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대로
 
만물은 쉬지 않고 움직인다. 어느 하나도 완전히 머물러 있는 것은 없다고 한다. 우리 시각의 한계로 인해 아주 미세한 떨림은 없다 하더라도 생명은 자체를 유지하기 위해 계속 움직이고 있음이다. 우리 몸의 맥박과 호흡이 잠들지 않고 나를 살게 한다. 심지어 고정된 물체도 수많은 원소가 유기적인 결속을 지켜 내기에 모양새가 유지된다니 신기하다.

시간의 흐름처럼 익숙한 없다. 내가 인식하는 것과 관계없이 삶에서 나와 함께 가고 있다. 어제의 기쁜 일들도 흘러가 버렸고 없는 내일은 조금씩 다가오고 있다. 오지 않은 시간을 미리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살다가 잠깐 쉬는 시간 만이라도 마음 편히 지낼 있을 것이다. 언제 터질지 모를 빵빵한 풍선을 끌어안은 사람처럼 겁먹은 모습으로 앞날을 걱정하며 살아온 날이 얼마나 많았는가.

흐름을 따라가며 모든 것은 변한다. 새싹은 나무로 자라고 어린아이는 어른의 모습을 갖추며 역할을 찾는다. 양적인 발달은 쉽게 확인할 있지만, 내면의 변화를 알아채기란 쉽지 않다. 사춘기와 청년기를 지나는 아이들의 생각을 짐작하기는 정말 어렵다. 모르는 상대를 이해할 없으므로 때론 무서운 결과를 만들기도 한다. 시간이 흐른 뒤에야 깨닫게 되는 아쉬움이다.

어디로 가는 것일까. 청년의 죽음을 보았다. 스물네 살의 젊음, 아직 세상에 머물러야 시간이 너무 많은데 어이없는 일이다. 더군다나 사인이 약물 과다복용이라니. 무엇이 아이를 멈추게 것일까. 이름은 알렉스, 그는 내가 세를 주고 있는 건물에 살았다. 이른 아침 옆방에 사는 친구의 다급한 소식을 듣고 달려갔다. 이미 911 구급대가 다녀간 후였다. 숨진 이를 앰뷸런스에 싣고 가지는 않는다. 경찰은 주변에 노오란 테이프를  둘러놓고 일반인의 접근을 막는다. 검시소 차량을 기다리는 내내 마음이 복잡했다. 노스 캐롤라이나에 사는 아이의 아버지와 통화를 했다. 숨진 아들을 눈으로 확인할 없는 부모의 마음을 위로하기에 알맞은 표현이 떠오르지 않았다.

'I'm free'. 벽에 걸린 액자 남편 사진과 함께 쓰여있는 글이다.
 '
때문에 너무 오래 슬퍼 말아요. 하느님께서 부르신 소리를 듣고 여기 왔어요. 그분이 곁에 머물기를 바라시지요. 당신과 함께 있지 못한다고 울지 말아요. 나를 자유롭게 만드셨어요. 당신의 가슴을 내게 향해주고 함께 웃어요. I'm free.'
 

알렉스도 자유 속에서 평화롭기를 기도한다.

마음도 움직인다. 점점 삶의 길이가 늘어나면서 매여있던 지난 시간으로부터 서서히 벗어나려 한다. 잠깐씩 머무는 여유 속에서 담아두고 싶었던 좋은 순간들이 가슴에 채워지는 선물이다. 움직이는 시간 속에서 짧은 머무름은 오늘로 이어지고 다른 내일이 되리라. 정지된 순간들이 모여 흐름을 이루고 거기에 나를 맡긴다. 어느 영혼이 자유로움에 안길 때까지 나도 따라 흐른다