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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산책

Articles 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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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ice 안도현의 시와 연애하는 법 (#1~ #26)
정조앤
Jan 19, 2022 1018
Notice 시인을 만드는 9개의 비망록 / 정일근 file
정조앤
Apr 05, 2016 1165
94 상한 영혼을 위하여―고정희(1948∼1991)
정조앤
Nov 13, 2023 81
상한 갈대라도 하늘 아래선 한 계절 넉넉히 흔들리거니 뿌리 깊으면야 밑둥 잘리어도 새 순은 돋거니 충분히 흔들리자 상한 영혼이여 충분히 흔들리며 고통에게로 가자 뿌리 없이 흔들리는 부평초잎이라도 물 고이면 꽃은 피거니 이 세상 어디서나 개울은 흐...  
93 나무에게 보내는 택배―송경동(1967∼ )
정조앤
Sep 07, 2022 81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다시 태어나면 산동네 비탈 굴 껍데기처럼 다닥다닥 붙어 사는 이들에게 시원한 바람이나 눈송이를 배달해주는 씩씩한 택배기사가 되었으면 좋겠네 재벌과 플랫폼 업자들이 다 나눠 먹고 티끌 같은 건당 수수료밖...  
92 남해 보리암에서―김원각(1941∼2016)
정조앤
Jul 31, 2022 81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소원 따위는 없고, 빈 하늘에 부끄럽다 이 세상 누구에게도 그리움 되지 못한 몸 여기 와 무슨 기도냐 별 아래 그냥 취해 잤다 ―김원각(1941∼2016) 남해에는 금산이 있다. 그곳이 아름답다는 이야기는 곧잘 들...  
91 분홍강-이하석(1948~)
정조앤
May 11, 2022 79
내 쓸쓸한 날 분홍강 가에 나가 울었지요, 내 눈물 쪽으로 오는 눈물이 있으리라 믿으면서. 사월, 푸른 풀 돋아나는 강 가에 고기떼 햇빛 속에 모일 때 나는 불렀지요, 사라진 모든 뒷모습들의 이름들을. 당신은 따뜻했지요. 한때 우리는 함께 이곳에 있었고 ...  
90 옛 벗을 그리며 ―지훈에게 ―박남수(1918∼1994)
정조앤
May 09, 2021 79
나는 회현동에 있고/당신은 마석에 있습니다./우리는 헤어진 것이 아닙니다./당신은 성북동에 살고 있었고/나는 명륜동에 살고 있었을 때에도/우리가 헤어져 있었던 것이 아닌 것처럼./나는 이승에 있고/당신은 저승에 있어도 좋습니다./우리는 헤어져 있는 ...  
89 죄와 벌 ―조오현(1932∼2018)
정조앤
Jun 11, 2023 78
우리 절 밭두렁 벼락 맞은 대추나무 무슨 죄가 많았을까 벼락 맞을 놈은 난데 오늘도 이런 생각에 하루해를 보냅니다 ―조오현(1932∼2018) 5월은 좋은 달이다. 덥지도 않고 춥지도 않으며 햇살은 화창하고 꽃들은 만발한다. 돈을 낸 것도 아니고 부탁하지...  
88 나 하나 꽃 피어 ―조동화(1949∼ )
정조앤
Mar 27, 2024 77
나 하나 꽃 피어 ―조동화(1949∼ ) 나 하나 꽃 피어/풀밭이 달라지겠느냐고/말하지 말아라/네가 꽃 피고 나도 꽃 피면/결국 풀밭이 온통/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 나 하나 물들어/산이 달라지겠느냐고도/말하지 말아라/내가 물들고 너도 물들면/결국 온 ...  
87 새떼들에게로의 망명 / 장석남
정조앤
Dec 01, 2023 77
새떼들에게로의 망명 / 장석남 1 찌르라기떼가 왔다 쌀 씻어 안치는 소리처럼 우는 검은 새떼들 찌르라기떼가 몰고 온 봄 하늘은 햇빛 속인데도 저물었다 저문 하늘을 업고 제 울음 속을 떠도는 찌르라기 속에 환한 봉분이 하나 보인다. ​ 2 누군가 찌르라기 ...  
86 석양 / 허형만
이현숙
Oct 23, 2023 77
석양 / 허형만 바닷가 횟집 유리창 너머 하루의 노동을 마친 태양이 키 작은 소나무 가지에 걸터앉아 잠시 쉬고 있다 그 모습을 본 한 사람이 “솔광이다!” 큰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좌중은 박장대소가 터졌다 더는 늙지 말자고 “이대로!&rd...  
85 육탁―배한봉(1962∼ )
정조앤
Oct 21, 2022 77
새벽 어판장 어선에서 막 쏟아낸 고기들이 파닥파닥 바닥을 치고 있다 육탁(肉鐸) 같다 더 이상 칠 것 없어도 결코 치고 싶지 않은 생의 바닥 생애에서 제일 센 힘은 바닥을 칠 때 나온다 (하략) ―배한봉(1962∼ ) 산에는 절이 있고, 절 안에는 목어가 있...  
