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gn In

today:
551
yesterday:
876
Total:
1,394,922


詩 산책

Articles 414
No.
Subject
Author
Notice 안도현의 시와 연애하는 법 (#1~ #26)
정조앤
Jan 19, 2022 1018
Notice 시인을 만드는 9개의 비망록 / 정일근 file
정조앤
Apr 05, 2016 1165
394 개나리 울타리 / 김기택
정조앤
May 08, 2024 50
개나리 울타리 / 김기택 개나리 가지들이 하늘에다 낙서하고 있다 심심해 미쳐버릴 것 같은 아이의 스케치북처럼 찢어지도록 거칠게 선을 그어 낙서로 구름 위에 깽판을 치고 있다. 하늘이 지저분해지도록 늦겨울 흑백 풍경을 박박 그어 지우고 있다. ​ 작년 ...  
393 마당에 징검돌을 놓다 / 김창균
정조앤
Mar 20, 2024 50
마당에 징검돌을 놓다 / 김창균 물빛 마당 물빛 마당에 징검돌 몇 개 놓고 발목을 걷으며 걷으며 걷는다 찰랑이는 물결 대신 그 옆에 결이라는 말도 놓고 말과 말들이 부딪히며 내는 단내 같은 것도 놓고 돌과 돌 사이의 간격 같은 것도 놓고 아름답지 않았던...  
392 나뭇잎 흔들릴 때 피어나는 빛으로―손택수(1970∼ )
정조앤
Apr 30, 2024 51
어디라도 좀 다녀와야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을 때 나무 그늘 흔들리는 걸 보겠네 병가라도 내고 싶지만 아플 틈이 어딨나 서둘러 약국을 찾고 병원을 들락거리며 병을 앓는 것도 이제는 결단이 필요한 일이 되어버렸을 때 오다가다 안면을 트고 지낸 은목서...  
391 그렇습니다―김소연(1967∼)
정조앤
Apr 30, 2024 53
응, 듣고 있어 그녀가 그 사람에게 해준 마지막 말이라 했다 그녀의 말을 듣고 그 사람이 입술을 조금씩 움직여 무슨 말을 하려 할 때 그 사람은 고요히 숨을 거두었다고 했다 다른 이야기를 하다가 그녀는 다시 그 이야기를 했고 한참이나 다른 이야기를 하...  
390 소 / 김기택
정조앤
May 13, 2024 53
소 / 김기택 소의 커다란 눈은 무언가 말하고 있는 듯 나에겐 알아들을 수 있는 귀가 없다. 소가 가진 말은 다 눈에 들어 있는 것 같다. ​ 말은 눈물처럼 떨어질 듯 그렁그렁 달려 있는 몸 밖으로 나오는 길은 어디에도 없다. 마음이 한 웅큼씩 뽑혀나오도록 ...  
389 따뜻한 사전 / 이향란
이현숙
Oct 11, 2023 55
그대의 손을 잡거나 팔짱을 끼는 것처럼 친구와 다정히 어깨동무하고 걷는 것처럼 낯선 이에게 말을 건네는 것처럼 사랑하는 이의 아이를 낳는 것처럼 허공의 나비를 고운 눈길로 이끄는 것처럼 큰 키의 나무를 선선히 올려다보는 것처럼 하늘에 떠있는 것들...  
388 동야초―조지훈(1920∼1968)
정조앤
Feb 17, 2023 56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할머니는 무덤으로 가시고 화로엔 숯불도 없고 아 다 자란 아기에게 젖 줄 이도 없어 외로이 돌아앉아 밀감을 깐다. 옛이야기처럼 구수한 문풍지 우는 밤에 마귀할미와 범 이야기 듣고 이불 속으로 파고들던 따슨 ...  
387 냉장고 / 강성남
정조앤
Feb 21, 2024 56
냉장고 / 강성남 할머니, 들어가 계세요 오냐, 그때까지 썩지 않고 있으마. 썩지 않을 만큼의 추위가 방치된 노인 온도조절 장치가 소용없다 집을 비울 때마다 플러그를 뽑으신다 전화 받지 않는 아들에게 재다이얼을 누른다 속을 잘 닫지 않아 눈물이 샌다 ...  
386 으름넝쿨꽃 ―구재기(1950∼ )
이현숙
Oct 17, 2023 56
으름넝쿨꽃 ―구재기(1950∼ ) 이월 스무 아흐렛날 면사무소 호적계에 들러서 꾀죄죄 때가 묻은 호적을 살펴보면 일곱 살 때 장암으로 돌아가신 어머님의 붉은 줄이 있지 돌 안에 백일해로 죽은 두 형들의 붉은 줄이 있지 다섯 누이들이 시집가서 남긴 붉은...  
385 계속―안미옥(1984∼)
정조앤
Jun 17, 2024 56
선생님 제 영혼은 나무예요 제 꿈은 언젠가 나무가 되는 것이에요 아이가 퉁퉁 부은 얼굴로 주저앉아 있다가 일어나 교실 밖으로 나간다 영혼이란 말은 언제부터 있어서 너는 나무의 영혼이 되어버렸나 영혼은 그림자보다 흐리고 영혼은 생활이 없고 영혼은 ...  
384 유월 / 유홍준
정조앤
Jun 07, 2024 58
유월 / 유홍준 차가운 냉정 못에 붕어 잡으러 갈까 자귀나무 그늘에 낚싯대 드리우고 앉아 멍한 생각 하러 갈까 손톱 밑이나 파러 갈까 바늘 끝에 끼우는 지렁이 고소한 냄새나 맡으러 갈까 여러 마리는 말고 두어 마리 붕어를 잡아 매끄러운 비늘이나 만지러...  
383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것들의 목록 / 이정록
정조앤
May 08, 2024 60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것들의 목록 / 이정록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것들 때문에, 산다 ​ 자주감자가 첫 꽃잎을 열고 처음으로 배추흰나비의 날갯소리를 들을 때처럼 어두운 뿌리에 눈물 같은 첫 감자알이 맺힐 때 처럼 ​ 싱그럽고 반갑고 사랑스럽고 달...  
382 2022년 1월 한국 산문 TV
정조앤
Jan 17, 2022 61
 
