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에] 우주로 향한 무한의 꿈

이현숙 / 수필가
이현숙 / 수필가 

                                                                                                                                     [LA중앙일보] 발행 2020/02/20 미주판 22면 기사입력 2020/02/19 19:01                                            
타주에서 친척인 스탠리가 와서 LA에 있는 캘리포니아사이언스센터에 데려갔다. 센터는 과학 원리를 체험교육으로 가르친다는 지침 아래 캘리포니아 사이언스 센터를 갔다. 센터는 생태계 전시관과 생명의 세계 전시관, 우주에 관한 전시관 등을 갖추고 있다. 어린이들을 위한 장소라고 생각하지만 구석구석 어른들도 구경할 곳이 많다.

이곳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은 은퇴한 미국 항공우주국의 우주왕복선 엔데버(Endeavour)호다. ‘노력’이라는 뜻인데 이름은 미국 내 학생 공모를 통해 선정됐단다.

첫 발사 후 25차례 우주와 지구를 왕복하며 다양한 임무를 마친 유인 우주선이 웅장한 모습으로 관람객을 맞는다. 챌린저 사고 후 새롭게 제작된 항공우주국의 5번째이자 마지막 우주왕복선이다.

입구에서 이 전시관으로 오기까지의 과정이 담긴 다큐멘터리가 상영되고 사진도 전시돼 있다. 8년 전의 일이지만 그 역사적인 순간은 아직도 생생하다. 캘리포니아 사이언스 센터로 안식처를 정한 엔데버호는 개조한 보잉 747기에 업혀서 에드워드 공군기지를 이륙해 샌프란시스코 그리고 디즈니랜드와 그리피스 천문대 등을 3시간 동안 선회 비행하고 LA공항에 착륙했다.

그 후 12마일 시내를 통과하는 과정은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겼다. 거대한 우주 왕복선이 통과하기 위해 수백 년 된 가로수를 수십 그루 잘라냈고, 신호등과 가로등이 뽑혔다. 일부 지역의 주민들은 잠시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불편을 겪었지만 길가에는 수많은 인파가 나와 역사적 순간을 함께했다.

분해해 옮길 생각도 했으나 그럴 경우 다시 재조립해도 우주왕복선 외부를 덮고 있는 단열 타일을 원래의 모습으로 복원하기 불가능해 통째로 옮기기로 했단다. 전시실에 놓인 우주선은 고열을 견디기 위한 작은 세라믹 조각들이 촘촘하게 덮였고 조각마다 일련번호 등의 정보가 적혀 있기에 1000만 달러라는 경비와 많은 불편을 겪고도 왜 분해할 수 없었는지 이해가 됐다.

우주비행선의 역사가 벽면에 가득 전시돼 있다. 챌린저호 폭발로 사망한 최초 민간 우주비행사였던 여교사의 사진을 보고 가슴이 뭉클했다. 지금은 임시 격납고에 전시되어 있지만 3개의 추진 로켓과 함께 발사 직전의 모습으로 전시될 것이라고 하니 어마어마한 자태를 바로 앞에서 볼 날이 기다려진다.

한쪽 벽에 항공우주선 엔데버호를 보고 느낀 점을 적은 메모들이 가득 붙어 있다. 거구의 몸을 웅크리고 있는 우주선 뒤로 대형의 성조기가 당당하게 걸려 있다. 나는 벌써 네 번째 방문이지만 이곳에 올 때마다 미국의 힘이 느껴진다. 내가 몸담고 사는 나라이고 내 자식이 꿈을 펼친 곳이니 굳건히 이 웅장함을 유지했으면 한다.

닐 암스트롱이 달 표면에 인류 최초로 발을 디딘 지 50년이 넘었다. 작년에 항공우주국이 국제우주정거장을 민간에 상업적 용도로 개방하겠다는 발표 후에 2023년 달에 간다는 관광 상품이 나왔다.

엔데버호는 우주선이 여행객을 실어 나를 것을 상상했을까. 미국의 과학이 얼마나 발전할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