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에] 마음을 병들게 하는 바이러스
[LA중앙일보] 발행 2020/05/11 미주판 18면 기사입력 2020/05/09 22:08
코로나19는 아직 치료제가 없어 무섭다. 머지않아 마스크를 벗고 일상을 돌아갈 날을 고대한다. 그래도 전처럼 마음 놓고 사람을 대하기가 힘들 듯하다.
코로나가 몸에만 퍼지는 게 아니라 사람의 마음도 병들게 했다. 초반에 중국 우한에서 시작됐다고 하자 아시안을 거부하는 현상이 불었다. 인종차별을 드러내 놓고 했다. 아무 이유 없이 무차별 폭행을 당하기도 하고 공공장소에서 입장을 거부당했다. 이제는 세계적으로 번져서 그 시작이 어디인가가 무색할 정도라 특정 인종에게 죄를 물리려는 현상이 줄어들었다. 발등에 떨어진 불이 급해 매일 전해지는 지역의 확진자 숫자와 사망자 소식에 귀를 기울인다.
며칠 전 친구의 소식에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검사를 받았는데 확진자 판정을 받아 집에서 자가 격리 중이라고 했다. 누구보다도 예방을 열심히 해 마스크 쓰기와 손씻기를 잘 지켰는데 어디에서 어떻게 감염이 됐는지 알 수가 없단다. 평소 앨러지가 있어 목이 따끔거렸지만 심하지 않았다. 그래도 매일 뉴스를 들으며 ‘혹시’ 했는데 증세가 나아지지 않자 테스트 센터에서 검사를 받았다. 차 안에서 창문을 열 수가 없어 땀이 범벅이 되며 세 시간 기다리는 동안, 그리고 검사 결과가 최종적으로 나오기를 기다리는 일주일 동안 천국과 지옥을 들락거렸다며 울먹였다. ‘포지티브(Positive)’라는 결과에 머리를 한 대 맞은 듯, 백지처럼 하얘졌다니 얼마나 놀랐을지 상상이 됐다.
그녀는 바이러스보다 사람의 눈이 더 무섭다고 했다. 그동안 자신의 동선을 되짚어 보며 만난 사람들을 손가락으로 꼽아도 보았다. 혹시 이웃이나 지인들이 알면 ‘좀 더 조심했다면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았을 텐데’라는 눈총을 줄까 봐, 또 앞으로 자신을 피하지 않을까 두려워 알리기에 겁났단다. 자책도 했단다.눈에 보이지 않으니 피할 수도 막을 수도 없어 억울하기도 하리라. 검사만 받아도 죄인처럼 낙인이 찍히는데 앞으로 그녀를 따라다닐 ‘확진자’라는 다른 이름에 주눅이 들어 일상으로 돌아가기는 힘들 것이라는 한숨이 담긴 넋두리에 마음이 아팠다. 자신 때문에 감염이 되거나 격리됐다고 하는 소리를 들을까 봐 이제 사회와는 담을 쌓고 지내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에 어떤 위로를 해 주어야 할지 난감했다.
코로나는 감기 정도로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고, 죽음을 불러들인 듯 과민하게 생각하기도 한다. 죄인 아닌 죄인이 된 친구는 나일 수도 있다. 에릭 가세티 LA시장은 주민들의 95%가 증상이 나타나지 않더라도 감염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증상이 뚜렷하지 않거나 초기 증세는 감기와 비슷하니까 검사를 받지 않으면 알 수가 없다.
확진자 판정을 받았다고 위험 인물로 낙인찍어 피하기보다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위로와 관심이 필요하다. 누구나 피해가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함께 사는 희망을 나누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