들에게 재다이얼을 누른다 속을 잘 닫지 않아 눈물이 샌다 ...  
366 계란 프라이 / 마경덕
정조앤
Feb 21, 2024 70
계란 프라이 / 마경덕 스스로 껍질을 깨뜨리면 병아리고 누군가 껍질을 깨주면 프라이야, 남자의 말에 나는 삐약삐약 웃었다. 나는 철딱서니 없는 병아리였다. 그 햇병아리를 녀석이 걷어찼다. 그때 걷어차인 자리가 아파 가끔 잠을 설친다. 자다 깨어 날계란...  
365 임께서 부르시면―신석정(1907∼1974)
정조앤
Feb 16, 2024 85
가을날 노랗게 물들인 은행잎이 바람에 흔들려 휘날리듯이 그렇게 가오리다. 임께서 부르시면…… 호수에 안개 끼어 자욱한 밤에 말없이 재 넘는 초승달처럼 그렇게 가오리다. 임께서 부르시면…… 포곤히 풀린 봄 하늘 아래 굽이굽...  
364 약속의 후예들-이병률(1967∼ )
정조앤
Feb 16, 2024 72
강도 풀리고 마음도 다 풀리면 나룻배에 나를 그대를 실어 먼 데까지 곤히 잠들며 가자고 배 닿는 곳에 산 하나 내려놓아 평평한 섬 만든 뒤에 실컷 울어나보자 했건만 태초에 그 약속을 잊지 않으려 만물의 등짝에 일일이 그림자를 매달아놓았건만 세상 모든...  
363 자작나무 내 인생 / 정끝별
정조앤
Feb 07, 2024 88
자작나무 내 인생 / 정끝별 속 깊은 기침을 오래 하더니 무엇이 터졌을까 명치끝에 누르스름한 멍이 배어 나왔다 길가에 벌(罰)처럼 선 자작나무 저 속에서는 무엇이 터졌기에 저리 흰빛이 배어 나오는 걸까 잎과 꽃 세상 모든 색들 다 버리고 해 달 별 세상 ...  
362 햇살 택배 / 김선태
정조앤
Feb 02, 2024 95
햇살 택배 / 김선태 겨우내 춥고 어두웠던 골방 창틈으로 누군가 인기척도 없이 따스한 선물을 밀어 넣고 갔다 햇살 택배다 감사의 마음이 종일토록 눈부시다.  
361 어느 날―김상옥(1920∼2004)
정조앤
Jan 29, 2024 95
구두를 새로 지어 딸에게 신겨주고 저만치 가는 양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한 생애 사무치던 일도 저리 쉽게 가것네. ―김상옥(1920∼2004) 1970년대에 발표된 초정 김상옥 시인의 시조 한 편이다. 짧고도 간결한 삼행시라 읽기 매끄럽다. 내용상 이 작품은 ...  
360 돌베개의 시―이형기(1933∼2005)
정조앤
Jan 29, 2024 94
밤엔 나무도 잠이 든다. 잠든 나무의 고른 숨결소리 자거라 자거라 하고 자장가를 부른다. 가슴에 흐르는 한 줄기 실개천 그 낭랑한 물소리 따라 띄워보낸 종이배 누구의 손길인가, 내 이마를 짚어주는. 누구의 말씀인가 자거라 자거라 나를 잠재우는. 뉘우침...  
359 엄마는 환자, 나는 중환자 ―이병일(1981∼)
정조앤
Jan 16, 2024 108
엄마는 자주 머리가 아프다고 했다 (중략) 벚꽃이 피었다가 지고 번개가 밤하늘을 찢어 놓던 장마가 지나갔다 새로 이사 간 집 천장에 곰팡이가 새어 나오듯 석 달 만에 작은 혹이 주먹보다 더 커졌다 착한 암이라고 했는데 악성 종양이었다 엄마는 일주일 동...  
358 1월 1일―이영광(1965∼ )
정조앤
Jan 06, 2024 103
새해가 왔다 1월 1일이 왔다 모든 날의 어미로 왔다 등에 해를 업고, 해 속에 삼백예순네 개 알을 품고 왔다 먼 곳을 걸었다고 몸을 풀고 싶다고 환하게 웃으며 왔다 어제 떠난 사람의 혼령 같은 새 사람이 왔다 삼백예순다섯 사람이 들이닥쳤다 얼굴은 차차 ...  
357 소녀와 수국, 그리고 요람―김선우(1970∼)
정조앤
Jan 01, 2024 130
죽음은 자연스럽다 캄캄한 우주처럼 별들은 사랑스럽다 광대한 우주에 드문드문 떠 있는 꿈처럼 응, 꿈 같은 것 그게 삶이야 엄마가 고양이처럼 가릉거린다 얄브레한 엄마의 숨결이 저쪽으로 넓게 번져 있다 아빠가 천장에 나비 모빌을 단다 무엇이어도 좋은 ...  
356 겨울 강가에서―안도현(1961∼ )
정조앤
Dec 26, 2023 102
어린 눈발들이, 다른 데도 아니고 강물 속으로 뛰어내리는 것이 그리하여 형체도 없이 녹아 사라지는 것이 강은, 안타까웠던 것이다 그래서 눈발이 물 위에 닿기 전에 몸을 바꿔 흐르려고 이리저리 자꾸 뒤척였는데 그때마다 세찬 강물 소리가 났던 것이다 그...  
355 높새가 불면-이한직(1921∼1976)
정조앤
Dec 26, 2023 90
높새가 불면 / 당홍 연도 날으리 향수는 가슴에 깊이 품고 참대를 꺾어 / 지팡이 짚고 짚풀을 삼어 / 짚새기 신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 슬프고 고요한 / 길손이 되오리 높새가 불면 / 황나비도 날으리 생활도 갈등도 / 그리고 산술도 / 다 잊어버리고 백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