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
안도현의 시와 연애하는 법 (#1~ #26)
|
정조앤 |
Jan 19, 2022 |
1017 |
Notice |
시인을 만드는 9개의 비망록 / 정일근
|
정조앤 |
Apr 05, 2016 |
1164 |
254 |
|
폭설―유자효(1947∼)
|
정조앤 |
Jan 28, 2021 |
106 |
먹이를 찾아 마을로 내려온 어린 노루 사냥꾼의 눈에 띄어 총성 한 방에 선혈을 눈에 뿌렸다 고통으로도 이루지 못한 꿈이 슬프다 ―유자효(1947∼) ‘겨울에 눈이 많이 오면 보리 풍년이 든다’는 속담이 있다. 눈은 어디에서 봐도 눈인데 입장이 다르면 서로 다...
|
253 |
|
종점들 ―이승희(1965∼ )
|
정조앤 |
Aug 13, 2020 |
106 |
종점들 ―이승희(1965∼ ) 이제 그만 여기서 살까 늙은 버드나무 아래 이름표도 없이 당신과 앉아서 북해의 별이 될 먼지들과 여기와 아무 데나를 양손처럼 매달고 웃었다 세상의 폐허 말고 당신의 폐허 그 둘레를 되짚어가면서 말이죠 폐허의 옷을 지어 입으면...
|
252 |
|
벽시계가 떠난 자리―박현수(1966∼ )
|
정조앤 |
Jul 01, 2021 |
106 |
벽시계를 벽에서 떼어놓았는데도 눈이 자꾸 벽으로 간다 벽시계가 풀어놓았던 째깍거림의 위치만 여기 어디쯤이란 듯 시간은 그을음만 남기고 못 자리는 주사바늘 자국처럼 남아 있다 벽은 한동안 환상통을 앓는다 벽시계에서 시계를 떼어내어도 눈은 아픈 데...
|
251 |
|
한마음 의원― 손미(1982∼)
|
정조앤 |
Dec 25, 2021 |
106 |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흰 달이 돌던 밤 의원에 누워 있는 너의 머리에 수건을 얹어 주었다 거기에 내가 들어 있지 않았다 밖에서 아이들이 공을 찼고 너는 머리통을 움켜쥐었다 다큐멘터리에서는 방금 멸종된 종족을 보여 주었다 우리는...
|
250 |
|
나를 멈추게 하는 것들 / 반칠환
|
정조앤 |
Jun 05, 2023 |
106 |
나를 멈추게 하는 것들 / 반칠환 보도블록 틈에 핀 씀바귀 꽃 한 포기가 나를 멈추게 한다 어쩌다 서울 하늘을 선회하는 제비 한두 마리가 나를 멈추게 한다 육교 아래 봄볕에 탄 까만 얼굴로 도라지를 다듬는 할머니의 옆모습이 나를 멈추게 한다 굽은 허리...
|
249 |
|
바람 부는 날―민영(1934∼ )
|
정조앤 |
Apr 15, 2021 |
107 |
나무에 물오르는 것 보며 꽃 핀다 꽃 핀다 하는 사이에 어느덧 꽃은 피고, 가지에 바람부는 것 보며 꽃 진다 꽃 진다 하는 사이에 어느덧 꽃은 졌네. 소용돌이치는 탁류의 세월이여! 이마 위에 흩어진 서리 묻은 머리카락 걷어올리며 걷어올리며 애태우는 이 ...
|
248 |
|
별과 고기― 황금찬(1918∼2017)
|
정조앤 |
Jul 07, 2022 |
107 |
별과 고기― 황금찬(1918∼2017)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밤에 눈을 뜬다. / 그리고 호수에 / 내려앉는다. 물고기들이 / 입을 열고 / 별을 주워 먹는다. 너는 신기한 구슬 / 고기 배를 뚫고 나와 / 그 자리에 떠 있다. 별을 먹은 고기들...
|
247 |
|
사람 지나간 발자국―이경림(1947∼)
|
정조앤 |
Nov 01, 2021 |
108 |
아름다워라 나 문득 눈길 머물러 그것의 고요한 소리 보네 누군가가 슬쩍 밟고 갔을 저 허리 잘록한 소리 한참 살다 떠난 부뚜막 같은 다 저문 저녁 같은 ―이경림(1947∼) 사랑시에서 고독은 좋지 않은 것이다. 사랑이 이루어지려면 마주 보는 둘이 있어야...
|
246 |
|
까치밥―서종택(1948∼ )
|
정조앤 |
Dec 06, 2022 |
108 |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상략) 외롭고 슬픗할 때면 감나무 아래 기대 앉아서 저문 햇빛 수천 그루 노을이 되어 아득하게 떠가는 것 보았습니다. 흐르는 노을 그냥 보내기 정말 싫어서 두 손을 꼭 잡고 보았습니다. 그러다가 깜박 밤이 되...
|
245 |
|
묘비명 ―박중식(1955∼ )
|
정조앤 |
Mar 14, 2023 |
108 |
묘비명―박중식(1955∼ )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물은 죽어서 물 속으로 가고 꽃도 죽어 꽃 속으로 간다 그렇다 죽어 하늘은 하늘 속으로 가고 나도 죽어서 내 속으로 가야만 한다. ―박중식(1955∼ ) 우리의 봄은 항상 새봄이다. 조...