84 냉이꽃 ―송찬호(1959∼)
정조앤
Mar 14, 2024 76
박카스 빈 병은 냉이꽃을 사랑하였다 신다가 버려진 슬리퍼 한 짝도 냉이꽃을 사랑하였다 금연으로 버림받은 담배 파이프도 그 낭만적 사랑을 냉이꽃 앞에 고백하였다 회색 늑대는 냉이꽃이 좋아 개종을 하였다 그래도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긴 울음을 남...  
83 새는 너를 눈뜨게 하고 / 천양희
정조앤
Dec 01, 2023 76
새는 너를 눈뜨게 하고 / 천양희 이른새벽 도도새가 울고 바람은 나무쪽으로 휘어진다 새가 알을 깨고 나오려나 보다 가지가 덜리고 둥지가 찢어진다 숲에서는 나뭇잎마다 새의 세계가 있다 세계는 언제나 파괴 뒤에 오는 것 너도 알 것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  
82 낙산사 가는 길·3―유경환(1936∼2007)
정조앤
Sep 27, 2022 76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달 수 있을까 무게 산 하나 담긴 달 수 있을까 고요 저 못에 담긴 큰 저울 있어 세상에 달 수 있는 하늘 저울 마음일 뿐. ―유경환(1936∼2007) 가을 하늘이 높아지면 갑자기 세상이 확 넓어진 것처럼 느껴진다....  
81 샘―전윤호(1964∼ )
정조앤
Jul 14, 2022 76
샘―전윤호(1964∼ )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군대 간 아들이 보고 싶다고 자다 말고 우는 아내를 보며 저런 게 엄마구나 짐작한다 허리가 아프다며 침 맞고 온 날 화장실에 주저앉아 아이 실내화를 빠는 저 여자 봄날 벚꽃보다 어지럽...  
80 새의 길-위선환(1941∼)
정조앤
Nov 20, 2021 76
새가 어떻게 날아오르는지 어떻게/눈 덮인 들녘을 건너가는지 놀빛 속으로/뚫고 들어가는지/짐작했겠지만/공중에서 거침이 없는 새는 오직 날 뿐 따로/길을 내지 않는다/엉뚱하게도/인적 끊긴 들길을 오래 걸은/눈자위가 마른 사람이 손가락을 세워서/저만치/...  
79 이월의 우포늪 / 박재희
정조앤
Feb 21, 2024 76
이월의 우포늪 / 박재희 우포늪은 보이는 것만의 늪이 아니다 어둠 저 밑바닥 시간의 지층을 거슬러 내려가면 중생대 공룡의 고향이 있다 원시의 활활 타오르던 박동이 시린 발끝에 닿기까지 일억 사천 만년 무수한 공룡발자국이 쿵쿵 가슴으로 밀쳐 들어온다...  
78 화남풍경-―박판식(1973∼)
정조앤
Nov 06, 2023 75
세상의 모든 물들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운 부력, 상인은 새끼를 밴 줄도 모르고 어미 당나귀를 재촉하였다 달빛은 파랗게 빛나고 아직 새도 깨어나지 않은 어두운 길을 온몸으로 채찍 받으며 어미는 타박타박 걸어가고 있었다 세상으로 가는 길 새끼는 눈도 ...  
77 별이 우리의 가슴을 흐른다면―이근화(1976∼ )
정조앤
Dec 26, 2022 75
날이 흐리다/곧 눈이 흩날릴 것이고/뜨거운 철판 위의 코끼리들처럼 춤을 추겠지/커다랗고 슬픈 눈도 새하얀 눈발도 읽어내기 어렵다/저 너머에만 있다는 코끼리의 무덤처럼 등이 굽은 사람들/시곗바늘 위에 야광별을 붙여놓은 아이는 아직 시간을 모른다/낮...  
76 묵화(墨畵) ―김종삼(1921∼1983)
이현숙
Oct 30, 2023 74
묵화(墨畵) ―김종삼(1921∼1983) 물먹는 소 목덜미에 할머니 손이 얹혀졌다. 이 하루도 함께 지났다고, 서로 발잔등이 부었다고, 서로 적막하다고 ‘묵화’는 먹으로 그린 그림을 말한다. 당연히 흑백이다. 여백도 많다. 채색도 디테일도 빠졌으...  
75 등대 ― 조창환(1945∼ )
정조앤
Mar 30, 2019 74
등대 ― 조창환(1945∼ ) 캄캄한 밤 회오리바람 속에서 깜빡거린다 저 불빛, 부러진 단검 하나 남은 검투사 같다 무슨 결박으로 동여매 있기에 제 안의 황야에 저리 고달프게 맞서는 것일까 등대는 외롭고 적막하고 단호하다 모든 찰나는 단호하므로 미래가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