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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산책

Articles 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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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ice 안도현의 시와 연애하는 법 (#1~ #26)
정조앤
Jan 19, 2022 1018
Notice 시인을 만드는 9개의 비망록 / 정일근 file
정조앤
Apr 05, 2016 1165
14 역광의 세계 ―안희연(1986∼ )
정조앤
Jul 08, 2024 41
버려진 페이지들을 주워 책을 만들었다 거기 한 사람은 살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한 페이지도 포기할 수 없어서 밤마다 책장을 펼쳐 버려진 행성으로 갔다 나에게 두개의 시간이 생긴 것이다 처음엔 몰래 훔쳐보기만 할 생각이었다 한 페이지에 죽...  
13 나무의 반야바라밀 / 강태승
정조앤
May 13, 2024 40
나무의 반야바라밀 / 강태승 이십 년 넘게 치매를 앓던 앞집 할머니 위암이 머리로 번져 헛소리 하던 송씨 술독에 빠져 폭력을 휘두르던 김씨도 한 달 사이에 저승으로 간 나무에 아침부터 봄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나무들은 할머니를 진찰하다 곧은 내력은 줄...  
12 우표 / 함민복
정조앤
Jun 07, 2024 39
우표 / 함민복 판셈하고 고향 떠나던 날 마음 무거워 버스는 빨리 오지 않고 집으로 향하는 길만 자꾸 눈에서 흘러내려 두부처럼 마음 눌리고 있을 때 다가온 우편배달부 아저씨 또 무슨 빚 때문일까 턱, 숨 막힌 날 다방으로 데려가 차 한 잔 시켜주고 우리...  
11 봉숭아 / 도종환
정조앤
Jun 17, 2024 37
봉숭아 / 도종환 우리가 저문 여름 뜨락에 엷은 꽃잎으로 만났다가 네가 내 살 속에, 내가 네 꽃잎 속에 서로 붉게 몸을 섞었다는 이유만으로 열에 열 손가락 핏물이 들어 네가 만지고 간 가슴마다 열에 열 손가락 핏물 자국이 박혀 사랑아, 너는 이리 오래 ...  
10 안개 속 풍경 / 정끝별
정조앤
Jun 11, 2024 34
안개 속 풍경 / 정끝별 깜깜한 식솔들을 한 짐 가득 등에 지고 아버진 이 안개를 어떻게 건너셨어요? 닿는 순간 모든 것을 녹아내리게 하는 이 굴젓 같은 막막함을 어떻게 견디셨어요? 부푼 개의 혀들이 소리없이 컹컹 거려요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발 앞을...  
9 옥수수밭에서 / 장옥관
정조앤
Jul 12, 2024 33
옥수수밭에서 / 장옥관 옥수수를 추수하려면 낫이 있어야 한단다 시퍼런 날이 선 낫이 있어야 한단다 빛이 어룽댈 정도로 날 선 낫날로 쳐 넘겨야 한단다 그러면 옥수수는 콱, 자빠지겠지 무릎을 잃고 주저앉겠지 초록 비린내가 왈칵, 뿜어져 나오겠지 하지만...  
8 가끔은 연필을 깎고 싶을 때가 있다 / 황정희
정조앤
Jul 02, 2024 31
가끔은 연필을 깎고 싶을 때가 있다 / 황정희 연필을 깎는다 사각이며 깎여 나가는 소리가 한 사람이 멀리서 뛰어오는 발걸음 소리 같다 저문 안부가 보낼 때마다 하루를 긁적이게 하는 노을의 붉은 빛처럼 수북해져 연필이 깎여 나갈수록 내 생활의 변명처럼...  
7 울음이 있는 방―최영숙(1960∼2003)
정조앤
Jul 08, 2024 29
1 한 여인이 운다네 다 큰 한 여인이 운다네 이곳은 물소리가 담을 넘는 오래된 동네 나 태어나 여직 한번도 옮긴 적 없다네 그런 동네에 여인의 울음소리 들리네 처음엔 크게 그러다 조금씩 낮게 산비알 골목길을 휘돌아 나가네 햇빛도 맑은 날 오늘은 동네...  
6 저 꽃은 저물 무렵―이소연(1983∼ )
정조앤
Jun 28, 2024 29
화장실에 꽃을 두고 왔다 모래사장에 짐을 내려놓고서야 생각났다 매리골드는 처음이잖아 이러니까 그리운 게 나쁜 감정 같네 누굴 주려던 건 아니지만 두고 온 꽃을 가지러 갈까? 이미 늦은 일이야 그냥 평생 그리워하자 꽃을 두고 왔어 내가 말했을 때 우리...  
5 중요한 역할―임승유(1973∼ )
정조앤
Jul 16, 2024 23
작고 예뻐서 데려온 애가 남천이었어요. 어디서나 잘 자란다고 하고. 한동네 살다가 이사간 금천이라는 애도 생각나고. 그래서 잘 키워보고 싶었죠. 생각날 때마다 창문 열어주면서 물 주면서 그랬는데 시들해요. 일조량이 부족했을까요. 금천이가 중학생이 ...  
4 초록농사 / 김솜
정조앤
Jul 12, 2024 22
초록농사 / 김솜 수목장이 있는 숲길로 접어든다 발자국 소리가 쏘아올린 새떼 떡갈나무 우듬지 끝에 고물고물 놀던 햇살이 반짝, 몸을 턴다 스스럼없이 스크럼을 짜는 초록, 지금 절정이다 서로의 어깨를 감아올린 푸른 연대가 다분하고 다정하다 옥천 향수...  
3 마음 ―윤재철(1953∼ )
정조앤
Jul 22, 2024 10
사랑만 한 수고로움이 어디 있으랴 평생을 그리워만 하다 지쳐 끝날지도 모르는 일 마음속 하늘 치솟은 처마 끝 눈썹 같은 낮달 하나 걸어두고 하냥 그대로 끝날지도 모르는 일 미련하다 수고롭구나 푸른 가지 둥그렇게 감아올리며 불타는 저 향나무 ―윤재철(...  
2 즐거운 등 / 강기영
정조앤
Jul 22, 2024 6
즐거운 등 / 강기영 우리 동네 수선집 아저씨는 늘 등 뒤에다 라디오를 틀어 놓는다 ​ 세상 돌아가는 일들 다 등 뒤에다 놓아두고 눈앞에 놓인 실밥을 뜯는다 ​ 등 뒤에서 벌어지는 일들이지만, 돋보기안경 알에 우묵하게 고이듯 온갖 일들 다 알고 있다 ​ 줄...  
1 모래는 뭐래? / 정끝별
정조앤
Jul 22, 2024 5
모래는 어쩌다 얼굴을 잃었을까? 모래는 무얼 포기하고 모래가 되었을까? 모래는 몇천 번의 실패로 모래를 완성했을까? 모래도 그러느라 색과 맛을 다 잊었을까? 모래는 산 걸까 죽은 걸까? 모래는 공간일까 시간일까? 그니까 모래는 뭘까? 쏟아지는 물음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