|
244 |
|
사모곡 ―감태준(1947∼ )
|
정조앤 |
Apr 04, 2023 |
108 |
어머니는 죽어서 달이 되었다 바람에게도 가지 않고 길 밖에도 가지 않고, 어머니는 달이 되어 나와 함께 긴 밤을 멀리 걸었다. ―감태준(1947∼ ) “당신을 사모합니다.” 이런 고전적인 고백에서의 ‘사모’와 사모곡의 ‘사모&...
|
243 |
|
적막이 오는 순서―조승래(1959∼ )
|
정조앤 |
Sep 15, 2023 |
108 |
여름 내내 방충망에 붙어 울던 매미. 어느 날 도막난 소리를 끝으로 조용해 졌다 잘 가거라, 불편했던 동거여 본래 공존이란 없었던 것 매미 그렇게 떠나시고 누가 걸어 놓은 것일까 적멸에 든 서쪽 하늘, 말랑한 구름 한 덩이 떠 있다 ―조승래(1959∼ ) ...
|
242 |
|
상가에 모인 구두들 ― 유홍준(1962∼)
|
정조앤 |
Dec 02, 2019 |
109 |
상가에 모인 구두들 ― 유홍준(1962∼) 저녁 상가에 구두들이 모인다 아무리 단정히 벗어놓아도 문상을 하고 나면 흐트러져 있는 신발들 젠장, 구두가 구두를 짓밟는 게 삶이다 밟히지 않는 건 망자의 신발뿐이다 정리가 되지 않는 상가의 구두들이여 저건 네 ...
|
241 |
|
사람? ―김휘승(1957∼)
|
정조앤 |
Aug 13, 2020 |
109 |
사람? ―김휘승(1957∼) 사람이었을까 사람이 아니었을까, 서로 깃들지 못하는 사람 밖의 사람은. ……지나간다, 아이는 웃고 울고, 때없이 꽃들은 불쑥 피고, 눈먼 웃음 소리, 휙 날아가는 그림자새, 곧 빗발 뿌릴 듯 몰아서 밀려오는 바람에 사람이 스친다, 비...
|
240 |
|
저녁 한때 ―임길택 시인(1952∼1997)
|
정조앤 |
Jan 02, 2023 |
109 |
뒤뜰 어둠 속에 나뭇짐을 부려놓고 아버지가 돌아오셨을 때 어머니는 무 한 쪽을 예쁘게 깎아 내셨다. 말할 힘조차 없는지 무쪽을 받아든 채 아궁이 앞에 털썩 주저앉으시는데 환히 드러난 아버지 이마에 흘러 난 진땀 마르지 않고 있었다. 어두워진 산길에서...
|
239 |
|
여름 가고 가을 오듯 ―박재삼(1933∼1997)
|
이현숙 |
Sep 01, 2023 |
109 |
여름 가고 가을 오듯 해가 지고 달이 솟더니, 땀을 뿌리고 오곡을 거두듯이 햇볕 시달림을 당하고 별빛 보석을 줍더니, 아, 사랑이여 귀중한 울음을 바치고 이제는 바꿀 수 없는 노래를 찾는가. ―박재삼(1933∼1997) 시 ‘울음이 타는 가을강’...
|
238 |
|
엄마는 환자, 나는 중환자 ―이병일(1981∼)
|
정조앤 |
Jan 16, 2024 |
109 |
엄마는 자주 머리가 아프다고 했다 (중략) 벚꽃이 피었다가 지고 번개가 밤하늘을 찢어 놓던 장마가 지나갔다 새로 이사 간 집 천장에 곰팡이가 새어 나오듯 석 달 만에 작은 혹이 주먹보다 더 커졌다 착한 암이라고 했는데 악성 종양이었다 엄마는 일주일 동...
|
237 |
|
저녁이면 돌들이―박미란(1964∼)
|
정조앤 |
Jan 18, 2022 |
110 |
저녁이면 돌들이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저녁이면 돌들이/서로를 품고 잤다 저만큼/굴러 나가면/그림자가 그림자를 이어주었다 떨어져 있어도 떨어진 게 아니었다 간혹,/조그맣게 슬픔을 밀고 나온/어린 돌의 이마가 펄펄 끓었다 잘 마르...
|
236 |
|
고향으로 간다 ― 김용호(1912∼1973)
|
정조앤 |
Apr 07, 2021 |
110 |
고향으로 간다 ― 김용호(1912∼1973) 어느 간절한 사람도 없는 곳 고향으로 간다 머나먼 날 저버린 고향으로 내가 간다 낡은 옷 훌훌이 벗어버리고 생미역 냄새 하암북 마시며 고향으로 간다 잃어버려, 끝내 잃어버려 없는 고향이라 포개둔 그리움이 한결 ...
|
235 |
|
네가 울어서 꽃은 진다―최백규(1992∼ )
|
정조앤 |
Jul 31, 2022 |
110 |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나를 번역할 수 있다면 뜨거운 여름일 것이다/꽃가지 꺾어 창백한 입술에 수분하면 교실을 뒤덮는 꽃/꺼지라고 뺨 때리고 미안하다며 멀리 계절을 던질 때/외로운 날씨 위로 떨어져 지금껏 펑펑 우는 나무들/천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