381 수척1―유병록(1982∼ )
정조앤
Jul 29, 2023 61
슬픔이 인간을 집어삼킬 수 있다는 사실을 믿지 않은 시절이 내게도 있었다 ―유병록(1982∼ ) 하늘에서 내리는 비는 좋은 것이라고 배웠다. 비가 와야 싹이 트고, 곡식이 자라고, 열매가 맺힌다고 했다. 물은 그보다 더 좋은 것이라고 배웠다. 그것은 생명...  
380 먼 데, 그 먼 데를 향하여―신경림(1936∼2024)
정조앤
Jun 01, 2024 61
(…) 사람 사는 곳 어디인들 크게 다르랴, 아내 닮은 사람과 사랑을 하고 자식 닮은 사람들과 아옹다옹 싸우다가, 문득 고개를 들고 보니, 매화꽃 피고 지기 어언 십년이다. 어쩌면 나는 내가 기껏 떠났던 집으로 되돌아온 것은 아닐까. 아니, 당초 집...  
379 유기동물 보호소― 김명기(1969∼ )
정조앤
Jun 11, 2023 62
버려진 개 한 마리 데려다 놓고 얼마 전 떠나 버린 사람의 시집을 펼쳐 읽는다 슬픔을 더 슬프게 하는 건 시만 한 게 없지 개 한 마리 데려왔을 뿐인데 칠십 마리의 개가 일제히 짖는다 흰 슬픔 검은 슬픔 누런 슬픔 큰 슬픔 작은 슬픔 슬픔이 슬픔을 알아본...  
378 자작나무 인생 / 나석중
이현숙
Oct 06, 2023 62
흰 허물을 벗는 것은 전생이 뱀이었기 때문이다 ​ 배때기로 흙을 기는 고통보다 붙박이로 서 있는 고통이 더 크리라 ​ 눈은 있어도 보지 않는다 입은 있어도 말하지 않는다 ​ 속죄를 해도 해도 죄는 남고 허물 벗는 참회의 일생을 누가 알리 ​ 몸에 불 들어올...  
377 원시 / 오세영
정조앤
May 22, 2024 62
원시 / 오세영 멀리 있는 것은 아름답다 무지개나 별이나 벼랑에 피는 꽃이나 멀리 있는 것은 손에 닿을 수 없는 까닭에 아름답다 사랑하는 사람아, 이별을 서러워하지마라 내 나이의 이별이란 헤어지는 일이 아니라 단지 멀어지는 일일뿐이다 네가 보낸 마지...  
376 봄꽃 피는 산을 오르며 / 안태현
정조앤
May 08, 2024 63
봄꽃 피는 산을 오르며 / 안태현 오후의 햇살을 비벼 슬쩍 색깔을 풀어놓는 꽃나무들로 온몸이 푸르고 붉어진다 봄꽃이 피는 산 삶의 자투리가 다 보이도록 유연하고 느리게 산의 허리를 휘감아 오르며 나는 한 마리 살가운 꽃뱀 같다 오랫동안 몸 안에 담아 ...  
375 곤드레밥―김지헌(1956∼)
정조앤
May 04, 2021 63
봄에 갈무리해놓았던/곤드레나물을 꺼내 해동시킨 후/들기름에 무쳐 밥을 안치고/달래간장에 쓱쓱 한 끼 때운다/강원도 정선 비행기재를 지나/나의 위장을 거친 곤드레는/비로소 흐물흐물해진 제 삭신을/내려놓는다/반찬이 마땅찮을 때 생각나는 곤드레나/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